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논란이 빚어진 이케아 말름(MALM) 서랍장 |
이케아가 해외에서 논란을 빚으며 리콜한 말름(MALM) 서랍장을 국내에선 지속 판매하고 있어 원성을 사고 있다. 이케아는 미국에서도 버티기 식으로 대응하다 추가 사망자가 발생하고 나서야 리콜을 결정했다. 때문에 국내에서도 '사람이 꼭 죽어야 리콜할 것이냐'는 목소리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나온다.
이케아코리아는 8일 자사 홈페이지에 '단단히 고정하세요!'라는 제목의 안내문을 올렸다. 이케아코리아는 "서랍장은 제품과 함께 제공되는 고정 장치를 활용해 벽에 고정할 경우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며 "해당 제품을 벽에 고정하는 것이 힘든 고객은 매장에서 환불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공식적인 리콜이라고는 밝히지 않았다.
이케아는 국내와 달리 미국과 캐나다에선 말름 서랍장 3600만개를 리콜한다고 지난달 발표한 바 있다. 지난 1989년 제품 판매를 시작한 후 3살 이하 유아 6명이 숨진 사고가 이번 리콜의 배경이 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유아 사망사고로 인해 비난 여론이 확산되자 자발적 리콜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리콜에 따르는 비용 부담이 커서 쉽사리 전세계 리콜을 결정하지는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말름 서랍장은 이케아의 대표 제품으로 알려졌다. 미국 경제지 포춘에 따르면 이케아의 말름 서랍장은 지난 13년간 전세계에서 약 6500만개 판매됐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말름 서랍장 6종의 평균가격(14만2633원)을 기준으로 단순히 따져보면 연간 700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앞서 이케아는 지난 2014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와 워싱턴에서 말름 서랍장으로 인해 2명의 유아가 사망한 사건이 벌어졌지만 리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포춘은 미국의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가 사건 발생 1년 후인 2015년 7월 이케아에 사실상 리콜이나 다름없는 '수리'를 명령했지만 이케아가 꿈쩍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케아는 유아가 숨진 사고가 발생한 미국과 캐나다 외의 지역에서는 해당 제품이 문제될 것 없다는 듯한 반응이다. 대신 제품을 판매할 때 '반드시 벽에 고정하라'는 문구를 함께 명시하고 있다.
이케아코리아 관계자는 "사고는 서랍장을 벽에 고정시키지 않은 경우에만 발생했다"며 "이케아가 자체적으로 시험을 한 결과 서랍장을 벽에 고정해 놓으면 매우 안전하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벽에 못박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만큼 환불보다는 소비자에 대한 제품 안내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불안하다는 반응이다. 일각에서는 '사람이 꼭 죽어야 리콜을 하느냐'는 비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소비자보호원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이케아에 해당 제품에 대한 자발적 리콜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지만, 이케아는 이를 거부하고 환불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보호원은 현재 해당 제품의 안전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내용의 요청서를 국가기술표준원으로 보낸 상태다.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는 "국내외에 서랍장과 관련한 안전규정이 있지만 강제적인 것은 아니다"라며 "제품에 안전문제가 불거질 소지가 있는지 조사해 안전규정을 마련하는 등의 방법을 마련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향후 이케아가 서랍장이 안전하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할 경우 소비자와 이케아 간에 적잖은 진통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안승호 숭실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는 "국내 소비자들은 해외에 비해 이케아가 비싸고 질좋은 브랜드로 여기는 성향이 있어서 제품으로 인해 인명피해가 발생한다면 업체의 신뢰도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가습기살균제 사태에서 보듯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소비자가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보상을 받기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