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1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 신격호 총괄회장 집무실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이명근 기자 qwe123@ |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경영권 분쟁의 전면에 나섰다.
신 총괄회장은 16일 오후 서울 롯데호텔 34층 자신의 집무실에서 기자들을 만나 "한국 풍습을 봐도 후계자는 장남이 되는 게 당연하다"며 "둘째가 그리 해봤자 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신 총괄회장의 장남은 신동주 롯데홀딩스 전 부회장, 차남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다. 신 전 부회장은 경영권 분쟁에서 밀려난 뒤 이달초 자신의 이름을 딴 'SDJ(신동주의 이니셜)코퍼레이션'이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그는 이날 오후 4시를 기점으로 아버지 집무실에 대한 관리를 자신이 맡겠다며 롯데호텔 34층을 찾았다. 이를 취재하려 기자들이 모여들자 신 전 부회장은 신 총괄회장과 기자들간 직접 면담을 주선했다. 이날 인터뷰는 오후 5시40분과 5시50분 각각 5분씩 두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신 총괄회장이 여러 기자들과 직접 만난 건 경영권 분쟁 이후 처음이다. 그는 장남인 신동주 롯데홀딩스 전 부회장측이 제공한 동영상이나 녹취록, 사진 등에서 간접적으로 자신의 의중을 알렸으나, 이날은 신 전 부회장측과 함께 집무실을 방문한 기자들을 만나 자신의 건재를 드러냈다.
신 총괄회장은 건강이 어떠냐는 질문에 "아주 좋다"고 답했다. 그간 건강이상설이 돌았던 신 총괄회장은 상대방의 말을 곧바로 알아듣는데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의사소통을 하는데는 큰 지장이 없었다. 최근 신 전 부회장측이 언론사에 제공한 동영상에서도 신 총괄회장은 귀에 보청기를 꽂고 사람들을 대하는 장면이 공개된 적이 있다. 이날은 보청기를 착용하지 않았다.
신 총괄회장은 여러 차례 장남이 롯데그룹의 후계자라는 점을 언급했다. 차남을 용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건 당연히 용서해야죠. 아무 것도 아닌데 큰 일이 됐다"고 말했다.
신 총괄회장이 언론에 직접 모습을 드러내면서 그를 둘러싸고 제기된 건강이상설은 상당부분 불식될 것으로 보인다. 신 총괄회장의 의중이 장남에게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이에 대해 소진세 롯데그룹 대외협력단장은 "신 총괄회장이 고령이고 심신이 허약하기 때문에 오늘 상태만으로는 단정할 수 없다"며 "일시적이고 단기적인 상황에서 있었던 일로, 어떤 것이 진실인지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신 총괄회장이 이날 장남 지지를 공개적으로 선언하면서 롯데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장남과 차남의 다툼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으로 빠져들 전망이다. 현재 한일 롯데그룹을 지배하는 곳은 일본 롯데홀딩스로 신 회장은 롯데홀딩스 주주 과반 이상의 지지를 받아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하지만 신 전 부회장이 최근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인 광윤사(지분 28.1%)에 대한 지배력을 확고히 한 데 이어 '아버지의 뜻'을 내세워 캐스팅보트를 쥔 종업원지주회(27.8%) 설득에 나설 방침이라 신 회장의 경영권이 위협받을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광윤사와 종업원지주회만 잡으면 신 전 부회장은 롯데홀딩스의 지분 절반 이상을 확보,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다.
롯데그룹은 이와 관련해 공식입장 자료를 내고 "롯데는 투명하고 건실한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기업 지배구조 개선, 투명성 강화, 기업문화 개선, 사회기여 확대 등을 국민들과 약속했다"며 "현재 롯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이를 지켜나가는 일이며, 소모적인 논란을 중지해야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낮 신 전 부회장은 ▲신 총괄회장의 집무실에 배치된 롯데측 직원 해산 및 CCTV 철거 ▲신 총괄회장이 승낙한 자와의 통신·방문 방해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통고서를 신동빈 회장 측에 보냈다.
신 총괄회장의 서명이 적혀있는 통고서에는 ▲본인(신 총괄회장)의 원대복귀 ▲신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의 전원해임 ▲건강이상설 등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즉각 중단 등을 요구하는 내용도 포함돼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