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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일본으로 넘어갈라' 불안감 휩싸인 롯데

  • 2016.09.27(화) 15:41

신동빈 구속시 경영공백 우려
"日롯데홀딩스 입김 강해질 것"

▲ 지난 20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검찰은 횡령과 배임 혐의 등으로 신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설마했던 일이 현실화하면서 롯데그룹이 패닉 직전상황까지 몰렸다. 지난 26일 검찰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직후 롯데는 "영장실질 심사과정에서 성실히 소명한 뒤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리겠다"는 짧막한 입장문을 낸 뒤 깊은 침묵상태에 빠져들었다. 롯데 관계자는 "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전날 신 회장은 계열사 보고 등을 취소하고 법무팀과 함께 28일로 다가온 영장실질심사 준비에 들어갔다. 횡령과 배임혐의로 재벌총수가 구속된 사례는 종종 있었지만 롯데의 경우 신 회장 혼자만의 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게 그룹안팎의 관측이다. 이유는 롯데그룹의 독특한 지배구조 때문이다.

◇ 지분정리 안한 롯데, 결국 후폭풍

일본에서 사업을 시작한 신격호 총괄회장은 일본 롯데에서 돈을 들여와 한국에 사업기반을 마련했다. 그는 한일 양국을 오가며 셔틀경영을 했고, 두 아들(신동빈·신동주)에게 한국과 일본 롯데를 따로 맡겨 경영토록 했다.

문제는 신 총괄회장이 한일 롯데의 지분관계를 한덩어리로 얽어놓은 채 방치했다는데 있다. 현재 롯데는 일본 롯데홀딩스에서 시작해 한국의 호텔롯데와 롯데쇼핑 등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1960년대 이후 일본 롯데가 한국의 롯데제과와 호텔롯데 등에 출자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지배구조가 50여년 가까이 흐른 지금까지 남아있는 것이다.

창업자로서 신 총괄회장의 카리스마가 살아있을 땐 이 같은 지배구조가 커다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신 총괄회장이 고령으로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할 수 없는 국면에선 얘기가 달라진다. 현재 롯데홀딩스는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호텔롯데의 지분 93.8%를 보유 중이다. 롯데홀딩스를 누가 장악하느냐에 따라 한일 롯데의 주인이 바뀐다. 지난해 두 아들간 경영권 분쟁도 결국 롯데홀딩스을 장악하는 사람이 한일 롯데를 독식하는 구조였기 때문에 터진 일로 볼수 있다. 

◇ 취약한 지배력 탓 日주주들에 의존

신 회장이 한일 롯데를 아우르는 '원리더'가 됐음에도 롯데홀딩스 내에서 그의 지배력은 아직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원인은 총수로서 지분율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창업주의 직계임에도 신 회장의 롯데홀딩스 지분율은 1.5%에 불과하다. 지분 자체만 보면 '월급쟁이 회장'과 다름없다.

그런데도 신 회장이 한일 양국에 걸쳐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롯데홀딩스의 종업원지주회(27.8%)와 5개 관계사(20.1%), 임원지주회(6.0%) 등의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롯데홀딩스의 종업원지주회 등은 경영권분쟁 이후 열린 3차례의 주총에서 모두 신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신 회장이 구속되면 이 같은 지지기반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일본에선 최고경영자가 비리혐의로 영장만 청구되더라도 자진사퇴나 해임 등의 형식으로 최고경영자가 자리에서 물러나는 게 관행이다. 여기에 경영권 분쟁에서 패한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공세를 강화하면 종업원지주회 등도 신 회장에 대한 지지명분이 약해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롯데 내부사정에 밝은 재계 관계자는 "신 회장의 지분이 워낙 미미한 점을 감안하면 전혀 가능성 없는 시나리오는 아니다"라며 "재계 5위의 그룹이 일본인 경영진 몇몇의 손에 좌우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는 롯데홀딩스의 지배력을 차단하는 방편의 일환으로 호텔롯데를 상장해 일본 롯데의 지분을 낮추려 했지만 지난 6월 시작된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로 이 역시 물거품이 됐다.

 

▲ 한국 롯데의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는 일본 롯데홀딩스가 대부분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신 회장이 구속되면 한국 롯데에 대한 일본인 주주들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사업확대 올스톱, 경영공백 가능성까지

현재 롯데는 신 회장의 구속만은 피해야 한다는 절박함을 호소하고 있다. 그룹의 2인자인 이인원 부회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데 이어 신 회장마저 자리를 비울 경우 18만명이 종사하는 그룹 경영이 공백상태에 빠져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한 지난 6월 이후 롯데의 사업확대에는 급제동이 걸렸다. 롯데케미칼은 인수제안서까지 냈던 미국의 화학기업인 액시올사 인수를 철회했고, 롯데호텔은 프랑스 파리와 체코 프라하 지역의 호텔 인수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신 회장의 구속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특허권 획득도 무산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롯데 관계자는 "검찰이 내놓는 혐의내용을 보더라도 신 회장 개인적인 비자금 조성이나 횡령과는 거리가 먼 사건"이라며 "법원이 이 같은 점을 고려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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