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이 메디톡스와의 보툴리눔 균주 분쟁에서 확실한 승기를 잡았다.
보툴리눔 균주 포자 감정 결과 대웅제약의 '나보타'와 메디톡스의 '메디톡신' 제품에 사용한 균주가 다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균주를 훔쳐 '나보타'를 만들었다는 메디톡스의 주장이 거짓이란 얘기다.
이에 따라 양사가 국내외에서 전방위로 벌이고 있는 소송전에서도 대웅제약이 절대적으로 유리해졌다. 반면 메디톡스는 경쟁사를 거짓 사실로 모함하고, 미국 수출까지 방해하려고 했다는 비판과 함께 막대한 손해배상까지 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
메디톡스는 이제 와서 다른 해명을 내놓고 있다. 자신들이 국내 소송의 기본적인 근거로 제시했던 포자 형성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면서 미국 소송 과정에서 진실이 밝혀질 것이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 대웅제약, 메디톡스 균주와 달리 포자 생성 확인
대웅제약은 국내 포자 감정에서 '나보타' 생산에 사용한 균주가 포자를 형성해 메디톡스의 균주와 다르다는 사실을 입증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포자 감정은 국내 민사소송에서 법원의 지시 하에 국내외 전문가 감정인 2명과 함께 실시했다. 양사가 각기 추천한 감정인들은 포자 감정 시험을 통해 확인한 포자 형성 여부를 지난 14일과 29일 각각 법원에 제출했다.
보툴리눔 균주의 포자 형성 및 동일성 여부를 감정하기 위해 법원은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추천을 받아 프랑스 파스퇴르 연구소의 팝오프 교수와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의 박주홍 교수를 감정인으로 지정한 바 있다. 자사 균주가 어떤 환경에서도 포자를 생성하지 않는다고 명시한 메디톡스의 소장이 법원의 인정을 받아, 이번 감정에선 대웅제약 보툴리눔 균주의 포자 생성 여부만 확인했다.
포자 감정은 대웅제약의 향남공장 연구실에서 지난 7월 4일부터 15일까지 양측 감정인이 각각 진행했고, 양사 대리인들이 전 과정을 참관했다. 용인연구소에 봉인된 대웅제약 보툴리눔 균주는 질병관리본부의 입회 하에 용인연구소에서 반출, 향남공장으로 옮겨졌다. 시험기간 동안 보안을 위해 실험실과 배양기 등의 접근을 철저히 통제하면서 CCTV로 24시간 감시했으며,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인터넷 접속 링크도 제공했다.
◇ 대웅제약, 메디톡스와 소송에서 확실한 승기
대웅제약은 이번 포자 감정으로 메디톡스와의 소송에서 승기를 잡았다. 균주의 포자 형성 유무는 이번 소송에서 가장 결정적인 변수였다. 메디톡스가 자사의 균주는 어떤 환경에서도 포자를 생성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기반해 대웅제약에 민사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당시 메디톡스는 'Hall A Hyper' 균주는 포자를 형성하지 않는 고유한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대웅제약의 균주가 메디톡스에서 유출된 것이라면 포자를 형성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번 감정 결과로 메디톡스가 소송을 제기한 기본적인 근거가 무너져버린 셈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이번 포자 감정에서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균주가 포자를 형성한 사실을 확인함에 따라 메디톡스와 다른 균주임을 입증했다"면서 "그동안 근거 없는 음해로 일관한 메디톡스에 무고 등의 민형사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 메디톡스, 이제 와서 미국 조사에서 진실 밝혀질 것
다만 아직 싸움은 완전히 끝난 건 아니다. 메디톡스가 미국에서도 소송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메디톡스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조사가 좀 더 심층적인 만큼 미국 내 소송에서 진실이 명백히 밝혀질 것으로 보고 있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국내 민사소송의 포자 감정 결과에 관한 대웅제약 주장은 일부 내용만 부각한 편협한 해석에 불과해 전혀 동의할 수 없다"라며 "ITC에서 형사 사건 등에 활용하는 철저하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양사의 균주를 조사하고 있는 만큼 이를 통해 모든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반박했다.
반면 업계에선 ITC 소송 역시 대웅제약이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포자 감정으로 균주 자체가 다른 것으로 드러난 만큼 메디톡스의 주장이 받아들여지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양사는 오는 9월 20일까지 배치 기록(batch record), 제조공정 등과 함께 포자 감정 결과를 ITC에 제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