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부터 맥주와 소주 시장 점유율은 ‘비밀’이 됐다. 한국주류산업협회가 과열경쟁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점유율을 집계하지 않으면서다. 매달 발표되는 성적표에 일희일비하던 주류회사들은 홀가분해졌지만, 국내 주류 시장의 흐름을 읽을 수 없어 답답해진 측면도 있다.
이 가운데 롯데칠성음료가 사업보고서에 ‘비밀’을 공개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사업보고서나 분기보고서는 회사의 재무상황이나 경영실적이 담긴 공식 문서다. 금융위원회나 한국거래소에 제출하면,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일반 투자자들이 볼 수 있다. 그만큼 공신력을 가진 자료다.
▲ 소주 시장 점유율 추정치(%). 롯데칠성음료가 사업보고서에 공시한 소주 점유율을 토대로 하이트진로와 무학 점유율을 추산했다. |
5일 롯데칠성음료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 이 회사의 소주 시장점유율은 17.1%(출고량 기준)이다. 롯데칠성음료는 한국주류산업협회가 점유율을 공개하지 않은 2013년 2월 이후에도 꾸준히 점유율을 담은 보고서를 공시하고 있다. 롯데 소주 점유율은 15.1%(2012년), 15.4%(2013년), 16.5%(2014년) 등 매년 증가 추세다.
회사 관계자는 “보고서에 소주 점유율이 왜 들어갔는지 파악해봐야 알겠지만, ‘처음처럼’의 규모 확대에 가속도가 붙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저도주 트렌드에 맞춰 신제품을 출시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롯데는 2006년 알코올 도수 20도 ‘처음처럼’을 출시했다. 당시 소주 제품의 도수는 21도가 대세였다. 경쟁사 하이트진로의 ‘참이슬’과 경쟁하듯 도수를 낮추고 있다. 롯데는 지난해에만 18도(2월), 17.5도(12월)로 두 차례 '처음처럼' 도수를 낮췄다. ‘처음처럼’은 현재 ‘참이슬’(17.8도) 보다 순하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순하리 처음처럼’은 소주 시장 점유율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유자 과즙이 첨가된 ‘순하리 처음처럼’은 주세법상 소주가 아닌 제재주(리큐르)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업계 1위 하이트진로와 3위 무학은 한국주류산업협회 방침에 따라 사업보고서에도 점유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롯데칠성음료의 점유율을 기반으로, 다른 업체 점유율을 추정할 수는 있다. 롯데칠성음료의 지난해 소주부문 매출은 3371억원, 출고량 기준 점유율은 16.5%였다. 이를 기반으로 지난해 소주 부문 매출 9637억원을 거둔 하이트진로의 ‘참이슬’ 점유율은 47.2%라는 계산이 나온다. ‘좋은데이’로 유명한 무학은 12.9%로 추산된다.
롯데칠성음료 17.1%(매출 866억원)을 기준으로 추산한 올 1분기 소주 점유율은 하이트진로 46.1%(2336억원), 무학 11.6%(587억원)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경쟁 업체의 출고량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점유율을 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롯데가 어떻게 점유율을 자체적으로 산출했는지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주류산업협회 관계자는 “2013년 2월부터 소주와 맥주의 시장 점유율을 집계하지 않고 있다”며 “기업에 제공하는 정보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롯데 측 정보망을 이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정확하지는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