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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가 '리츠'를 선택하지 않은 진짜 이유

  • 2019.08.21(수) 14:22

점포 매각 연내 마무리 의지…'속도'에 방점
부동산 펀드 선택할듯…적자점포 정리 효과

대형 유통업체들이 잇따라 자산 유동화에 나서고 있다. 소비 트렌드가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오프라인 매장이 중심인 대형 마트들의 실적이 급락하고 있어서다. 돈은 필요한데 수익이 나지 않자 보유하고 있는 점포를 활용해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업체별 자산 유동화 방법도 다르다. 롯데쇼핑은 '리츠(REITs)'를 선택했다. 홈플러스도 당초 리츠 상장을 노렸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자 자산운용사에 점포를 매각, '세일 앤 리스백' 방식으로 자산 유동화에 나섰다. 관심은 이마트다. 이마트도 최근 점포 매각을 발표했다. 하지만 예상했던 리츠가 아닌 부동산 펀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가 뭘까.

◇ '빨간불' 들어온 재무구조

이마트의 올해 2분기 실적은 예상보다 좋지 않았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은 늘었지만 수익성은 나빠졌다. 자회사들의 부진도 있었지만 근본적으로 이마트 자체의 실적 부진이 뼈아팠다. 소비자들이 더 이상 대형마트를 찾지 않으면서 국내 1위 대형마트인 이마트도 부진의 늪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실제로 이마트의 영업이익은 최근 수년간 조금씩 하락하고 있다. 시그널은 이미 있었던 셈이다. 특히 매년 5000억원을 웃돌던 영업이익이 지난해 4000억원대로 떨어지면서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증권가에선 올해 이마트의 영업이익을 2500억원대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예년과 비교하면 반 토막 수준이다.

단위 : 억원.

부채비율도 문제다. 올해 3월 말 현재 이마트의 부채비율은 109.2%다. 작년 3월 말 81.7%와 비교하면 1년 만에 급격하게 높아졌다. 3월 말 기준 이마트의 단기 차입금은 2조 1233억원이다. 반면 현금성 자산은 5849억원에 불과하다. 소비 트렌드 변화로 수익성이 나빠진 데다 대규모 정규직 전환 등에 따른 인건비 부담과 대형 점포 보유에 따른 세금 부담이 커지면서 재무구조도 악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상황이 이렇자 이마트도 대응에 나섰다. 이마트는 최근 약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과 함께 점포 10여 개를 매각해 1조원의 자금을 확보키로 했다. 이번 조치의 핵심은 점포 매각이다. 이마트는 자산 유동화의 일환인 점포 매각을 '세일 앤 리스백' 방식으로 진행키로 했다. 매각 대상 점포 선정부터 매각까지 가급적 연내에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이마트가 처한 상황이 그만큼 급하다는 방증이다.

◇ '부동산 펀드'로 가나

당초 업계에선 이마트가 자산 유동화 방식으로 리츠를 선택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이마트는 세일 앤 리스백 방식을 선택했다. 리츠는 유통업계의 대표적인 자산 유동화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롯데쇼핑은 지난 5월 롯데백화점 강남점을 롯데리츠에 넘기고 4200억원을 확보했다. 지난달에는 롯데리츠에 아울렛과 백화점, 마트 등 9곳을 처분하고 1조 629억원을 마련키로 한 상태다.

그런 만큼 이마트도 리츠 방식으로 자금 조달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당초 이마트 역시 자산 유동화 방안의 일환으로 리츠를 고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마트는 현재 필요한 것은 '속도'라는 판단을 내렸다. 리츠를 통한 자금 조달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빠른 시일 내에 자금을 유치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시장에 '이마트는 안전하다'라는 시그널을 줘야 한다. 이마트가 리츠를 선택하지 않은 이유다.

롯데쇼핑은 지난 5월 롯데백화점 강남점을 롯데리츠에 넘기고 자금 4200억원을 확보했다. 지난 달에는 롯데리츠에 아울렛·백화점·마트 9곳을 처분하고 자금 1조 629억원을 마련키로 했다.

아울러 앞서 홈플러스의 사례도 이마트가 리츠를 선택하지 않은 이유로 꼽힌다. 홈플러스는 지난 2월 리츠 상장을 통해 최대 1조 7000여 억원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대형마트 업계를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보니 흥행에 실패했다. 결국 홈플러스는 상장을 철회했다. 이마트가 처한 상황도 홈플러스와 다르지 않다. 자칫 홈플러스처럼 투자자 모집에 실패할 경우 후폭풍이 거셀 수밖에 없다.

업계에선 이마트가 부동산 펀드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리츠 상장을 철회한 홈플러스도 최근 우량 점포 3곳을 이지스자산운용에 매각했다. 이어 홈플러스는 이지스 자산운용과 세일 앤 리스백 계약을 맺었다. 이지스 자산운용은 이를 바탕으로 부동산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부동산 펀드는 운용사가 펀드 투자 자금으로 점포를 매입한 후 홈플러스에 빌려주고 임대료를 받아 그 수익금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방식이다. 리츠와 비교해 조달할 수 있는 자금 규모는 작지만 빠른 시간 내에 자금 확보가 가능하다.

◇ 방점은 다른 곳에?

업계 일각에선 이마트의 이번 자산 유동화의 방점이 다른 곳에 찍혀있다는 시각도 있다. 리츠를 선택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마트가 자금 조달이 절실했다면 리츠를 외면했을 리가 없다는 이야기다. 리츠는 대규모 자금 조달이 가능한 데다, 상장했을 경우 주식시장을 통해 추가 자금 조달이 용이하다. 이마트가 큰 규모의 현금이 필요했다면 리츠가 가장 적합한 방법이다. 하지만 이마트는 이를 선택하지 않았다.

이마트는 매각 대상 점포를 수도권이 아닌 지방의 적자 매장 위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방 적자 매장은 이마트의 수익성 악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만일 이마트가 리츠를 선택했다면 적자 매장의 매각은 어려워진다. 리츠는 상장했을 경우 주식회사가 된다. 따라서 자산을 매각하려면 주주총회를 통해 주주들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이마트 입장에선 번거로운 일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이마트가 부동산 펀드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 펀드는 리츠와 마찬가지로 자산 매각 후 재임대하는 세일 앤 리스백 방식이다. 또 자산에 대한 재량권은 펀드를 운용하는 운용사가 가진다. 이마트 입장에서는 펀드를 통하면 적자 매장 완전 매각을 통한 구조조정은 물론 빠른 시간 내에 자금을 유치하는 데에 유리하다.

이마트의 자산 유동화에 대해 일부에선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수익성 확보가 중요한 마당에 일시적인 자금 조달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이 효과가 있겠느냐는 의견이다. 하지만 이마트가 부동산 펀드를 통해 자금 조달에 성공한다면 이런 우려를 불식할 수 있다. 자금 조달은 물론 적자 매장 구조조정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마트의 매각 대상 점포에 그 답이 있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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