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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다산신도시 택배 갈등의 교훈

  • 2018.04.27(금) 10:14

갑질 vs 대안 필요…도마 위 오른 '택배 갈등'

"다산신도시 실버 택배 비용은 입주민들의 관리비로 충당해야 합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최다 추천을 받고 있는 글입니다. 10일 만에 무려 26만 명 이상이 추천하면서 국민적인 이슈라는 걸 증명하고 있는데요.

 

 

이 청원글에 등장하는 다산신도시 택배 갈등실버 택배는 우리나라 택배 시장의 현주소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고된 노동에 시달리는 택배 기사와 이들을 두고 벌어지는 '갑질' 논란 그리고 시장은 급속도로 커지고 있는데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정부와 택배업체들의 현실이 그것입니다.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청원글.


먼저 다산신도시의 아파트 단지에서 벌어진 택배 갈등에 대해 살펴볼까요?

경기도 남양주 다산신도시의 한 아파트에서 벌어졌던 갈등은 한 달 전쯤 단지의 한 아이가 차량에 다칠뻔한 사고에서 비롯됐습니다. 아이는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이를 계기로 단지 내 택배 차량의 출입을 금지하고 지하주차장 출입만 허용하기로 한 겁니다.


그러나 일부 택배업체들은 높이 제한 탓에 지하주차장을 이용하지 못하자 아파트 정문에 배송물을 쌓아두고 직접 찾아가라며 대응했고, 이 현장의 사진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논란이 커졌습니다.

특히 단지 내에 붙은 공고문이 네티즌들의 공분을 샀는데요. 공고문에는 택배기사가 택배를 정문에 놨을 경우 "카트로 배달 가능한데 그걸 왜 제가 찾으러 가야 하느냐? 기사님의 업무 아니냐?"고 답하라는 공식 '대응법'이 적혀 있었습니다. 이게 '갑질'로 비친 겁니다.

 


이 문제가 이슈가 되자 국토교통부는 '실버 택배'라는 대안을 제시했는데요. 택배업체가 아파트 단지의 특정 거점에 물품을 운송해주면 인근 노인들로 구성된 '요원'들이 집까지 손수레 등을 이용해 다시 배송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지난 2007년부터 노인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도입된 제도입니다.

청와대 청원글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네티즌들은 정부와 지자체가 세금으로 왜 '갑질'하는 아파트 주민들에게 혜택을 주냐며 비판을 했습니다. 결국 국토부는 "자체적으로 해결 방안을 찾는 것으로 정리했다"며 물러서야 했습니다.

 

▲ 다산 신도시의 한 아파트단지 택배 배송 관련 공고문.


그러나 사실 실버 택배는 정책이 필요한 '일부 지역'에 한해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세금을 투입해서 말이죠.

다산신도시 역시 필요하다면 지자체나 정부가 정해 신규로 실버 택배 적용 지역이 될 수 있었던 겁니다. 이 아파트 단지에 느닷없이 '특혜'를 주려 했던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다만 여론은 '갑질'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여기까지 세금을 투입할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긴 겁니다. 

 

 

사실 택배기사와 고객들의 '갑질 논란' 혹은 '갈등'은 이 아파트 단지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우선 택배 차량의 단지 진입을 제한하는 움직임은 계속 확대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주차장법 시행규칙에는 지하 주차장 높이를 여전히 2.3m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어 2.5m가 넘는 택배 차량이 진입하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정부와 택배업체들은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했고, 결국 택배 기사들과 고객들만 고생해야 하는 상황이 된거죠.

일부 택배 기사들의 불친절도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는데요. 택배 물량은 급격하게 늘고 있는데 기존 택배기사 인력에만 배송을 의지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노동이 점점 고되니 사전 연락도 없이 현관에 상품을 던져놓고 가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국내 택배업체들이 저마다 물류시스템에 투자를 확대하고, 인건비도 늘리기도 하지만 택배기사들의 열악한 업무 환경을 보면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실버 택배도 노인 일자리 창출엔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련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전국 모든 아파트 단지에 실버 택배를 적용할 수는 없으니까요.

 

▲ 사진=CJ대한통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오락가락 대응으로 논란을 더욱 키웠던 정부는 물론 현장에서 택배기사들을 관리하는 택배업체들이 앞장서서 관련 제도와 함께 문화를 개선해나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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