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엔지니어링이 지난해 단행한 대규모 '빅 배스(Big Bath, 잠재부실 손실인식)'에도 불구하고 올해 3분기 해외 사업장에서 또 큰 일회성 손실을 냈다. 1700억원에 달하는 손실 인식에도 적자를 피한 것이 위안거리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계속해서 효율화 작업을 통해 매출원가율을 낮추고 있으나 미래 매출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수주잔고가 줄고 있다. 주택 관련 수주를 재개하지 않는다면 매출액을 다시 일으키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엔 폴란드 손실, 간신히 흑자
13일 현대건설에 따르면 이 회사의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올해 3분기 매출액은 3조3141억원, 영업이익은 19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잠정 집계 실적으로, 오는 14일 3분기 경영 실적 확정 시점에서는 달라질 수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매출액은 지난해 동기와 비교하면 12.5% 줄었다. 영업이익은 63.4% 급감했다. 영업이익률도 1.4%에서 0.6%로 낮아졌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실적이 나빠진 배경에는 해외 사업장에서 발생한 본드콜(계약이행보증금 청구)이 있다. 특히 2019년 수주한 1조5400억원에 수주한 폴란드 석유화학 플랜트 '폴리머리 폴리체(Polimery Police) PDH/PP 현장'에서 1700억원의 본드콜이 발생했고 손실로 반영됐다. ▷관련기사: '잇단 본드콜에 사고비용도'…현대엔지니어링 재무 영향은?(8월19일)
현대엔지니어링은 말레이시아 전력플랜트 현장에서 본드콜도 있었으나 이는 아직 재무상에 반영하지 않았다. 향후 실적에 부담 요인이 남은 것이다.
다만 현대엔지니어링은 일부 플랜트 현장에서 수익성 개선 작업을 통해 흑자를 유지했다. 관련 현장 계약 변경 보상이 이뤄지면서 700억원 안팎의 일회성 이익이 반영된 결과다.
아울러 현대엔지니어링은 원가율을 낮추며 수익성을 키우려 하고 있다. 신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일회성 요인을 제외했을 때 현대엔지니어링의 플랜트·인프라 매출총이익률(GPM)은 7%대, 건축·주택은 9%대, 기타 부문은 10%대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앞서 상반기에는 플랜트와 인프라가 6.6%, 건축·주택 7.3%, 기타 6.5%를 고려하면 추가적인 개선이 이뤄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감 없으니 인력 효율화 집중
현대엔지니어링은 내년부터 일회성 비용 요인 제거에 따른 수익성 반등이 기대된다. 다만 지난 4월부터 주택과 인프라 신규 수주를 중단하면서 일감 확보가 더뎌 외형 성장에는 제한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올해 9월 말 기준 수주 잔고는 26조9719억원이다. 6월 말 기준으로 30조4936억원의 일감이 있었으나 3개월 새 4조원 가까이가 빠진 셈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수주액이 5조3346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36.9%가 줄었다. 5조2248억원에 달했던 건축·주택 수주가 28.4% 준 3조7420억원에 그친 탓이다. 또 플랜트·인프라 신규 수주는 2조3202억원에서 71.1% 급감한 6690억원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일감이 줄자 조직 효율화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플랜트사업본부 직원 2000명 중 약 1000명을 대상으로 유급 순환 휴직을 시행한다고 직원들에게 통보했다. 유급 순환 휴직은 이달 1일부터 6개조로 나눠 6개월간 한 달씩 이뤄진다는 게 현대엔지니어링의 설명이다. 유급휴직 대상자의 월급은 총액의 70%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구조조정 개념은 아니다"라면서 "향후 회사가 계획한 수주가 이뤄지고 현장 가동률이 높아지면 다시 정상적으로 인력을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