[라스베이거스=채신화 기자] "Very fast! right?(매우 빠르죠?)"
4일(현지 시간)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3'에서 탑승한 '베이거스 루프'(Vegas loop)의 운전자가 루프 터널을 빠져나오자마자 자신감 가득찬 목소리로 말했다. 루프는 테슬라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미국의 도심 교통 체증을 줄이고자 선보인 이동 시스템이다. 이날 베이거스 루프는 도보로 15~20분 걸리는 1.3km가량의 거리를 1분47초만에 주파했지만 높아진 눈높이에는 미치지 못했다.
운행 거리 늘어난 '루프'
루프는 지하 터널을 파 자율주행차로 움직이는 시스템으로 빠른 이동이 가능하다는 게 특장점이지만 아직까지 설치된 곳이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 뿐이다.
머스크가 세운 보링컴퍼니는 지난해 CES 주요 행사가 열리는 LVCC 지하에 길이 2.7km, 깊이 12m의 터널을 뚫어 '베이거스 루프'를 운영했다.
올해는 기존 3개 홀(사우스홀·센트럴홀·웨스트홀)잇는 3개 역에 리조트월드역과 LVCC 리비에라역을 추가하면서 운행 거리를 4.7km로 연장했다.
센트럴홀 지하에 마련된 '루프 센트럴역'에 내려가니 형광색 조명과 원형 터널 등이 펼쳐쳐 마치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보던 미지의 교통 수단을 타러 온 기분이 들었다.
에스컬레이터 입구에서 안내원이 승객의 목적지와 인원수를 확인한 뒤 차량을 바로 배정했다. 아직 CES 개막 전이라 취재진과 전시회 참여업체 관계자가 대부분이었기에 기다림없이 탑승할 수 있었다.
테슬라의 '모델X', '모델Y' 등을 직원이 직접 운전하고 관람객들은 택시처럼 타고 원하는 정차역으로 이동하는 방식이었다.
속도는 '글쎄'
올해도 자율주행은 없었다. 머스크는 '완전 자율주행차'용 터널로 루프를 구상했지만 베이거스 루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기사가 직접 운전했다.
속도도 기대 이하였다. 차량이 터널로 진입하면서 속도를 올리는가 싶었지만 시속 50km 안팎이라 체감 속도도 크게 빠르지 않았다.
이동 구간은 센트럴스테이션에서 웨스트스테이션까지로 1.3km가량으로 도보로 15~20분 걸리지만 베이거스 루프를 이용하니 정확히 1분47초만에 이동할 수 있었다. 터널 통과 시간은 44초 가량이었다.
터널 안에선 형광색 조명이 수시로 바뀌어 마치 놀이기구에 올라탄 느낌이 들었다.
도착 직후 운전자의 '빠르지 않느냐'는 질문에 외국인 동승자는 별다른 동조 없이 "interesting(흥미롭다)"이라고 답했다. 한국인 동승자는 "신기한 경험이긴 하지만 딱히 빠르다는 느낌은 안 든다"고 말했다.
머스크는 도심용 루프 외에도 장거리 이동을 위한 '하이퍼루프 시스템'도 개발 중이다.
하이퍼루프는 터널을 진공으로 만들어 공기 저항을 없앤 뒤 자기장을 이용해 승객이 탄 캡슐을 실어 나르는 시스템으로, 시속 1200km의 속도가 가능하지만 상용화까지 갈 길이 멀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