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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마블이 살린 웅진코웨이 인수전

  • 2019.10.14(월) 16:21

유력 후보들 가격 차이로 줄줄이 인수전 발 빼
막판 넷마블 등장으로 '기사회생'…시너지 주목

예상외의 결과다. 그 누구도 게임회사가 웅진코웨이를 인수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인수전에 참여했던 인수 후보들은 하나둘씩 발을 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웅진코웨이 매각이 물 건너가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돌았다. 하지만 막판에 넷마블이 등장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대반전이었다.

◇ 과욕이 부른 참사

웅진그룹이 웅진코웨이 재매각을 발표했을 때 업계의 반응은 대동소이했다. 대부분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었다. 업계에서는 웅진그룹이 코웨이를 인수하겠다고 나설 당시부터 무리스러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웅진그룹의 재무 상태가 코웨이를 인수하기에는 버거운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웅진그룹은 밀어붙였다. 스틱인베스트먼트와 한국투자증권의 지원사격 덕에 코웨이를 품을 수 있었다.

그러나 웅진그룹의 좋은 시절은 '3개월 천하'로 끝났다. 웅진그룹은 코웨이 인수 대금 약 2조원 가운데 1조 6000억원을 빚으로 충당했다. 차입금이 과도했지만 웅진코웨이가 제 역할을 해준다면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에 기댄 결과였다. 하지만 악재는 생각보다 일찍 터졌다. 계열사인 웅진에너지가 감사의견 거절을 받으며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그 탓에 그룹 전체가 흔들렸다.

사진=이명근 기자/qwe123@.

지주사인 ㈜웅진의 회사채 신용등급이 BBB+에서 BBB-로 하락했다. 더 이상 시장을 통해 신규 자금 유치가 어려워졌다. 웅진코웨이 인수로 이미 빚더미에 앉아있던 웅진그룹으로서는 별다른 방도가 없었다. 결국 웅진그룹은 웅진코웨이를 인수 3개월 만에 다시 매물로 내놨다. 웅진씽크빅이 보유하고 있는 웅진코웨이 지분 25.08%가 그 대상이었다.

업계에서는 웅진그룹의 웅진코웨이 재매각에 대해 '과욕이 부른 참사'로 봤다.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의지는 인정하지만 현실을 외면한 무분별한 인수였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웅진그룹이 코웨이 인수를 성사시켰을 때부터 시한폭탄의 시계는 돌아가기 시작한 셈"이라며 "생각보다 웅진그룹이 오래 버티지 못했을 뿐 언젠가는 터질 일이었다"라고 밝혔다.

◇ 좁혀지지 않았던 가격 차이

웅진그룹이 웅진코웨이를 매물로 내놓자 국내외 업체와 PEF 등에서 관심을 보였다. 웅진코웨이는 국내 렌털업계 1위다. 웅진코웨이를 인수하게 되면 단숨에 국내 렌털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 포인트였다. 실적도 좋았다. 덕분에 웅진코웨이 인수전은 초반만 해도 흥행에 성공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만큼 웅진코웨이가 갖고 있는 가치는 높았다.

실제로 웅진코웨이 인수전에는 SK네트웍스를 비롯해 국내 벤처캐피털과 컨소시엄을 이룬 중국의 하이얼, 칼라일그룹, 베인캐피털 등 총 네 곳이 참여했다. 이 중 가장 앞선다는 평가를 받은 곳은 SK네트웍스였다. 웅진코웨이와 마찬가지로 국내에서 렌털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최근에는 공격적인 행보로 웅진코웨이의 뒤를 쫓고 있었다. 따라서 웅진코웨이를 인수할 경우 가장 큰 시너지가 날 것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생각 외로 웅진코웨이 인수전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매도자와 인수 후보자들 간 가격 차이였다. 웅진그룹은 웅진코웨이 매각을 통해 코웨이 인수 시 투입했던 자금을 뽑아내야 했다. 그 자금으로 '빚잔치'를 해야 해서다. 웅진그룹이 원했던 웅진코웨이 매각 가격은 약 2조원 수준이다. 반면 인수 후보자들은 달랐다. 너무 비싸다는 의견이 많았다. 인수 후보자들은 1조원대를 원했다.

웅진그룹과 인수 후보자들은 이 간극을 메우지 못했다. 결국 SK네트웍스가 본입찰 불참을 선언했다. 하이얼도 일찌감치 인수전에서 손을 뗐다. 칼라일그룹도 마찬가지다. 인수 후보자 네 곳 가운데 세 곳이 불참을 선언하면서 웅진코웨이 인수전은 위기를 맞았다. 일각에서는 웅진코웨이 매각이 무산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됐다.

◇ '행운 아이템'이 된 넷마블

하지만 막판 반전이 있었다. 게임업체 넷마블이 웅진코웨이 인수전 참전을 선언했다. 유력 후보자들의 이탈로 김이 빠져버린 인수전에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그리고 넷마블은 14일 웅진코웨이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넷마블은 웅진씽크빅이 보유한 웅진코웨이 지분 25.08% 인수에 1조 8000여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넷마블이 웅진코웨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됨에 따라 웅진그룹은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좌초 직전까지 몰려 자칫 그룹이 공중분해될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넷마블의 등장은 그야말로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과도 같았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유력 후보들의 이탈로 위기감이 고조됐던 것이 사실"이라며 "넷마블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간신히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넷마블은 웅진코웨이 인수전에 나서면서 '구독경제'라는 콘셉트를 제시했다. 구독경제는 사용자가 일정액의 구독료를 내고 원하는 물건이나 서비스를 주기적으로 제공받아 사용하는 형태의 경제활동 모델이다. 최근 현대차가 내놓은 월 72만 원에 3개 차종 중 원하는 차량을 골라 탈 수 있는 '현대 셀렉션' 등이 대표적이다. 넷마블은 웅진코웨이를 앞세워 향후 구독경제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복안이다.

업계 관계자는 "넷마블의 웅진코웨이 인수로 국내 렌털 시장이 새로운 변화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넷마블이 가진 IT 기술과 웅진코웨이의 네트워크가 시너지를 내 넷마블이 추구하는 스마트홈과 구독 경제 등 새로운 콘셉트의 시장 확대가 이뤄질지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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