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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허가 국산 백신인데…지자체는 '입찰도 안돼'

  • 2019.07.03(수) 14:33

전남 곡성군, 대상포진 백신 '스카이조스터' 입찰 거부 논란
"불공정입찰 및 지방계약법 위반" vs "주민 안전 위한 결정"

정부가 안전성과 효과를 인정해 시판 허가한 국산 백신제품을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외면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들이 올해 초부터 자체적으로 예산을 편성해 노인을 대상으로 무료접종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대상포진 백신 얘기다.

현재 국내에 시판 중인 대상포진 백신은 글로벌제약사인 MSD의 '조스터박스'와 SK케미칼의 자회사인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한 '스카이조스터' 두 가지다. 그런데 전라남도 곡성군을 비롯한 일부 지자체들이 공익적 차원에서 지원하는 무료접종 사업에서 국산 제품인 스카이조스터를 합리적인 기준없이 일방적으로 배제해 불공정입찰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전남 곡성군, 국산 백신 낙찰 일방 취소

전남 곡성군은 지난 2월 65세 이상 지역 노인을 대상으로 대상포진 무료 예방접종 사업에 나섰다. 곡성군은 온라인 국가입찰통합시스템인 '나라장터'에 대상포진 백신을 납품할 의약품유통업체 입찰공고를 올렸다.

이에 따라 6개 유통업체가 입찰에 참여했고, 최저가를 제시한 P사가 낙찰을 받았다. 그런데 곡성군은 정작 납품 과정에서 '스카이조스터' 제품은 받지 않는다는 통보와 함께 돌연 계약을 해지했다.

곡성군은 그 후 대상포진 백신을 '0.65ml'로 특정해 긴급입찰 공고를 다시 올렸다. 용량이 0.5ml인 스카이조스터는 사실상 입찰에서 배제하고 조스타박스만 입찰 참여를 허용한 셈이다.

"정당한 사유 없는 입찰제한 지방계약법 위반"

곡성군이 식약처가 허가한 스카이조스터 제품을 정당한 사유 없이 배제하면서 지방계약법 위반한 불공정 입찰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나라장터를 통한 정부조달 입찰은 예산 절감을 위해 일반경쟁 계약이 원칙이다. 불특정 다수의 입찰 희망자를 참여시켜 가장 유리한 조건을 제시한 자와 계약해야 한다는 얘기다.

P사 관계자는 "스카이조스터는 지난 2017년 국내 시판 허가를 받은 후 한 해에 350억원가량 판매되면서 예방접종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국가 예방접종 사업에서도 특정 의약품만 한정해 입찰하진 않는데 지자체들이 유독 특정 대상포진만 요구하는 건 문제가 있다"라고 꼬집었다.

곡성군이 입찰 과정에서 내건 '실제 진료환경연구 데이터를 보유한 제품'이란 조건도 스카이조스터 배제를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P사에 따르면 진료환경데이터는 법적 자료가 아니며, 질병관리본부가 국가 필수예방접종을 실시할 때도 요구하지 않는 자료라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개인 병·의원도 아니고 공공기관인 지자체 보건의료원이 식약처가 안전성이나 품질·효과 측면에서 문제가 없다고 허가한 국산 백신을 자의적으로 배제하고 특정제품의 입찰만 허용하는 건 지방계약법 위반과 불공정 입찰에 해당한다"라고 강조했다.

"어르신 접종 신중해야…법적 문제 없다"

곡성군은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예방접종 사업이어서 실제 진료환경연구 데이터를 보유한 백신을 요구했을 뿐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곡성군 관계자는 "대상포진 백신 접종은 면역력이 약한 어르신들이 대상이어서 데이터가 풍부한 제품을 쓰게 된 것"이라며 "조스터박스도 80세 이후엔 효능이 떨어진다는 평가에 따라 내년엔 새롭게 출시 예정인 GSK의 싱그릭스를 고려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조스터박스를 고집하는 게 아니라 더 좋은 제품을 사용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게 곡성군의 주장이지만 스카이조스터는 다른 지자체 예방접종 사업과 전국 병·의원에서 문제없이 사용되고 있다.

법조계, 특정품목 납품 요구는 부당

법조계도 곡성군의 주장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행정청이 대상포진 예방접종 백신의 규격을 특정해 입찰 공고하고, 특정제품의 납품을 배제하는 건 입찰 기준에 어긋난다고 해석했다. 관련법령에 따라 대상포진 백신 두 제품의 질적 수준이 균일하게 통제되고 있는 만큼 지자체가 질적 수준을 특정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법무법인 관계자는 "수요기관의 자의적인 선택에 따라 특정제품을 납품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지방계약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부당조건에 해당된다"면서 "조스터박스 독점판매권을 설정함으로써 낙찰가격이 높아져 지방재정의 건전성 및 효율성을 크게 저해할 우려가 있다"라고 자문했다.

곡성군과 P사의 분쟁은 법원에서 판가름날 예정이지만 제약업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법적인 결과와 별개로 정부가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해 허가한 국산 백신을 지자체가 불신할 경우 국내 제약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정부 차원의 진상 조사와 함께 구체적인 지침 마련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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