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코웨이의 유력한 인수 후보였던 SK네트웍스가 인수전 불참을 선언했다. 당초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이자, 인수 시 시너지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됐던 SK네트웍스의 불참으로 웅진코웨이 인수전은 다소 김이 빠지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업계 등에 따르면 SK네트웍스는 웅진코웨이 본입찰에 최종적으로 참여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SK네트웍스는 웅진코웨이 인수를 위해 준비했던 인수자금을 SK매직의 경쟁력 강화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국내 렌털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더욱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SK네트웍스가 인수전 불참을 선언함에 따라 웅진코웨이 인수전은 글로벌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인 칼라일그룹과 베인캐피털, 전략적 투자자인 중국 하이얼 컨소시엄 등 3곳만 남게 됐다. 업계에서는 SK네트웍스에 이어 추가로 인수전 불참을 선언할 곳이 나올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SK네트웍스의 불참만으로도 웅진코웨이 인수전은 이미 흥행에 실패했다는 시각도 있다.
당초 업계에서는 SK네트웍스가 웅진코웨이를 인수할 가장 유력한 후보인 것으로 점쳐왔다. SK네트웍스가 웅진코웨이를 인수할 경우 SK매직이 보유한 170만 계정과 합쳐 국내외 총 910만 계정을 보유할 수 있게 된다. 이른바 '공룡 렌털업체'가 탄생하는 셈이다. 더불어 SK네트웍스는 단숨에 국내 렌털 업계의 최강자로 올라설 수 있다.
실제로 SK네트웍스는 웅진코웨이 매각이 공식화되자 적극적으로 인수전 참여 의사를 밝혀왔다. 업계 최강자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아울러 웅진코웨이 인수를 위해 주유소와 렌터카 사업 매각 등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약 1조 5000억 원 수준의 실탄을 준비했다. 그만큼 웅진코웨이 인수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 더불어 국내 PEF들과도 잇따라 접촉, 웅진코웨이 인수 구조를 고민해왔다.
하지만 SK네트웍스는 최종적으로 인수전 불참을 선언했다. 인수 가격에 대한 부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현재 SK네트웍스의 재무구조상 무리해서 인수할 경우 재무구조가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SK네트웍스의 부채비율은 287.4%, 순차입금은 3조 5223억원에 달한다. 이 때문에 무리하기보다는 SK매직에 집중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웅진그룹은 작년 MBK파트너스가 보유한 코웨이 지분 22%를 비롯해 총 25%를 확보하는데 1조 9000억원을 투입했다. 이에 따라 웅진그룹과 인수자금을 댄 한국투자증권은 최소 2조원 이상은 받아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업계 등에선 웅진코웨이 인수 가격으로 2조원은 지나치다는 시각이 많다. 이런 시각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 SK네트웍스의 인수전에 불참한 결정적인 이유로 꼽힌다.
이와 함께 웅진코웨이 인수 이후 독과점 이슈 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SK네트웍스는 이미 SK매직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웅진코웨이를 인수할 경우 공룡 렌털업체가 된다. 시장 지배력 측면에서는 좋겠지만 그만큼 독과점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애써 인수했음에도 불구, 독과점 논란으로 웅진코웨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SK네트웍스 입장에서는 낭패가 아닐 수 없다.
SK네트웍스는 이런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또 여러 방면으로 웅진코웨이 인수 구조를 고민했지만 이렇다 할 해결책을 찾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그룹 내 다른 계열사들과의 인수 분담 등도 고민했지만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인수를 포기하는 것이 맞다는 결론을 얻었던 것으로 안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SK네트웍스가 웅진코웨이를 활용해 렌털사업을 크게 키우려는 청사진을 그렸던 것은 맞다"면서 "하지만 인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매도자 측이 제시한 가격이 너무 높았다. SK네트웍스로서는 이를 맞추기 위한 방안도 고민했지만 짜야 할 인수 구조가 너무 복잡해졌다. 이 때문에 결국 인수전 불참을 선언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