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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규제의 그늘]③이제는 풀자

  • 2020.03.16(월) 08:26

한시적 규제 완화 요구에도 정부 기존 입장 고수
"유통산업 발전·소비자 편익 저해" 목소리 커져
온라인으로 쏠리는 유통산업…"패러다임 바꿔야"

국내 유통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던 대형마트의 몰락이 현실화되고 있다. 대형마트들은 이제 온라인에 그 자리를 뺏겼다. 소비 트렌드 변화와 함께 정부의 낡고 정치적인 규제가 맞물린 결과다. 특히 전통시장을 살리자는 취지로 강제한 유통 규제들은 대형마트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당초 목표였던 전통시장을 살리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내수 활성화에 기여한 것도 아니다. 지난 8년간 대형마트들의 족쇄로 작용한 유통 규제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향후 대책을 고민해보려 한다. [편집자]

이젠 대형마트를 옥죄고 있는 족쇄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최근엔 코로나19 사태 기간 만이라도 한시적으로 규제를 풀어달라는 주장도 나온다. 대형마트의 경우 의무휴업일엔 온라인 주문에 따른 배송도 금지돼 있어 소비자들이 물건을 사고 싶어도 사지 못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로 유통업계 전반에 드러난 문제점들을 보면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가 시대의 흐름과 동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온라인 구매가 빠르게 늘고 있는 상황에서 대형 오프라인 점포에만 기계적으로 휴업일을 정하는 방식은 취지에 맞지 않고 실효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 "코로나19, 한시 규제 완화해야"

한국체인스토어협회(이하 협회)는 최근 정부에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 온라인 배송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해달라'라는 요청문을 보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만 의무휴업일에도 온라인 배송을 예외로 허용해야 한다는 요구다. 이 협회는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 업체들을 회원사로 두고 있다.

협회가 이런 요구를 내놓은 이유는 대형마트의 경우 유통산업발전법이 정한 의무휴업일 규제에 따라 오프라인 점포가 문을 닫을 경우 온라인 배송도 멈춰야 하는 규제 때문이다. 대형마트의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에서 나가는 배송은 가능하지만, 대다수 물류 센터는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이에 따라 당장 생필품 품귀 현상이 벌어졌던 대구·경북 지역의 경우 대형마트 휴업일에는 온라인 주문조차 어려운 상황에 빠졌다는 점이 지적된 바 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대형마트 업체들이 대표적으로 지적해왔던 '불합리한 규제' 사례로 꼽힌다. 쿠팡 등 대형 온라인 쇼핑업체의 경우 휴일 구분 없이 배송이 가능한데 유독 대형마트 업체만 온라인 배송까지 규제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그러나 이들의 요구는 번번이 거절당했다. 정부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의 시행 여부·범위 등 구체적 사항의 결정은 각 기초지자체에 위임하고 있다"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리고 대부분 지자체는 이런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 "일본·프랑스는 일찌감치 규제 완화"

업계에서는 정부와 정치권이 대형마트 등 대형 오프라인 유통업체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여론은 여전히 대형 유통업체들을 소상공인을 어렵게 하는 '적(敵)'으로 보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그러나 대형마트가 전통시장 등 소상공인을 위협한다는 주장이 점차 힘을 잃어가고 있는 만큼 정부와 정치권이 규제를 다시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선 유통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유통산업 발전과 소비자 편익 등을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참고해볼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2017년 내놓은 '프랑스·일본 유통산업 규제 변화 추세와 시사점'에 따르면 두 나라는 대형마트나 SSM(기업형 슈퍼마켓)에 대한 규제를 시행했다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거세지면서 방향을 틀었다. 

프랑스의 경우 기존에는 소형 유통사업체를 보호한다며 매장 면적 상한을 300㎡로 제한했는데, 이런 규제가 유통산업을 왜곡한다는 비판에 따라 지난 2008년 이를 1000㎡로 완화했다. 일본 역시 점포 면적이나 개점일, 폐점 시간, 휴업일 수에 대한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다가 소비자 편익을 해친다는 반발로 2000년부터 영업시간과 휴일 수를 규제하지 않고 있다. 

이기환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소비자의 선택을 제한하고 특정 소매점의 영업을 제한하는 규제는 이득보다 손실이 더 크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라면서 "소규모 전통 상점을 보호하려는 정책은 기존 상점의 퇴출을 지연할 뿐 유통산업 구조 전환의 큰 흐름 막지 못한다"라고 지적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온라인 가장 위협적…패러다임 전환 필요"

이미 유통산업의 무게 중심이 온라인으로 넘어갔다는 점도 규제 완화 목소리에 힘을 싣고 있다. 

앞서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해 9월 '대규모 점포 규제 효과와 정책 개선 방안'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2년까지만 해도 대형마트가 전통시장을 위협하는 경쟁자로 꼽힐 근거가 있었지만 이제는 되레 온라인 쇼핑이나 슈퍼마켓이 전통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대한상의는 "2000년대 후반 성장을 거듭하던 대형마트도 온라인쇼핑, 편의점, 중대형 슈퍼마켓 등 경쟁 유통업태가 성장하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라며 "이제는 온라인 쇼핑과 슈퍼마켓이 가파르게 성장하며 전체 유통 판매액 비중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대한상의가 유통업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가장 위협적인 유통 업태를 묻는 질문에 대형마트는 17.5%에 그쳤고, 온라인쇼핑을 꼽은 응답자가 43%에 달했다.

박재근 대한상의 산업조사본부장은 "유통산업의 역학구조를 잘 이해하고 그 안에서 실질적으로 전통시장에 도움을 주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라면서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전통시장 보호를 유통산업의 범주에서 다루지 않고 관광, 지역개발 차원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는데 우리도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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