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롯데그룹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10년 롯데가 인수한 중국 홈쇼핑업체 럭키파이(Luckypai)에 석연치 않은 의문점들이 제기되고 있다.
인수 당시 롯데 측은 럭키파이가 상하이, 충칭, 산동 등 중국 내 6개 지역의 홈쇼핑 방송 라이선스를 확보하고 있는 회사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확인결과 럭키파이는 중국 각 지역 홈쇼핑 회사들의 지분 일부를 보유한 투자회사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롯데가 조세회피지역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 롯데홈쇼핑코(Lotte Home Shopping Co., Ltd. 이하 LHSC)를 통해 1900억원에 럭키파이 지분 100%를 인수하고도, 현재는 상품소싱 담당 주재원만 남겨둔 상황여서 인수배경에 의구심이 들고 있다.
롯데가 인수한 럭키파이는 그후 5년 만에 1600억원 넘는 손실을 내는 부실 기업으로 전락한 상태다.

▲ 이명근 기자/qwe123@ |
◇ 순손실 1643억 왜?
14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의 해외 종속회사 LHSC는 지난해 당기순손실 1643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은 2014년 368만원에서 1년 만에 1600억원 넘게 급증했다. 매출은 2014년 500억원에서 지난해 363억원으로 1년새 27.4%(137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LHSC가 대규모 손실을 낸 것은 영업권에 대한 손상차손이 발생하면서다. 영업권은 M&A과정에서 매물의 순자산(자산에서 부채를 뺀 값)보다 비싸게 산 '웃돈'(프리미엄)을 말한다. 영업권은 회계적으로 무형자산으로 잡는데, 영업권이 제값을 하지 못하면 자산이 손실로 바뀌는 손상차손이 일어나게 된다.
롯데의 경우도 2010년 럭키파이를 1900억원에 인수하면서 순자산 가치보다 비싸게 산 1208억원을 영업권으로 인식했다. 럭키파이가 중국 3위 홈쇼핑 회사로 상하이 등 300여곳에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는 점에 후하게 가격을 쳐준 것이다.
하지만 럭키파이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해지자 무형자산(영업권) 1208억원은 5년 만에 손실(손상차손)로 돌변했다. 이 과정에서 LHSC 자본은 2014년 1882억원에서 지난해 304억원으로 1년만에 1578억원이 급감했다.

▲김용민 기자/kym5380@ |
◇ 지분 91% 확보..홈쇼핑 아닌 홈쇼핑 투자사?
경영권도 문제다. 롯데는 럭키파이를 인수했지만, 실제 홈쇼핑 업체의 경영권은 온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LHSC 지분은 롯데쇼핑(16.02%), 롯데쇼핑홀딩스 홍콩(51.1%), 롯데홈쇼핑(24.03%) 등 롯데가 91.14%를 보유하고 있어 외견상 롯데가 지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잔여지분(8.86%)은 일본 이토추(伊藤忠) 상사가 갖고 있다.
하지만 실제 홈쇼핑 회사의 경영 주도권은 롯데가 아닌 기존 중국 경영진이 쥐고 있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현지 지역마다 홈쇼핑 운영 방송사가 있어, 실제 홈쇼핑 경영은 중국 쪽에서 하고 있다"며 "롯데는 직접 경영을 하지 않고, 운영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홈쇼핑 업계 특성상 홈쇼핑 경영을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럭키파이는 홈쇼핑을 직접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충칭·산둥·윈난 지역 홈쇼핑 3곳의 지분을 일부 보유하고 있는 중간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기업이나 정부가 이 3곳 홈쇼핑 업체 지분을 럭키파이보다 더 많이 가지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럭키파이가 중국 각 지역 홈쇼핑 회사들의 지분을 어느정도씩 보유하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또 롯데홈쇼핑은 2010년 럭키파이에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6명을 파견했지만, 현재는 상품 소싱만 담당하는 주재원만 남아 있는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롯데는 현지 사업파트너 일 뿐, 홈쇼핑 경영권은 가져오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롯데가 '중국에서 당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진행되고 있는 10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그룹 본사에서 검찰 관계자가 압수물품을 담을 박스를 옮기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
◇ 조세회피지역에 왜?
LHSC가 조세회피지역인 케이맨 군도에 설립된 점도 석연치 않다. 롯데쇼핑과 롯데홈쇼핑은 LHSC에 1900억원을 자금조달했고, LHSC가 이 자금으로 럭키파이를 인수했다. 한국에서 송금된 1900억원이 조세회피지역을 통해 중국으로 전달된 셈이다.
특히 롯데쇼핑의 국내외 68개 종속회사 가운데 조세회피지역에 설립된 회사는 LHSC가 유일하다. 이 가운데 럭키파이가 5년 만에 1600억원 넘는 손실을 내는 부실기업으로 전락했고, 홈쇼핑사의 경영권마저 확보하지 못하면서 이번 M&A나 투자에 대한 의구심이 생기고 있다.
실제로 최근 검찰은 롯데가 해외 기업들을 고가로 인수하는 과정에서의 회삿돈을 빼돌렸는지 혐의점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기업들은 조세회피지역에 유령회사를 만들어 탈세와 비자금 조성 창구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럭키파이는 단순한 투자 실패 사례로 봐야하는지, 아니면 M&A 과정에 무언가 다른 비하인드 스토리가 담겨있는지는 살펴봐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