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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왜 차남을 택했나

  • 2015.07.16(목) 21:52

경영능력 보인 신동빈에 힘 실어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롯데홀딩스 전 부회장은 연년생이다. 신 전 부회장이 1954년생으로 형이고, 신 회장이 1955년생으로 동생이다. 둘 다 사회생활은 롯데가 아닌 외부에서 시작해 33세가 되어서야 롯데그룹에 발을 들여놓은 공통점이 있다.

특이한 것은 장남인 신 전 부회장을 제치고 차남인 신 회장이 한국 롯데를 맡은 점이다. 일본보다는 한국에서의 사업확장에 무게를 둔 신격호(사진) 총괄회장이 그룹의 모태라는 상징성은 장남에게 주고, 한국 롯데는 추진력이 강한 차남에게 물려주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신 회장은 2010년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일본 롯데는 형님(신동주), 한국 롯데는 저로 오래전에 정해져 있었다"며 승계문제와 관련한 교통정리가 사실상 끝났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공식은 신 전 부회장이 일본 내 주요 자리에서 전격 경질되면서 5년만에 깨졌다.

신 전 부회장의 해임이유와 관련해 갖가지 설이 있지만 경영 능력만큼은 차남인 신 회장이 뛰어났다고 신 총괄회장이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은 2011년 각각 한국 롯데그룹 회장과 일본 롯데의 핵심회사인 롯데상사 대표에 취임했다. 두 형제의 경영능력을 시험해본 뒤 그룹을 누구에게 넘겨줄 것인지 가늠해보려 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신 회장은 하이마트 인수를 비롯해 굵직한 인수합병으로 그룹의 덩치를 불렸다. 올해만 해도 국내 렌터카시장 1위인 KT렌탈을 인수했고, 미국에선 130여년의 역사를 가진 '더 뉴욕 팰리스 호텔'을 사들였다.

평소 차분하고 말수가 적은 것으로 알려진 신 회장이지만 사업적으로는 적극적인 면모를 보인 것도 신 회장이 높은 평가를 받은 배경으로 꼽힌다.

 

신 회장은 신 총괄회장의 탐탁지 않은 반응에도 불구하고 2006년 롯데쇼핑의 상장을 성사시켜 사업확장을 위한 실탄을 마련했다. 신 회장이 롯데정책본부장을 맡으면서 그룹 경영의 전면에 등장한 2004년 이후 롯데그룹이 인수한 기업만 30여개로 인수금액은 9조원에 달한다. 매출액도 2004년 23조원에서 2013년 83조원을 넘어섰다.

 

▲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지난 5월22일 오후 롯데월드타워 공사 현장을 방문해 관련 설명을 듣고 있다. 검은색 양복을 입은 사람이 신 총괄회장이다.


신 총괄회장의 숙원사업인 롯데월드타워의 완공을 위해 그룹의 역량을 한 명에게 몰아줄 필요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지난해 10월 롯데월드타워의 쇼핑시설인 롯데월드몰을 열었지만 크고 작은 사고에 휩싸여 사업추진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5월 신 총괄회장이 공사현장을 직접 방문한 것도 롯데월드타워의 상징성을 알리고 차남인 신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이번에 신 회장이 일본 사업을 맡으면서 그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질 전망이다. 한국내 사업을 챙기며 정체상태에 빠진 일본 롯데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까지 맡았기 때문이다. 연간 30회 이상의 해외출장을 다니며 해외를 둘러보는 신 회장에게는 또한번의 시험이 남아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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