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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 뉴 컬처]①'일랜드' 오해 털고 새 출발

  • 2017.07.05(수) 18:25

수년간 재무악화 고전..'일랜드' 오해까지 받아
뼈깎는 자구노력 위기탈출..'조직문화 혁신' 착수

이랜드그룹은 한때 패션시장의 다크호스였다. 1980년 이화여대 앞 2평 남짓 옷가게로 시작해 10조원대 거대기업으로 성장한 성공신화도 주목받았다. 하지만 최근 수년동안 이랜드그룹은 위태위태했다. 사업은 부진했고 재무구조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 과정에서 나쁜 직장을 뜻하는 '일랜드'라는 오해까지 받았다. 이렇게 수렁속으로 빠져들던 이랜드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뼈를 깎는 자구노력으로 그룹이 안정되고 있다. 나아가 대대적인 조직문화 혁신에도 나서고 있다. '새로운' 이랜드를 두편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 패션시장 다크호스와 '일랜드'

자수성가해 성공한 사업가로 주목받은 박성수 회장의 이랜드 설립 스토리는 2000년대 후반 무렵부터 '일랜드'라는 오명에 가리워지기 시작했다. 상장사가 없어 그룹 규모에 비해 공개된 정보가 많지않던 
이랜드 관련 이야기가 퇴직자들을 중심으로 인터넷 커뮤니티에 쏟아져 나오면서다. 이랜드그룹의 유일한 상장사는 우방랜드에서 바뀐 이월드로, 이랜드가 2010년 우방랜드를 인수해 그룹에 편입됐다. 이랜드그룹이 직접 설립한 계열사 가운데는 아직 상장사가 없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이랜드의 높은 업무 강도를 성토하는 글이 쏟아졌다. 대표적인게 '7-4제도'다. '오전 7시 출근·오후 4시 퇴근'을 권장한다는 지침이지만 퇴근시간이 지켜지지 않아 장시간 근로를 호소하는 임직원이 많았다. 이같은 이야기는 급속도로 번졌고, 이랜드에 '일랜드'라는 오명을 안긴 계기가 됐다. 여기에 '기독교 기업' 이미지도 부정적인 여론을 키웠다. 설립 이념인 기독교 정신이 비기독교 소비자들 사이에서 비판의 근거로 사용됐기 때문이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이랜드가 기독교인만을 채용 또는 승진시킨다거나, 모든 사원이 예배를 해야 한다, 월급의 10%를 십일조로 내야 한다는 등 사실과 다른 소문들이 많았다"며 "십일조 관련 루머의 경우 2002년부터 그룹 차원에서 순이익의 10%를 사회공헌한 것이 와전됐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기독교의 장점이 나쁘게 비춰져 안타깝다"면서도 "지금의 이랜드는 무수한 M&A를 거치며 더 많이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일랜드'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음에도 이랜드 임직원들은 '빠르게 커나가는 기업'이라는 자부심이 컸다. 다른 패션·유통 대기업과 비교해 승진이 빠르고, 직급대비 많은 권한이 주어진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특히 1994년 중국 패션시장에 진출한 뒤 성장세를 구가하던 시기였다. 이랜드 중국 지점들은 지점별로 연 20%에서 높게는 300%대 매출성장률을 보였다. 이랜드 직원들은 중국시장 진출에 앞서 6개월 기차 탐방 등 중국문화 이해와 철저한 시장조사 등으로 초기시장에 안착했다. 이렇게 중국을 다녀온 직원이 600명 정도에 달한다.


◇ '진짜 위기가 왔다'

'일랜드'라는 비판이 단순한 비판이 아니게된건 2010년 전후부터다. 그룹에 위기가 온 것이다.
 
국내 패션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가성비를 앞세운 외국계 SPA(패스트패션)가 시장을 잠식하면서 이랜드도 타격을 입었다. 2005년 국내에 진출한 일본의 유니클로를 시작으로 2008년에는 미국 브랜드 갭(G.A.P)과 포에버21,  스페인 브랜드인 자라가 진출했다. 2010년에는 스웨덴 브랜드인 H&M도 국내에 매장을 냈다. SPA는 제조회사가 의류기획·디자인, 생산·제조, 유통·판매 등 전 과정을 진행하기 때문에 가격경쟁력과 함께 소비자들의 요구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때문에 '패스트패션'이라고도 부른다.
 
이랜드는 2009년말 국내 기업 최초로 SPA브랜드인 스파오(SPAO)를 런칭해 대응에 나섰다. 스파오는 런칭 첫달에 명동매장 매출이 20억을 넘어서는 등 선방했지만, 중저가 SPA 브랜드 틈바귀에서 수익성이 악화했다. 

여기에 잘나가던 중국사업마저 흔들리기 시작했다. 2015년부터 실적이 꺾이기 시작했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둔화되고 주요 소비채널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이랜드에 충격을 줬다. 중국사업 부진으로 이랜드그룹의 2015년 영업이익은 4192억원으로 2014년대비 36.1% 감소했다. 매출은 7조1000억원으로 전년대비 5.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실적악화는 또 다른 문제를 불러왔다. 중국사업의 높은 성장세를 바탕으로 수조원대 M&A를 해왔는데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졌다. 이랜드의 부채상환능력에도 물음표가 붙었고, 이는 신용등급 하향조정으로 이어졌다. 2015년말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랜드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이랜드월드, 이랜드리테일 신용등급전망치를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이듬해 4월 한국기업평가도 비슷한 조치를 취했다. 

위기는 올해초까지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임직원들의 이탈도 크게 늘었다. 경쟁사로 이직하거나 이랜드에서 배운 업무를 토대로 창업에 나서는 이들이 속속 등장했다. 당시 이랜드는 떠나는 임직원들을 붙잡을 카드가 많지 않았다. 
지난해말 '애슐리 아르바이트비 미지급 사태'는 이랜드의 어려움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대부분 동기들을 떠나보낸 이랜드 직원은 "떠나는 동기들을 보면서 여러번 마음이 흔들렸다. 입사초만큼 업황이 좋지 않은데다 나아질 기미도 보이지 않는데, 회사마저 비전을 제시해주지 못했다. 떠나는 동기들을 말릴 수가 없었다"고 회고했다. 

◇ 수렁속에서 빠져나온 이랜드, '일랜드' 오해 털고 새 출발
 
끝없는 수렁속으로 빠져들던 이랜드그룹에 올 상반기를 기점으로 희망이 싹트고 있다. 이랜드그룹은 지난해 티니위니 중국사업권 매각을 시작으로 모던하우스, 이랜드리테일 지분, 부동산 등 자산을 매각하며 2조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랜드그룹은 연말까지 부동산 등 자산을 추가로 매각해 총 3조원 가량의 자금을 확보해 재무구조개선 작업에 마침표를 찍는다는 계획이다. 이랜드그룹의 부채 약 4조원중 70% 이상을 해소한다는 것. 

이와 함께 지배구조 개선에도 나서고 있다. 이랜드월드를 정점으로 하는 순수 지주사 체계 전환이 진행중이고 내년을 목표로 핵심계열사인 이랜드리테일의 코스피 상장도 추진한다. 

그룹의 재무구조가 안정되면서 이랜드그룹은 조직문화 혁신에 나서고 있다. 핵심은 '일하기 좋은 직장 만들기'다. 그동안 고생해온 임직원들의 기 살리기가 필요하다는 판단도 반영됐다. '일랜드'의 자기반성과 새로운 이랜드 만들기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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