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2026년부터 시내버스 노선체계를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 서울시민의 과도한 통근 시간이 삶의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만큼 도보 5분 내 대중교통에 접근할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다.
계획과 건설, 운영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철도를 대신해 가성비 좋은 시내버스 중심으로 대중교통 체계를 개편할 필요성도 강조했다. 2층버스와 자율주행 버스, 수요응답형 버스(DRT) 등을 도입해 서비스를 혁신해 나간다.
구불구불 노선 편다…맞춤버스 늘려 교통소외 해소
서울시는 22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시내버스 준공영제 20주년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시내버스 준공영제는 민간 운수회사가 서비스를 공급하되, 수입금은 업체와 지자체가 공동 관리하고 적자가 발생한 경우 재정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시내버스는 뉴욕‧런던‧파리 등 글로벌 도시 중 하루 운행 거리 1위, 인구 대비 버스 수 2위 등 높은 공급률을 보인다. 통합환승할인 덕분에 교통비 부담도 세계 최저 수준이다. 하지만 과도한 재정 부담과 공공성 훼손, 공급자 위주 버스노선 운영 등 풀어야 할 숙제도 존재한다.
이에 서울시는 노선 전면 개편을 통해 서비스를 혁신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지난 2004년 간선·지선 노선 개편과 중앙버스 전용차로 개설을 실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노선 굴곡도 증가로 인한 통행속도 감소, 다른 교통수단과 중복 등 서비스 수준이 저하됐다.
서울시민 누구나 걸어서 5분 내 대중교통에 접근할 수 있는 대중교통 역세권을 실현하겠다는 게 서울시 계획이다.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투입되는 철도를 대신해 버스를 중심으로 대중교통 체계를 구축한다. 시민과 학생의 통근과 통학 시간을 단축하고 대중교통에서 소외되는 지역이 없도록 촘촘한 대중교통망을 형성한다.
'2층버스'는 이용자가 많아 차내 혼잡이 극심한 간선버스 중 굴곡도가 낮은 노선을 중심으로 투입한다. '자율주행버스'는 운전기사 수급이 어려운 새벽과 심야시간대 새벽 노동자 탑승이 많은 노선에 우선 공급한다. '수요응답형 교통수단(DRT)'은 고령인구가 많거나 사회복지시설과 가까운 곳에 투입해 교통약자에게 대중교통 복지를 실현한다.
사모펀드 '먹튀' 근절…버스회사도 허리띠 죄기
시내버스 재정지원 방식을 개편해 재정 부담도 완화한다. 운송수지 적자분을 정산 후 전액 보전하던 '사후정산제'에서 다음 해 총수입과 총비용을 미리 정해 차액만 지원하는 '사전확정제'로 전환한다.
인건비와 연료비를 많이 써도 모두 실비로 보전해 주는 정산 방식 역시 상한선을 정해 보전해 주는 '표준단가 정산제'로 바꾼다. 서울시는 운수회사가 자발적인 수입 증대와 비용 절감 등 경영혁신에 힘을 쏟을 것으로 기대했다. 연간 약 500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추산했다.
사모펀드 등 민간 자본이 시내버스 회사를 인수해 발생할 수 있는 공공성 훼손 우려도 해소해 나간다. 알짜 자산매각 후 단기간에 운수업계를 청산하는 이른바 '먹튀'를 원천 차단할 계획이다. 외국계 자본에 재매각하거나 최초 진입 후 5년 내 재매각할 경우 회사평가에서 5년간 200점을 감점한다.
현재 차파트너스 등 자산운용사가 서울 시내버스 회사 6곳을 인수한 상황이다. 앞으로는 사전심사제도를 도입해 민간 자본의 진입을 엄격히 제한한다. 이미 진입한 민간 자본에 대해서는 배당수익을 제한하고 회사채 발행 시 사전 신고를 의무화해 과도한 수익 추구가 불가능한 구조를 확립한다.
서울시는 지난 1월부터 버스 조합 등 관계자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내년부터 노선 전면 개편 및 사전확정제 실시를 위한 제도 정비를 추진할 계획이다. 민간 자본 종합관리 대책은 올해 10월부터 도입된다. 재정지원 구조혁신은 2026년 초, 노선체계 전면 개편은 2026년 상반기부터 추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