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국내 바이오업계는 암흑기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분식회계 의혹에 휩싸였고,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의 추락을 경험해야 했다. 차바이오텍은 4년 연속 적자로 코스닥 퇴출 위기로 내몰렸다.
그러다 보니 실적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매출은 주춤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줄줄이 줄거나 적자를 면치 못했다. 바이오업계 넘버원인 셀트리온조차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이 모두 크게 감소했다.
주요 바이오기업들의 올해 1분기 실적을 집계한 결과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8개사가 매출 300억원을 넘겼다. 분기 매출이 300억원 이상이어야 연매출 1000억원을 넘어설 수 있다.
셀트리온이 1위 자리를 지켰지만 성장세는 주춤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2217억원으로 작년 1분기보다 10%가량 줄었다. 바이오의약품 매출이 300억원정도 줄어든 영향이 컸다. 다만 케미컬의약품 매출은 120억원가량 늘었다.
수익성도 악화했다. 영업이익은 30%, 순이익은 20% 넘게 급감했다. 판매·관리비가 556억원으로 30% 가까이 늘어난 데다 경상연구개발비도 30% 넘게 늘어난 탓이다.
셀트리온이 개발 생산한 바이오의약품을 판매하는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누르고 매출 2위에 올랐다. 지난 2017년 유럽에서 출시한 바이오의약품 복제약인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와 '허쥬마'가 시장점유율을 높여가면서 매출이 70% 넘게 늘어난 덕분이다.
판매·관리비가 30% 넘게 늘어나긴 했지만 영업이익도 12%가량 증가했다. 다만 1분기 순이익은 90%나 급감했다. 법인세비용이 작년 1분기 220억원에서 올해 28억원으로 대폭 줄었지만 일회성 이익의 영향이 컸다.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은 지난해 1분기에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일부 지분을 매각했는데 이 과정에서 매각 차익의 일부를 돌려주는 언아웃(Earn-Out) 계약에 따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약 450억원의 차익을 챙긴 바 있다.
분식회계 논란의 중심에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매출과 수익성 모두 부진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사업은 세포주 등 바이오의약품의 위탁생산(CMO)이다. 올해 1분기 유럽 매출은 140억원가량 늘었지만 국내 매출이 240억원이나 줄면서 전체 매출도 4%가량 감소했다. 판매·관리비 증가와 공장 정기보수에 따른 가동률 감소 및 고정비 증가로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모두 적자였다.
다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회사이자 바이오시밀러를 개발 및 판매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올해 1분기 1732억원의 매출로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순이익도 지난해 1분기 적자에서 올해 336억원의 흑자로 돌아섰다. '베네팔리'가 미국과 유럽에서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10월 유럽에서 발매한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 '임랄디' 효과가 더해진 덕분으로 풀이된다.
차바이오텍이 1244억원의 매출로 바이오업계 4위에 올랐다. 차병원그룹 계열인 차바이오텍은 줄기세포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긴 하지만 병원 매출이 50%정도를 차지한다.
차바이오텍은 매출이 늘긴 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급감했다. 영업이익은 90%, 순이익 역시 30% 넘게 줄었다. 판매·관리비가 늘어난 데다 해외 의료 네트워크 확대에 따라 비용이 크게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차바이오텍은 4년 연속 영업손실을 이유로 한때 관리종목 지정과 함께 퇴출 위기에 내몰리면서 시련의 1분기를 보냈다.
매출 5위와 6위는 보툴리눔톡신 제제가 주력품목인 휴젤과 메디톡스였다. 4위인 차바이오텍과는 매출 격차가 두 배 이상이어서 바이오업계 중위권 그룹으로 분류할 수 있다.
휴젤은 지난해 1분기 260억원에 달했던 해외 수출이 올 1분기엔 179억원으로 급감했지만 국내 시장 매출이 200억원에서 312억원으로 늘면서 전체 매출도 7%가량 증가했다. 반면 매출원가와 판매·관리비가 증가한 데다 지난해 9월 보툴리눔톡신 제제인 '보툴렉스'의 미국 진출을 위해 크로마(Croma)사와 합작해 미국에 자회사를 세우면서 투자가 늘어난 탓에 수익성은 좋지 않았다.
메디톡스는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 모두 부진을 면치 못했다. 아시아와 유럽, 아메리카 등 해외 수출 부진으로 전체 매출이 20% 넘게 급감했다. 매출원가 상승과 판관비 증가로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30~40% 급감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세계 최초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로 승승장구하던 '인보사'가 성분 논란에 휩싸이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해외 수출이 늘면서 매출은 15% 늘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적자 폭이 확 커졌다. 특히 인보사 투여 환자 전원을 대상으로 800억원을 들여 15년간 장기추적 조사를 진행하기로 하면서 순손실이 688억원에 달했다. 앞으로 인보사 허가 취소 등으로 이어질 경우 추가적인 충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밖에 유전자 기반 신약 개발과 함께 개인 유전체 기반의 질병 예측·진단서비스 사업을 진행하는 테라젠이텍스는 올해 1분기 매출이 처음으로 300억원을 돌파했다. 제약사업 매출이 212억원에서 268억원으로 늘면서 매출 증가를 이끌었다. 반면 주력인 헬스케어 및 유전체 분석사업 매출은 53억원에서 40억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