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이 대규모 부실을 숨긴 것으로 전해지면서, 시장이 충격에 빠졌다. 올해 2분기에 조(兆) 단위의 대규모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주가는 하한가로 추락했고, 워크아웃설이 나돌고 있다.
최소 2조원대에 이를 부실은 자산에 숨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바로 자산의 한 계정인 미청구공사다. 미래 수익의 원천인 자산이 늘면 재무적으로 좋은 신호이지만, 미청구공사 급증은 그 반대다.
미청구공사는 발주처에 청구하지 못한 공사대금이다. 매출채권과 마찬가지로 회계상 자산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발주처는 조선사에 지급해야할 채무(부채)로 인식하지 않는다. 조선사와 발주처 사이의 ‘미스매치’(불일치)다. 돈 줄 이(발주처)는 생각도 하지 않는데, 돈 받을 이(조선사)가 김칫국을 마시는 격이다.
미청구공사는 매출채권보다 떼일 가능성이 높고 회수 기간도 오래 걸린다. 그런데도 대손충당금도 쌓지 않는다. 여러모로 위험 자산인 셈이다.
본지는 작년 말 대우조선해양의 미청구공사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업계에서 대우조선해양의 부실 은폐 의혹은 꾸준히 제기돼왔지만, 언론을 통해 최초로 공론화됐다. [회계톡톡]현대건설·대우조선, 어닝쇼크 '뇌관' 터질라
당시 대우조선해양의 미청구공사는 6조9960억원(2014년 9월 기준). 이는 현대중공업(6조7710억원), 삼성중공업(4조9738억원) 등 경쟁사 미청구공사에 비해 높은 수준이었다. 그나마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어닝쇼크’를 이미 겪은 뒤였다.
조선과 건설업계 어닝쇼크는 미청구공사를 통해 어느정도 예견할 수 있다. 2013년 어닝쇼크가 터진 GS건설은 어닝쇼크 전인 2010년 8000억원이던 미청구공사가 2012년에 2조원을 넘어섰다. 겉으론 자산이 늘었지만, 속은 곪은 것이다.
작년 9월 이후 대우조선해양의 부실 뇌관은 더욱 위험해졌다. 7조3959억원(2014년 12월), 9조4149억원(2015년 3월) 등 반년만에 미청구공사 대금은 급증했다. 올 3월 대우조선해양 총 자산은 21조6162억원. 자산의 절반가량이 부실 자산인 셈이다. 대우조선해양의 미청구공사는 삼성중공업 (4조7990억원)의 2배에 이른다.
조선업계뿐 아니라, 건설업 회계장부에서도 미청구공사는 유심히 살펴야 한다. 건설업계에서 미청구공사가 가파르게 느는 기업은 현대건설이다. 1조9886억원(2010년), 2조4206(2011년), 2조8305억원(2012년), 4조1085억원(2013년), 5조1011억원(2014년), 5조1355억원(2015년 3월) 등 현대건설 미청구공사는 매년 급증하고 있다.
미청구공사가 급증했던 GS건설과 대우건설, 삼성엔지니어링은 2013년에 이미 어닝쇼크가 터진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