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그룹이 새로운 출발을 시작했습니다. 6년 만에 숙원이던 코웨이를 되찾으면서 다시 '웅진코웨이'로 돌아왔습니다. 한때 재계 순위 32위까지 올랐던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발판을 마련한 셈입니다. 무엇보다 불가능할 것으로만 여겨졌던 코웨이 인수를 이뤄냈다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웅진그룹의 표정은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한때 알짜 계열사로 꼽혔던 웅진에너지 때문입니다. 최근 웅진에너지가 상장폐지 위기에 몰리면서 웅진그룹의 코웨이 인수라는 호재가 묻혀버렸습니다. 웅진그룹은 코웨이를 인수하면서 외부에서 많은 돈을 끌어왔습니다. 이 때문에 웅진그룹의 코웨이 인수에 대한 시장의 시선은 여전히 불안합니다.
이런 와중에 웅진에너지까지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으니 웅진그룹으로서는 답답할 따름입니다. 지난달 한영회계법인은 웅진에너지에 대해 감사의견 '거절'을 통보했습니다. 막대한 적자로 재무 건전성이 악화해 기업존속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실제로 웅진에너지는 지난해 560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습니다. 이 때문에 웅진에너지의 주식거래는 정지됐고 상장폐지 대상에 올라가 있는 상황입니다.
사실 웅진에너지는 전도 유망한 기업이었습니다. 국내 최고 태양광 잉곳과 웨이퍼 생산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곳입니다. 과거 정부 주도로 신재생 에너지가 각광받던 시절 블루칩으로 통하기도 했습니다. 태양광 산업이 활황이던 때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태양광 산업이 침체기를 맞으면서 웅진에너지의 앞날에도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다 중국업체들이 자국 정부의 보조금을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생산 능력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면서 큰 타격을 입게 됩니다. 태양광 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들자 품질은 좋지만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웅진에너지의 태양광 제품들은 외면받기 시작했습니다. 품질은 떨어져도 가격이 싼 중국 제품으로 소비자들이 몰리게 된 겁니다.
웅진그룹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웅진에너지의 최대주주는 ㈜웅진 외 특수관계인 2인으로, 총 27.13%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웅진그룹은 그동안 웅진에너지에 약 1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했습니다. 하지만 웅진에너지의 몰락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웅진그룹도 무척 아쉬워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이제 웅진그룹이 손을 쓸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모든 결정 권한은 채권단에 넘어가 있는 상황입니다. 웅진그룹이 웅진에너지에 대한 주도권을 되찾아오려면 자금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웅진그룹은 코웨이 인수에 가용한 자금을 모두 투입한데다 외부 자금까지 끌어다 쓴 상황입니다. 한 마디로 웅진에너지를 되살릴 여력이 없는 셈입니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이제 전적으로 채권단 손에 달렸다"며 "웅진에너지에 오랜 기간 투자한 투자자들을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프다. 채권단이 웅진에너지에 대한 추가 자금 투입을 통해 살리면 좋겠지만 중국업체들이 시장을 대부분 장악한 상황에서 또다시 돈을 넣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분위기상 결국 정리 단계로 가는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만일 웅진에너지가 정리되면 그 여파가 웅진그룹에까지 미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웅진그룹은 웅진에너지의 정리 여부와 웅진그룹의 향후 행보와는 큰 연관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시장의 생각은 좀 다릅니다. 웅진에너지가 정리될 경우 웅진그룹이 코웨이 인수 시 조달한 외부자금에 대한 이자비용 등을 시장에서 추가로 조달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웅진그룹이 코웨이 인수에 투입한 자금 약 2조원 중 1조6000억원가량은 외부에서 끌어온 자금입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높은 원리금 상환 부담에 따른 현금흐름 제약, 인수금융 약정에 따른 원리금상환 능력의 불확실성 등에 대해 우려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웅진의 신용등급을 BBB-로 하향조정했습니다.
㈜웅진의 신용등급 하향은 코웨이 인수에 따른 재무부담과 함께 웅진에너지의 신용도 하락 위험을 반영한 결과입니다. 웅진그룹의 설명과 달리 시장에선 웅진에너지가 상장폐지 및 정리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는 전망과 웅진그룹을 연관지어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는 웅진그룹이 코웨이를 인수하면서 진행했던 무리한 외부자금 수혈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웅진은 코웨이 인수 과정에서 발행했던 사채를 포함해 오는 8월까지 1400억원을 막아야 합니다. 현재 자회사인 북센 매각을 추진 중이기는 하지만 북센을 매각한다고 해도 1500억원 이상은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대부분입니다. 그만큼 웅진그룹의 재무 사정은 좋지 않습니다. 웅진에너지에 추가 자금을 투입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더 큰 문제는 웅진그룹의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데다 신용등급까지 떨어지면서 향후 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이 녹록지 않다는 점입니다. 현 상황에서 웅진그룹에 가장 좋은 자금조달 방법은 회사채입니다. 차입 구조를 길게 가져가면서 이자부담을 덜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신용등급 BBB0 이상일 경우입니다. BBB- 등급 기업의 회사채는 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웅진그룹이 코웨이를 통해 양호한 현금 흐름을 꾸준히 확보해나간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이제는 웅진코웨이가 된 코웨이는 여전히 국내 렌탈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인 만큼 불가능한 일도 아닙니다. 하지만 웅진그룹이 코웨이를 인수하면서 외부 자금에 많이 의존한 터라 불안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다 보니 웅진에너지의 위기에 웅진그룹까지 함께 우려의 시선을 받고 있는 겁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는 여전히 '웅진'이라는 글자가 들어간 기업이 흔들릴 때마다 '그럴 줄 알았다'는 시선이 팽배하다"면서 "웅진그룹으로서는 향후 재무구조 건전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웅진'이라는 사명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6년 전 악몽을 다시 되풀이할 수도 있다"라고 경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