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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인공지능은 혁신 신약 개발 지름길'

  • 2019.07.08(월) 09:18

주철휘 인공지능(AI)신약개발지원센터 부센터장 인터뷰
"혁신신약 개발에 3조원 필요…AI, 시간·비용 절감 기대"
개인정보보호법·전문인력 부족·투자지원 등 과제 산적

세계 최고 바둑기사 이세돌 9단도 인공지능(AI) 앞에서는 무릎을 꿇었다. 지난 2016년 전 세계가 주목한 가운데 구글이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 대국에서 이세돌 9단은 4:1로 패배했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바둑 강자 이세돌이 패한 원인은 뭐였을까?

바둑은 게임의 전개가 다양해 오랫동안 인공지능이 정복하지 못한 분야로 꼽혀왔다. 그러나 알파고는 바둑 기보를 16만 건이나 학습했고, 스스로 100만 번 넘게 바둑을 두면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예측할 수 있었고 결국 인간을 뛰어넘었다.

신약 개발도 다양한 경우의 수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바둑과 비슷하다. 신약 개발을 위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1차적으로 수많은 후보물질을 탐색한다. 그중에 가능성이 있는 후보물질을 찾아낸 후엔 연구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이미 실패한 적이 있는 물질을 똑같은 질환으로 연구한다면 시간과 비용만 허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이 전 세계 임상 등 연구보고서를 찾아 일일이 비교·검토하기엔 한계가 뚜렷하다.

그래서 전 세계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인공지능에 주목한다. 신약 개발 과정에서 한 명의 연구자가 조사할 수 있는 자료는 1년에 200~300여 건에 불과하지만 인공지능은 100만 건 이상의 논문을 살펴보고, 동시에 400만 명 이상의 임상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인공지능은 신약 연구개발 프로세스를 최적화해 초기약물 후보군 발견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최소화해준다.

우리나라도 세계적 추세에 따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공동으로 지난 3월 인공지능 신약개발지원센터를 설립했다. 센터장으로는 이동호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 초대 단장을, 부센터장은 인공지능 '왓슨'으로 유명한 IBM의 한국법인 소프트웨어그룹에서 상무를 지낸 주철휘 박사를 임명했다.

▲IBM 한국법인 소프트웨어그룹 상무를 역임한 인공지능신약개발지원센터 주철휘 부센터장.

인공지능 전문가인 주철휘 부센터장을 만나 인공지능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신약 개발에 미칠 영향과 함께 센터의 업무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주 부센터장은 "세계적으로 전 신약주기에 걸쳐 부상하는 AI스타트업만 지난 5월 기준 132개사에 달한다"면서 "다수 글로벌 제약사들이 이미 AI스타트업과 바이오, IT기업과 긴밀한 파트너십을 통해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약개발에 나서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우리 정부도 올해부터 오는 2021년까지 인공지능 신약개발 지원사업 등에 총 277억원을 투입한다. 다만 국내에선 인공지능을 활용하려면 넘어야 할 장벽이 있다. 개인의료정보 활용을 가로막는 개인정보보호법과 전문인력 부족, 소극적 투자 지원 등이다.

주 부센터장은 "우선 센터가 제약바이오 산업계와 학계 및 연구자들을 잇는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아직 우리나라는 빅데이터 활용에 장벽이 있어 글로벌 데이터부터 활용하려고 한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누적된 보건의료빅데이터만 약 3조건에 달하지만 개인정보보호법에 막혀 활용이 어렵다. 다만 현재 암호화를 통해 식별이 불가능한 개인정보를 공익적 측면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안건이 국회에 계류 중인 만큼 앞으론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이에 제약바이오협회는 지난 6월 심평원과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빅데이터를 활용해 AI 신약 개발에 나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뒀다. 개인정보 문제만 해결하면 국내에서도 인공지능 신약 개발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인공지능신약개발지원센터는 산·학·연 네트워크를 위한 구심점 역할을 할 계획이다.(자료 제공=주철휘 인공지능신약개발지원센터 부센터장)

주 부센터장은 "미국 FDA 공개 데이터를 포함해 전 세계에 많은 의약 연구데이터부터 인공지능이 학습하도록 할 계획"이라며 "이 과정을 습득하면 차후 국내 데이터를 활용할 때 더 신속하고 정확하게 데이터를 선별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에 따르면 전통적인 연구개발 방식으론 1개의 혁신 신약 개발에 평균 10~15년의 시간과 3조원의 비용이 들어가는데 성공 확률은 9000분의 1에 불과하다. 이에 센터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약 개발로 시간과 비용을 얼마나 절감할 수 있을지도 시험할 계획이다.

주 부센터장은 인공지능을 신약 개발에 본격적으로 적용하려면 부족한 전문인력 양성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센터는 박사 4명, 석사 1명 등 총 5명의 인력이 있는데 본격적으로 사업을 전개하기엔 턱 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주 부센터장은 "인공지능 전문가들은 제약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인공지능과 신약개발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전문인력 양성이 필요하다"면서 "센터에서 신약개발과 인공지능, 데이터분석 등 전문 교육을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인공지능 신약개발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 비해 후발주자이긴 하지만 주 부센터장은 충분히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인공지능 신약개발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는 미국은 펀딩 받는 제약사만 70곳"이라며 "제약사는 물론 벤처캐피털과 바이오, IT 등 다양한 분야의 콤비네이션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주 부센터장은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2년 정도 뒤처져 있지만 잠재적으로 인공지능 수요가 많다"라며 "임상과 같이 상대적으로 선도적인 위치에 있는 분야에 집중한다면 충분히 성장 가능성이 높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스웨덴이나 벨기에 등 국부의 반을 제약 R&D에 투자하는 만큼 우리나라도 정책적 지원 확대와 함께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혁신 신약 개발 수준은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이에 정부는 제약바이오 산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지목하고 정책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신약 개발의 지름길로 꼽히는 인공지능을 통해 글로벌 강자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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