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부진으로 고전하는 유통업체들이 올해 막바지 할인판매에 들어갔다. 크리스마스 대목마저 놓치면 재고부담만 떠안은 채 새로운 한해를 맞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묻어 있다. 할인경쟁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구분이 없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온라인몰 등이 일제히 '쌉니다, 싸요'라고 외쳤다.
◇ 또 등장한 깜짝할인, 금가는 가격정책
이마트는 18일부터 오는 24일까지 생필품 2000여개 품목을 최대 50% 할인가격에 판매한다고 밝혔다. 이마트는 이날 '연중최저가, 확실히 절약됩니다'라는 신문광고를 내보냈다. 올 한해 라면·세제·기저귀 등 주요 생필품을 판매할 때 매긴 가격을 일일이 살핀 뒤 가장 낮은 가격을 골라 그 가격에 판매하는 것이다. 농심 안성탕면(2350원), 백설 진한 참기름(3650원)이 그런 예다.
이 같은 깜짝할인은 이마트가 추구해온 가격정책과 배치된다. 평소에는 비싼 가격에 팔다가 일시적으로 싸게 팔면 당장은 소비자들을 불러모으는 효과가 클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일이 쌓이고 쌓이면 대형마트가 책정한 가격에 불신이 생기기 마련이다. 눈치 빠른 고객은 행사기간만 기다려 구매를 미루고, 가격에 대한 신뢰가 훼손됐기 때문에 고객들의 충성도가 떨어진다. 이마트는 이를 바로잡으려고 2010년부터 좋은 상품을 항상 싸게 파는 것을 모토로 '신가격정책'을 추진해왔다. '상시저가(ELDP·Every Day Low Price)' 정책도 더욱 강화했다.
하지만 소비침체로 지갑을 닫는 이들이 늘면서 이 같은 정책에 금이 갔다.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한달간 초대형 바캉스 행사를 연 이마트는 곧바로 추석 행사에 들어갔고, 지난달에는 '한달 내내 블랙 프라이데이'이라는 이름의 대형 할인행사를 개최했다. 이 행사가 끝난지 3주만에 또다시 '연중 최저가' 행사에 나선 것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불황과 경기위축으로 판매촉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 이마트는 18일부터 24일까지 주요 생필품 2000여개 품목을 연중 최저가에 판매하는 행사를 실시한다. 사진은 이마트의 18일자 신문광고. |
◇ 백화점도 가구점도 '할인 또 할인'
고가의 명품으로 자존심을 세워왔던 백화점도 불황 앞에 무릎을 꿇었다.
연중 세일이라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로 세일기간은 길어졌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해외직구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매출증가세가 뚝 떨어졌다. 롯데백화점·현대백화점·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들의 올 겨울 정기세일 매출은 1~2% 늘어나는데 그쳤다. 지난해 신장률(5~8%)을 한참 밑도는 수치다. 이에 따라 롯데백화점은 지난 17일부터 '롯데 스페셜 블랙위크'라는 행사을 열고 있다. 할인율이 최대 90%에 달하는 특가행사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소비심리를 회복시키고 겨울상품의 재고부담을 덜기 위해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가구업체 이케아와 싸워야하는 가구업체들도 할인전에 가세했다. 현대리바트는 150여개 매장과 현대리바트몰에서 '굿바이 2014 시즌오픈전'을 진행한다. 서랍박스와 식탁 등 1100여개 제품을 20~60% 할인 판매한다. 회사측은 "약 200억원 규모의 행사로 역대 최대규모"라고 전했다. 11번가도 오는 28일까지 가구, 침구, 인테리어 소품 등을 최대 70% 가량 할인 판매하는 기획전을 열고 있다.
◇ `소셜`의 급부상, 온라인몰도 무한경쟁
최근에는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할인판매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12일 백화점과 홈쇼핑, 가전양판점 등 토종 온라인몰 10여곳이 모여 공동으로 반값 할인전을 실시한 것도 해외직구와 소셜커머스에 고객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방어적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다.
티몬은 이달 1일 몬스터세일 시작 이후 전월대비 40%의 매출성장률을 보이며 역대 최대 매출을 갈아치웠고, 쿠팡은 지난달 월거래액이 2000억원을 넘었다. 위메프는 명품주방식기 매출이 2배 증가하는 등 소설커머스가 새로운 명품구매채널로 인식되면서 가격할인을 앞세워 추가적인 고객확보에 나섰다.
한편으로는 경기침체, 온오프라인의 무한경쟁에 따라 유통업체들이 더욱 적극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세현 칸타월드패널 대표는 "소비자들은 구매결정을 위해 가격비교뿐 아니라 시간·편리함·상품의 특색·새로운 경험 등 다양한 요인들을 고려한다"며 "채널간, 업태간 경쟁현황을 더 신속하게 파악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