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강 벨트를 중심으로 건설업계 도시정비사업 수주전이 격화하고 있죠. 하반기 시공사 선정을 앞둔 '성수전략정비구역 제1지구(성수1지구)' 주택재개발정비사업에도 시선이 쏠립니다.
이곳은 현대건설과 GS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 3개사가 수주전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현대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이 다른 대형 랜드마크급 격전지에서 각각 유리한 고지를 점하거나 수주에 성공한 게 최근 변수로 꼽히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GS건설만 '전력투구'가 가능한 상황이 됐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현대건설, GS건설, HDC현대산업개발은 이달 성수1지구 재개발조합에 시공사 선정 입찰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합니다.
성수1지구 재개발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 72-10 일대 19만4398㎡ 부지에 총 3014가구의 아파트와 부대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입니다. 예상 사업비가 2조원에 달하는 대형 사업이죠.
한강과 맞닿은 데다 서울숲도 성수전략정비구역 4개 지구 중 가장 가까워 입지와 사업성이 가장 뛰어난 곳으로 평가받습니다. 사업 규모 또한 4개 지구 중 가장 크고요.
사업속도도 가장 빨라 성수전략정비구역 일대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대형사들이 군침을 흘리는 가장 큰 이유죠. 현대건설과 GS건설이 일찌감치 나섰고, HDC현대산업개발도 가세하면서 수주전도 본격화하는 양상입니다.
다만 본격적인 수주 경쟁이 펼쳐지기 전 묘한 변수가 생겼습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22일 포스코이앤씨와 경쟁 끝에 사업비 약 1조원 규모에 달하는 서울 용산구 일대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재개발을 따냈습니다. 정경구 대표가 직접 현장을 찾아 챙길 만큼 HDC현대산업개발이 역점 사업지로 꼽았던 곳입니다.
현대건설은 전사적 역량을 집중해 온 강남구 압구정2구역 재건축 수주전에서 갑작스레 유리해졌습니다. 당초 유력한 경쟁자로 예상된 삼성물산이 '불참'을 선언하면서입니다. 공사비는 2조7500억원로 국내 재건축 사상 최대 규모고, 압구정지구에서 가장 빠르기도 한 정비사업지입니다.

양사가 모두 목표로 했던 랜드마크급 대형 사업지를 따내거나 수주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GS건설이 상대적으로 성수1지구에 더 집중할 여건이 마련됐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GS건설은 사활을 걸고 나서고 있어 조합원들에게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다른 두 회사는 수주 물량이 확보된 만큼 사업성을 저해하는 수준의 제안을 무리하게 내놓진 못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비사업 시장에서 '자이' 브랜드를 앞세워 맹위를 떨쳤던 GS건설은 지난 2023년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이후 수주 실적이 주춤했습니다. 2021년 5조1437억원, 2022년 7조1476억원으로 2년 연속 10대 건설사 중 2위에 올랐던 GS건설은 2023년 1조5878억원, 2024년 3조1097억원으로 각각 6위, 4위에 머물렀습니다. 특히 이 시기 서울에서도 '최상급지'로 꼽히는 한강변 일대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곳 성수1지구는 GS건설에 의미가 남다른 사업지입니다. 한강변 일대 랜드마크급 단지로 '화려한 복귀'를 알릴 수 있는 입지라서입니다. GS건설은 성수1지구 조합이 설립되기 전부터 일찌감치 이곳을 관심 있게 지켜봐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업 조건도 가장 먼저 제시하면서 조합원 마음 사로잡기에 나섰습니다. GS건설은 '프리츠커상 수상자'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설립한 건축 설계사무소, 초고층 랜드마크 건축물 종합설계를 수행한 엔지니어링 기업 '에이럽(ARUP)'과 손잡고 성수1지구에 특화 설계를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GS건설 관계자는 "성수1지구 정비사업은 한강변에 위치해 서울에서도 좋은 입지와 사업성을 가진 곳으로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던 사업장"이라며 "특히 글로벌 엔지니어링기업과 초고층 기술 협력, 세계적인 설계사와 협업 등을 통해 성수1지구를 단순한 주거공간을 넘어 도시의 랜드마크로 탈바꿈 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현대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 또한 약 2조원 규모에 달하는 한강변 대형 사업지를 쉽게 내주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양사 모두 상반기 정비사업 누적 수주액 각각 5조원, 2조원을 넘어선 만큼 성수1지구까지 삼켜 '역대급 실적'을 노린다는 포부입니다.
현대건설은 성수1지구 전담 조직을 구성하고 글로벌 건축 디자인 회사와 협업해 한강 조망을 극대화한 설계를 적용할 예정입니다. HDC현대산업개발 또한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수주 당시 활용했던 '디벨로퍼형 사업'을 성수1지구에 제안해 조합 수입 극대화에 초점을 맞춘다는 계획입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성수1지구에 한강 조망·문화·휴식 주제로 맞춤형 사업을 준비해 조합원들에게 최상의 상품과 사업조건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도시의 문맥을 고려한 기획을 바탕으로 주거·상업·문화 콘텐츠를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방식을 성수1지구에 도입할 것"이라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