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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신동빈 회장의 새로운 숙제

  • 2016.10.25(화) 18:28

지난 10년 재계 5위로 키웠다면
이젠 '존경받는 기업' 만들어야

▲신동빈 회장(앞줄 가운데)과 롯데그룹 임원들이 25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대국민 사과문 발표회장에서 인사하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지난해 8월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며 고개를 숙인 신동빈 롯데 회장이 오늘 또 다시 고개를 숙였다. 지난해와 다른 것이 있다면 이날 발표회장에는 롯데그룹 계열사 대표 수십명이 함께 등장했다는 것이다. 이날 신 회장과 정책본부 주요 임원을 비롯해 23개 계열사 대표들은 사과문 발표를 전후해, 두차례 고개를 깊이 숙였다.

지난해 신 회장이 홀로 발표회장에 나서 사과문의 절반 가량을 롯데 지배구조에 대한 해명에 할애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지난해 촉발된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신 회장에게 지배구조 개편이 제1의 숙제였다면, 이날은 그룹의 사회적 책임 강화가 핵심 과제였다. 신 회장 뒤에 선 롯데 임원들은 발표가 진행된 20분여간 발표장에 모인 수십여대의 카메라 앞에 똑바로 서서 앞을 응시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롯데는 '양적인 성장'에 치중해왔던 그룹의 비전을 수정하겠다고 했다. 신 회장은 지난해 10월 롯데그룹의 '2020 비전'을 제시했다. 2020년까지 매출 200조원을 달성해 아시아 10대 글로벌 그룹으로 성장하겠다는 비전이다.

하지만 신 회장은 지난 6월 검찰의 대대적인 압수수색에서 시작된 롯데그룹 비리조사에서 '질적 성장'의 필요성을 체감했던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기업의 외형적인 성장에 집중한 결과 10년만에 그룹 매출을 3배 이상 끌어올리며 롯데를 재계 5위 기업으로 키워냈지만, 안으로는 내부 통제의 한계에 부딪치고 밖으로는 상생을 외면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데 부족함이 있었다"는 것이 검찰의 수사를 거치며 신 회장이 이날 내놓은 결론이다. 신 회장은 "개혁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자신이 직속으로 이끄는 '준법경영위원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도 신 회장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뒤 그룹의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며 '지배구조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발족했지만, 이 조직을 직접 맡아 운영하지는 않았다.

롯데 관계자는 "신 회장이 계열사를 포함해 그룹 전반의 준법 경영을 직접 관리하고 지휘하겠다는 의미에서 준법경영위원회를 이끌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신 회장의 '아픈 각오'는 성공할 수 있을까. 신 회장 앞에 놓인 새로운 숙제가 롯데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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