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1위인 롯데쇼핑이 고개를 숙였다. 반면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현대백화점은 경기침체 속에서도 선방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지난 9일 롯데쇼핑의 기업신용등급을 Baa2에서 Baa3로 하향조정했다. 이번 조정에 따라 롯데쇼핑은 이마트(Baa2)보다 낮은 등급을 받게 됐다.
Baa3는 투자적격등급의 맨 하단에 위치한 기업에 붙는 신용등급이다. 여기서 더 떨어지면 롯데쇼핑이 발행하는 해외채권 등은 투기등급으로 취급받는다.
무디스가 롯데쇼핑의 신용등급을 낮춘 것은 마트의 실적부진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롯데쇼핑은 크게 백화점 사업부문(롯데백화점)과 대형마트 사업부문(롯데마트)으로 나뉜다.
올해 들어 지난 9월까지 롯데백화점이 올린 매출은 6조266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1% 늘었다. 영업이익은 2970억원으로 5.2% 증가했다.
하지만 마트 사업에서 매출과 이익이 뒷걸음질했다. 같은 기간 롯데마트 매출은 6조4450억원으로 0.9% 줄었고, 영업손실은 870억원으로 전년(310억원 손실)보다 확대됐다. 해외사업에서 적자가 계속 발생한 영향이 컸다.
올해 들어 롯데마트가 해외사업에서 입은 영업손실은 890억원에 달한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가습기살균제 사태 등으로 국내 영업마저 타격을 입으면서 전체적인 적자폭이 확대됐다.
유완희 무디스 애널리스트는 "롯데쇼핑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한 것은 주요 사업부문의 지속적인 어려움으로 영업실적의 의미있는 개선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롯데쇼핑의 경쟁상대인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는 비교적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올해 3분기 실적이 예상을 웃돌면서 증권가의 기대감을 높였다.
신세계백화점의 3분기 매출은 1조88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7.4%, 영업이익은 370억원으로 42% 각각 증가했다. 서울 강남점과 부산 센텀점이 리뉴얼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실적을 끌어올리는 가운데 김해점 출점 영향으로 매출개선 속도가 가파르게 나타났다.
이마트는 오랜 침체를 끊고 반등 가능성을 보여줬다. 올해 3분기 매출은 3조6990억원, 영업이익은 2280억원으로 각각 6.1%, 6.4% 늘었다. 피코크를 비롯한 가정간편식의 성장과 트레이더스, 일렉트로마트, 노브랜드 등 이마트가 키우는 신성장동력이 실적을 끌어올렸다.
특히 지난해 1분기 깜짝 반등한 것을 제외하면 2012년 이래 계속 마이너스를 기록해온 기존점 신장률이 올해 3분기에는 1.4%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서 앞으로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김근종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대형할인점간 극심한 가격경쟁 양상만 재연되지 않는다면 이마트가 수년간 이어져온 역성장을 마무리할 수 있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3분기까지 3조900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동기대비 성장률이 14.7%에 달했다. 3분기에 국한하면 매출 1조2621억원, 영업이익 819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6.5%를 기록했다. 증권가 예상치(6.0%)를 웃도는 이익률이다. 기존점 매출이 꾸준히 플러스를 기록하는 가운데 판교, 김포, 송도 등에 백화점과 아울렛을 출점한 효과가 실적호전으로 이어졌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백화점업이 구조적 성장한계를 겪는 상황임을 고려할 때 현대백화점의 투자효용은 비교적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가든파이브, 대전, 동탄, 남양주, 여의도 등 신규출점 예정지가 집객에 유리한 지역이라 성장성이 부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