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오후 늦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호텔롯데 관련 공시 하나가 올라왔습니다. 주된 내용은 호텔롯데의 대표이사 변경이었습니다. 눈에 띈 것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호텔롯데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다는 내용입니다. 호텔롯데는 신동빈, 송용덕, 김정환, 박동기, 이갑 등 5인 대표 체제에서 이봉철, 김현식, 최홍훈, 이갑 등 4인 대표 체제로 변경됐습니다.
사실 신 회장의 호텔롯데 대표이사 임기는 작년 말까지였습니다. 이 내용을 이번에 공시한 겁니다. 하지만 신 회장이 호텔롯데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사실이 큰 주목을 받는 것은 호텔롯데가 롯데그룹 내에서 갖고 있는 의미가 남달라서입니다. 더불어 호텔롯데는 신 회장이 반드시 상장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곳이어서 세간의 관심이 더욱 집중되고 있습니다.
호텔롯데 상장은 신 회장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는 일본 롯데홀딩스입니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요 주주에는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광윤사가 있습니다.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들 중 일부가 이탈해 신 전 부회장 측을 지원하고 나서면 신 전 부회장은 호텔롯데를 통해 언제든 한국 롯데를 뒤흔들 수 있습니다.
호텔롯데는 한국 롯데와 일본 롯데를 잇는 마지막 끈입니다. 신 회장은 이 끈을 끊고 상장을 통해 일본 롯데 측의 지분을 희석시키고 싶어 합니다. 표면적으로는 롯데그룹이 일본 기업이라는 오해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이지만 속내는 여전히 남아있는 신 전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의 불씨를 아예 꺼뜨리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입니다.
호텔롯데는 여전히 한국 롯데 주요 계열사들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언제든 일본 롯데가 치고 들어올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신 회장이 롯데의 지배 구조 개편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신 회장 입장에서는 그 작은 가능성조차 신경이 쓰일 겁니다. 그래서 호텔롯데 상장은 신 회장에게 또 롯데그룹에 매우 중요한 사안입니다. 업계와 시장이 호텔롯데의 상장 여부와 시기 등에 대해 관심을 갖는 이유입니다.
그런 호텔롯데의 대표이사직에서 신 회장이 물러났으니 그 이면에는 무언가 숨은 의미가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 업계와 생각입니다. 롯데지주에서는 "작년 말 대법원 선고로 집행유예를 받아 더 이상 대표이사직을 유지하기에는 부담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를 통해 계열사의 책임 경영과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책임 경영'과 '전문성 확보'를 위한 조치라는 롯데지주의 설명은 매우 공식적인 답변입니다. 답변이 너무 공식적이다 보니 '숨은 뜻'에 대한 의심이 더욱 커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롯데지주 입장에서도 공식적인 답변 이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은 없을 겁니다. 특히 신 회장이 호텔롯데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것과 호텔롯데의 상장을 연계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워하는 눈치입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일이 호텔롯데의 상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호텔롯데 상장을 염두에 두고 생각하면 신 회장이 호텔롯데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것이 상당 부분 설명되기 때문입니다. 우선 호텔롯데가 상장을 하기 위해서는 상장 심사를 통과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대표이사의 도덕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습니다. 신 회장이 최근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를 받은 것이 해당합니다.
따라서 신 회장과 롯데그룹의 입장에서는 신 회장이 호텔롯데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상장을 위해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호텔롯데 상장을 시도했다가 한 번 좌절된 적이 있었던 만큼 이번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신중한 모습입니다. 더불어 작년 말 있었던 인사에서 호텔부문을 담당하게 된 신임 경영진을 최전방에 배치, 전문성을 키우려는 의도도 보입니다.
현재 호텔롯데의 실적이 꾸준히 좋아지고 있는 만큼 전문 경영인들이 호텔롯데의 실적을 더욱 개선한다면 상장에 훨씬 유리할 겁니다. 특히 지난 인사에서 호텔&서비스 부문 BU장으로 선임된 이봉철 사장이 이번에 호텔롯데 대표이사 중 한 명으로 선임됐다는 것도 의미하는 바가 큽니다. 이 사장은 롯데그룹의 대표적인 재무통입니다. 호텔&서비스 부문 BU장으로 선임되기 전까지 롯데그룹의 살림을 담당해왔습니다.
그룹의 대표적인 재무통을 호텔롯데의 수장에 앉혔다는 것은 누가 봐도 상장을 위한 포석으로 밖에 볼 수 없습니다. 그는 롯데지주 재무혁신실장 당시 롯데그룹의 지주사 개편은 물론 순환출자 고리 해소 등을 진두지휘해왔습니다. 그만큼 신 회장의 최측근 중 한 명으로 꼽힙니다. 신 회장의 의중을 잘 아는 만큼 호텔&서비스 부문 BU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호텔롯데 상장이라는 '특명'을 받았을 겁니다.
여러 상황을 종합해 봤을 때 신 회장의 호텔롯데 대표이사 사임은 궁극적으로 호텔롯데 상장을 염두에 둔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립니다. 이는 곧 롯데그룹이 본격적으로 호텔롯데 상장을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는 시그널이기도 합니다. 업계 등에서는 빠르면 연내에 호텔롯데 상장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이미 나오고 있습니다. 과연 업계의 분석이 맞아떨어질지 여러분들도 한 번 지켜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