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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케미칼 책임있다' vs '가습기살균제로 쓸줄 몰랐다'

  • 2016.04.27(수) 08:00

임흥규 환경보건시민센터 팀장 "독성 알면서 판매 방관"
SK케미칼 "도매상에 원료공급만..옥시측 판매와는 무관"

▲임흥규 환경보건시민센터 팀장 [사진=김성은 기자]

  

"SK케미칼은 가습기 살균제 판매업자인 옥시 뒤에 숨어 면죄부를 받은 듯한 인상입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2011년부터 피해자들과 함께 대책을 논의하고 있는 환경보건시민센터 임흥규 팀장은 지난 25일 인터뷰에서 "최근 옥시레킷벤키저(옥시) 등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업체를 대상으로 검찰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것과 관련, 원료 제조사인 SK케미칼 역시 본격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임 팀장은 "SK케미칼은 지난 1994년 가습기 살균제를 최초로 개발한 회사"라면서 "인체에 유해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PHMG)를 넣은 원료를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에 공급했다"고 주장했다.


SK케미칼의 전신인 유공은 당시 PHMG를 함유한 원료를 카페트 첨가제 용도로 만들어 정부에 유해성 심사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후 용도가 바뀌어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에 원료가 공급됐지만, 정부는 당시 용도 변경시 유해성 심사규제가  없다는 이유로 이 원료에 대한 심사를 거치지 않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또 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 따르면 당시 PHMG는 '유독물'이 아닌 '물질'로 국립환경연구원에 등록돼 있었다.

 

이에 대해 SK케미칼 측은 입장이 다르다.

 

업계에 따르면 SK케미칼은 러시아 한 화학업체의 특허기한이 만료되면서 PHMG가 포함된 물질을 만들긴 했지만, 이를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에 직접 공급하진 않았다는 입장이다. PHMG가 포함된 화학물질을 별도의 도매업자에게 공급했고, 이후 도매업자가 옥시 측이 가습기 살균제 제조를 의뢰한 한빛화학에 판매했던 것이라는 설명이다.   

 

예를 들면 A 회사가 고무를 만들었다고 이를 B회사에 납품했다. B회사는 고무를 원료로 타이어를 만들어 자동차 회사에 납품했는데 소비자가 자동차 운행중 타이어 사고로 사망자가 발생했다면, 사망책임에 A회사가 포함될 수 없다는 논리다. 즉 SK캐미칼은 PHMG가 포함된 화학물질이 가습기살균제로 쓰일 줄 몰랐다는 뜻이다.

 

하지만 임 팀장은 SK케미칼이 이번 가습기 살균제 사태의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SK케미칼은 PHMG에 독성이 있어 사람이 흡입할 경우 인체에 해를 끼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PHMG를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 제품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데도 이를 그대로 방관했다"고 말했다. 임 팀장은 향후 제조·판매업체에 대한 검찰의 수사망이 좁혀지는 것과 동시에 SK케미칼에 대한 대응방안을 구체화시키겠다고 밝혔다.

임 팀장은 현재 국내외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기업에 대한 소송에 역점을 두고 피해대책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그가 속한 환경보건시민센터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을 모아 공동소송을 추진하고 있다. 또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옥시 제품 불매 운동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임 팀장은 "지난해 옥시가 아동구호 비 정부기구인 세이브더칠드런을 후원한다는 내용의 광고방송을 진행하는 것을 보고 피해자들이 기가 막혀 했다"면서 "한국에서는 아이들을 죽여놓고 해외아동을 후원한다는 것 자체가 옥시의 이중성으로 밖에 비춰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소비자들 사이에서 옥시제품 불매운동이 일어나고 있는데 대해 희망을 얻고 있다. 향후 영국 본사인 레킷벤키저에 대해서도 영국 현지 법률단체와 협력해 소송을 진행해 나갈 계획이다.

임 팀장은 "한국의 살균제 피해를 알리는 유튜브 영상을 제작하려고 준비 중이다"면서 "해외의 노동단체, 환경단체와 접촉해 관련 업체들에 대한 불매운동을 진행해 가습기 살균제 피해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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