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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복귀' 신동빈, 안정보다 변화 택했다

  • 2018.12.21(금) 16:25

'1세대 롯데맨'들의 퇴장…차세대 주자 배치
기획·전략통 전면…'뉴 롯데' 실현 속도낼 듯

 

큰 폭의 인사였다. 애초 업계에선 소폭의 인사를 예상했다. 하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안정 대신 변화를 선택했다. 근간은 유지하되 신사업에선 과감한 변신을 주문했다. 1세대 롯데맨들 대신 차세대 주자들에게 기회를 줬다. 변화에 대한 의지가 확실하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 1세대의 퇴장…세대교체 돌입

롯데그룹은 이번 인사를 통해 BU장 두 명을 교체했다. 롯데그룹에서 BU장이 갖는 위상은 매우 높다. BU장의 직위는 부회장이다. 신 회장 다음 자리다. 신 회장은 그룹의 사업을 유통, 식품, 화학, 호텔·기타 사업의 4개로 나누고 각 부문에 BU장을 임명해 사업을 맡겼다. 책임지고 각 부문 사업을 담당하라는 의미다.

이번 인사 전까지 롯데그룹 부회장은 5명이었다. 각 BU장과 롯데지주를 맡고 있는 황각규 부회장이다. 하지만 이제는 세 명으로 줄었다. 이번 인사를 통해 식품과 화학 BU장을 교체했다. 신 회장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식품과 화학 부문에서 성과를 내라는 주문이다.

 

▲ (사진 왼쪽부터)허수영 전 화학 BU장, 이재혁 식품 BU장, 소진세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


이뿐만이 아니다. 이번에 교체된 BU장들은 모두 40여 년을 롯데에서 근무한 '1세대 롯데맨'들이다.

 

허수영 화학 BU장은 76년, 이재혁 식품 BU장은 78년에 입사해 지금껏 롯데맨으로 근무해왔다. 함께 물러난 소진세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도 77년에 입사했다. 이들 모두 신 회장의 아버지인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과 함께 롯데의 근간을 만든 인물들이다.

신 회장은 이들을 자신의 사람들로 교체했다. 신격호의 롯데에서 신동빈의 '뉴 롯데'를 본격적으로 구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신임 화학 BU장인 김교현 사장은 롯데케미탈의 해외사업을 담당하며 성공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신임 식품 BU장인 이영호 사장도 롯데푸드를 이끌며 성과를 내왔던 것으로 평가받는다. 모두 신 회장의 사람들이다.

◇ 전략·기획통 전면 배치

이번 롯데그룹 인사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그룹 내 전략·기획통들을 전면에 배치했다는 점이다.

 

더불어 롯데지주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했던 인물들이 대거 핵심 계열사와 부문으로 이동한 점도 눈에 띈다. 대부분 신 회장의 사람들로 향후 신 회장이 진행할 각종 신사업 추진과 미래 전략 실행에 큰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사례가 임병연 롯데케미칼 대표 내정자와 이갑 신임 롯데면세점 대표다. 이들은 모두 롯데그룹 정책본부에서 전략과 기획 등을 담당했던 인물들이다.

 

과거 롯데그룹의 정책본부는 롯데그룹의 핵심으로 신 회장이 부회장 시절부터 진두지휘했던 기구다. 임 대표는 정책본부에서 비전전략실장을, 이 대표는 운영 2팀장을 역임했다.



롯데지주 내부의 이동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윤종민 신임 롯데지주 경영전략실장은 과거 정책본부에서 인사를 담당하다가 최근까지 롯데지주 HR 혁신실장을 맡아왔다.

 

롯데지주 경영개선실장으로 임명된 박현철 롯데물산 대표는 정책본부 시절 조정실장과 운영 3팀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오성엽 롯데지주 커뮤니케이션실장은 사장으로 승진했다. 모두 전략과 기획, 인사 등에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다.

전략·기획통들이 지주의 핵심 보직을 맡거나 핵심 계열사 대표로 옮긴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모두 오랜 기간 신 회장과 직접 손발을 맞춰본 인물들이다. 그런 만큼 신 회장의 의중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그룹을 총괄하는 롯데지주의 황각규 부회장과 함께 신 회장이 그리고 있는 '뉴 롯데'의 밑그림 작업을 할 수 있는 인물들로 채운 것이라는 분석이다.

◇ 성과주의 반영

롯데그룹의 이번 인사는 총 3일에 걸쳐 진행됐다. 계열사수가 많은 만큼 불가피한 일이다. 지난 19일 첫 인사 발표 후 관심은 유통 BU의 변화 여부였다. 첫날 인사에서 BU장 두 명을 교체한 터라, 롯데그룹의 핵심인 유통 BU에도 변화를 주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유통 BU엔 큰 변화가 없었다. 눈에 띄는 것은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 교체 뿐이었다.

교체된 계열사 대표들의 공통점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의 경우 취임 당시 내부 혁신을 기치로 다양한 시도를 해왔지만 오프라인 채널의 침체를 막아내지는 못했다.

 

맥주 부진으로 고전했던 이종훈 롯데주류 대표, 중국의 사드 보복과 국내 점유율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장선욱 롯데면세점 대표도 교체 대상에 올랐다.


▲ 사진=이명근 기자/qwe123@


반면 비효율 점포 정리 등 효율성 개선작업을 통해 실적 향상을 이끈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는 유임됐다. 애초 내부 문제로 교체가 거론되기도 했던 이동우 롯데하이마트 대표도 매출 4조원 돌파 덕에 자리를 지켰다. 

 

각 계열사별로 처한 어려운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성과를 내지 못하면 같이 갈 수 없다는 신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롯데그룹 인사에선 유통과 호텔 등 기존 틀은 큰 변화를 주지 않은 대신 화학과 식품 등 신사업 영역에선 과감하게 메스를 댔다는 점이 특징"이라며 "신 회장이 '뉴 롯데'에 대해 강력한 드라이브 주문한 만큼 새롭게 바뀐 수장들에게 떨어진 숙제의 무게가 더 커졌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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