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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장기를 사람에게?…제넨바이오, 임상시험 '눈앞'

  • 2019.08.21(수) 15:19

장기이식 대기 환자 하루 5.2명 사망…공급 부족
내년 이종췌도 및 각막 이식 임상시험 허가 추진

국내에서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들이 하루 평균 5.2명씩 사망에 이르고 있다. 이식장기 부족 때문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동물의 장기를 이식하는 이종장기 사업에 주목한 바이오기업이 있다. 바로 제넨바이오다. 제넨바이오는 이종췌도 및 각막 이식과 관련해 식약처의 최종 임상시험 허가를 추진하고 있다.

제넨바이오는 최근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약칭 첨단바이오법)이 제정되면서 첨단재생의료 일환으로 이종장기 이식도 유망한 사업분야로 발전할 것으로 내다봤다.

제넨바이오는 21일 더플라자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내외 이종장기 산업의 최신 동향을 공유했다.

▲김성주 제넨바이오 대표이사가 21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돼지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이종장기 이식사업의 청사진을 발표하고 있다.(사진 제공=제넨바이오)

이에 따르면 인공장기 시장은 2024년 약 53조원 규모로 전망되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다. 전 세계적으로 장기이식 수요 충족 비율이 10% 미만에 불과한 데다 국내에서도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들이 하루 평균 5.2명씩 사망에 이르고 있다. 그만큼 장기 수요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제넨바이오가 추진하는 이종장기 이식은 종이 다른 동물의 장기나 조직 등을 이식하는 기술이다. 이종장기 이식 시 면역거부 반응이나 이종 간 감염병 전이를 방지하기 위해 거부 반응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제거하거나 외래유전자를 삽입해 형질을 전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35년간 이식외과 전문의 길을 걸어온 김성주 제넨바이오 대표이사는 전 삼성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장이자 현재 대한이식학회 상임이사를 역임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14년 유전자를 편집한 돼지의 췌도를 원숭이에게 이식해 6개월 이상 성공적으로 혈당을 유지함으로써 국내 최초로 형질전환 돼지를 이용한 이종 췌도이식에 성공하기도 했다.

김 대표이사의 경험을 토대로 제넨바이오에서 추진하는 이종장기도 인간의 장기 크기와 비슷하게 개량된 미니돼지의 장기를 형질전환 및 무균화해 사람에게 이식할 수 있도록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3월 연구용 미니돼지 개발 전문기업인 아퓨어스와 포괄적 사업제휴 계약을 맺었다. 또 4월에는 이종이식을 위한 형질전환 복제동물 생산 및 체세포 관련 연구를 위해 단국대 나노바이오의과학과 심호섭 교수 연구팀과 공동연구 협약을 체결했다.

본격적인 사업전개를 위해 경기도 평택 소재에 2000평 규모로 제넨형질전환센터를 오는 12월 완공을 앞두고 있으며, 이곳에서 형질전환 무균돼지를 사육 및 개발하게 된다. 또 평택 드림테크산업단지 내 1만1000평 규모로 이종장기 제조시설 등 종합 R&D센터인 제넨코어센터를 2020년 6월 완공할 예정이다.

김 대표이사는 "제넨바이오는 국내에서 처음 출범하는 원스톱 이종장기이식 플랫폼으로 이종장기개발부터 이식 관련 신약 및 기술개발, 이식전문병원 설립까지 아우르는 마스터 플랜을 수립하고 있다"면서 "최종적으로 이종장기의 상용화를 통해 인류 복지 증진에 기여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특히 국책 연구사업인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을 이끌고 있는 박정규 단장(서울대 의과대학 미생물학교실)을 영입해 올해 진행할 무균돼지 이종췌도 이식임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은 돼지 췌도를 영장류에 이식해 혈당 조절 성과를 거뒀고, 돼지 각막을 영장류에 이식하는 비임상 시험에서도 세계 최초로 전층 각막 이식에 성공한 바 있다.

박 단장은 "지난해 임상연구심의위원회(IRB)로부터 환자 대상 이종췌도(췌장) 및 각막 이식 임상 승인을 받았고 최종적으로 식약처의 임상 허가를 목전에 두고 있다"라며 "인보사 사태로 식약처와의 임상시험 신청 사전미팅(pre-IND)이 지연되고 있지만 내년 3~5월 중에는 첫 사례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첨단바이오법 제정이 이종장기를 포함한 재생의료 분야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경우 이종이식 법규가 마련돼 있어 이종이식 임상시험을 제도하에서 시행 가능하고 중국은 정부차원에서 이종이식 기술개발을 적극 후원 중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이종이식 임상시험 관련 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아 임상시험 진행에 어려움이 있었다. 최근 첨단바이오법이 제정되면서 이를 계기로 향후 이종장기 관련 법규 및 제도도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첨단바이오법 내 첨단재생의료 범위에 이종장기를 직접 명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종세포'를 범주에 포함하고 있다"라며 "첨단바이오법이 이종장기 산업을 직접 규정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향후 해당 법안을 기반으로 관련 규정이 보완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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