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신영자 롯데재단 이사장이 면세점 입점비리 의혹에 휘말리면서 상장절차를 밟고 있는 호텔롯데의 기업가치가 1조6000억원 가량 허공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롯데홈쇼핑의 영업정지에 이은 악재가 겹치면서 새로운 롯데를 향한 신동빈 회장의 구상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롯데는 당장 호텔롯데의 상장 일정 재정비에 나섰다.
호텔롯데는 공모예정가를 기존 9만7000~12만원에서 8만5000~11만원으로 최저가액 기준 1만2000원 낮췄다고 7일 밝혔다. 지분 35%에 대한 공모총액(최저가 기준)은 기존 4조6419억에서 4조677억으로 5742억원 감소했다. 호텔롯데의 전체 기업가치로 환산하면 기존 13조2453억원에서 11조6067억원으로 1조6386억원이 증발하는 셈이다.
이번 호텔롯데 상장과정에 차질이 빚어진 것은 네이처리퍼블릭의 롯데면세점 입점을 둘러싸고 신 이사장의 비리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신 이사장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누나로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의 등기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2일 네이처리퍼블릭 측 브로커 한모씨가 신 이사장에게 로비자금을 건넸다는 의혹과 관련, 신 이사장 자택과 롯데면세점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호텔롯데는 증권신고서 정정공시에서 "수사 및 형사 재판 결과 최종적으로 유죄 판결이 확정될 경우 회사의 평판과 영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업계는 애초에 다소 높게 책정된 호텔롯데 공모예정가가 이번 신 이사장의 사건을 계기로 대폭 할인된 것으로 보고 있다. 호텔롯데측은 "시장친화적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공모가밴드에 대한 할인율을 확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의 다른 계열사들이 각종 논란에 휩싸인 것도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호텔롯데의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마트는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롯데홈쇼핑도 재승인 심사과정에서의 문제로 인해 오는 9월부터 황금시간대 방송 중단 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호텔롯데는 이날 공모가액 조정과 함께 상장일정을 3주일 가량 미룬다고 밝혔다. 당초 상장을 앞두고 수요예측(15~16일), 청약(21~22일) 등 절차를 거쳐 6월 중 상장을 추진할 예정이었으나 오는 7월로 상장 계획을 변경했다. 이에 따라 호텔롯데는 내달 6~7일 수요예측에 이어 12~13일 청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호텔롯데 측은 "상장은 그룹 차원의 핵심과제이자 성장전략으로 일정이 다소 늦춰지기는 했으나 계획대로 진행될 것"이라며 "이번 공모자금으로 국내 면세사업장 확장, 해외 면세점 신규 오픈 등 면세사업 확대와 호텔사업에 집중 투자해 글로벌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성장동력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추후 신 이사장의 면세점 입점 비리가 사실로 확정될 경우 신 이사장은 호텔롯데는 물론 롯데쇼핑, 롯데건설 등 롯데그룹 주요 등기임원직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 이사장이 현직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그간 투명경영을 강조해온 신 회장의 진정성에 의구심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신 회장은 "인사는 주주총회와 이사회의 결정사항이며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고 투명 경영을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잇단 악재로 올해 하반기 예정된 롯데의 신규면세점 진출이 물거품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롯데는 지난해 말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사업권 획득에 실패했고, 이번에 재도전에 나설 예정이다.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최근 롯데그룹의 각종 악재가 올해 신규 면세점 특허 심사 과정에서 감점 요인으로 작용해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