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통공룡, 인공지능에 손을 내밀다
롯데는 국내 유통대기업중 가장 적극적으로 'AI(인공지능)' 도입에 나서고 있다. 더 이상 기존 사업구조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판단해서다. 신동빈 회장은 올해초 신년사를 통해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 변화의 키(Key)로 AI를 선택했다.
롯데는 작년 9월 그룹내 AI 추진 전담팀을 구성했다. 계열사별로도 AI 등 미래사업을 담당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이어 12월에는 한국 IBM과 업무협약을 맺고 IBM의 클라우드 기반 인지컴퓨팅 기술인 ‘왓슨(Watson)’ 솔루션을 도입했다. 롯데는 '왓슨'을 통해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만들고 싶어한다.
▲ 롯데백화점의 '엘봇'. (사진:이명근 기자/qwe123@) |
유통에 기반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는 만큼 AI를 활용해 소비트렌드를 선점하겠다는 것이 롯데의 생각이다. 최근들어 롯데는 잇따라 AI 기반의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일종의 실험인 셈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알아서 찾아주고 이를 소비토록하는 것이 롯데의 목표다.
롯데가 가지고 있는 방향은 크게 두가지다. '지능형 쇼핑 어드바이저'와 '지능형 의사결정 지원 플랫폼'이다. '지능형 쇼핑 어드바이저'의 대표작이 롯데백화점이 선보인 '엘봇'이다. 아직 완성단계는 아니다. 롯데백화점은 '엘봇'의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지능형 의사결정 지원 플랫폼'은 외부시장 데이터와 내부 매출 및 제품정보 등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신사업 개발과 출시를 결정하기 위한 플랫폼이다. '왓슨'이 활용된다. 이는 쇼핑 계열사뿐 아니라 롯데그룹의 또다른 축인 식품 계열사에 적용할 예정이다.
◇ "기업문화 혁신, 심화시키고 비전으로 만들어라"
롯데는 최근 '기업문화개선위원회 2기' 출범식을 가졌다. 롯데는 국내 대기업중 가장 혁신적인 기업문화를 가진 곳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기업문화개선위원회 역할이 컸다. '기업문화개선위원회'는 2015년 신동빈 회장의 지시로 구성됐다. 당시 롯데는 대내외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던 시기여서 목표는 '사랑받는 롯데'였다.
위원회는 보수적인 기업문화에서 벗어나기 위해 파격적인 정책들을 선보였다. 그 결과 ▲전 계열사 유연근무제 시행 ▲사내벤처 프로젝트 시행 ▲남성의무육아휴직 도입 등의 성과를 거뒀다. 롯데는 "1기 위원회 활동을 통해 35개 계열사에서 573개의 크고 작은 변화가 일어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최근 출범한 2기 위원회의 역할은 1기와 다르다. 1기는 이해관계자와의 ‘신뢰회복’을 위해 단기적인 과제를 개선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반면 2기는 지속가능성장을 위한 가치창출과 성장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목표다. 동시에 건강한 기업생태계를 조성해 '질적성장'을 할 수 있는 바탕이 될 기업문화를 만드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1기 위원회가 '신동빈식 변화' 가능성을 타진했다면, 2기 위원회는 그 변화를 심화시키고 그룹의 비전으로 만드는 역할이다. 이를 위해 2기 위원회는 '그룹내 소통'을 강조한다. 아래로부터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고 다시 아래로 전파해 결과물을 공유하는 선순환 구조를 갖겠다는 생각이다.
이에 따라 2기 위원회에서는 '계열사 기업문화 TF'와 '주니어보드'가 신설된다. 계열사 기업문화 TF는 총 45개 계열사 임직원 1198명이 참여한다. 이들은 계열사별로 사업현장의 과제를 발굴하고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한다. 주니어보드는 대리·책임 등 직원 45명으로 구성돼 조직문화 개선방안을 찾는다. 이 두 그룹은 그룹의 '기업문화개선위원회'에 참여해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한다. 결정된 정책을 계열사에 전파하는 역할도 한다.
◇ 롯데의 '재구성'-신동빈 회장의 '색깔'
롯데가 집중하고 있는 AI와 기업문화개선은 '신동빈의 롯데'가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지를 보여주는 핵심 키워드다. 두 키워드의 공통점은 '과거와의 이별'이다. AI는 고전적인 유통방식에서의 탈피를, 기업문화개선은 '구(舊) 롯데'에서의 탈피를 의미한다.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창업정신은 물려받되 새로운 환경에 맞게 신동빈의 색깔을 만들어가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가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아야 하는 큰 숙제가 있다.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으로 롯데 오너 일가의 민낯이 세상에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시장과 소비자들의 신뢰도 잃었다. 신 회장과 롯데는 AI로 상징되는 기업혁신과 기업문화혁신을 통해 이미지 개선을 노리고 있다.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롯데 내부문화가 폐쇄적이고 일방적이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라며 "하지만 최근에는 최고 경영진을 중심으로 변화에 대한 주문이 늘었고 각종 개선작업들이 성과를 내면서 자신감이 붙었다. 이 여세를 몰아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하겠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