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국내 증시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올 초 2300선을 넘보던 코스피지수는 코로나19 충격으로 단기간에 1450선까지 추락하면서 말 그대로 패닉에 빠졌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국 정부가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을 내놓으면서 투자심리가 일단 패닉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여전히 급변동 장세가 펼쳐지고 있다.
이번 급락장에선 개인 투자자 이른바 개미들이 대거 주식 투자에 뛰어들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외국인들이 연일 팔아치우고 있는 주식을 족족 사들이면서 구한말 외세에 맞선 동학운동에 빗댄 동학개미운동이란 신조어가 나올 정도다.
문제는 당분간 급변동 장세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섣부른 투자는 낭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개미 투자자들이 대거 몰리고 있는 제약바이오 업종은 변동성이 훨씬 더 심하다. 최근 한 달 새 주가가 반 토막 난 기업이 있는 반면 코로나19 수혜주로 꼽히면서 주가가 급등하는 기업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국내 다수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코로나19 진단키트 더 나아가 치료제 및 백신 개발에 착수한 소식을 전하면서 최근 주식시장의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진단키트 개발기업들은 대표적인 수혜주로 꼽히면서 몸값이 치솟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에 따라 진단키트 수요가 폭증하면서 물량을 소화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고 있다.
씨젠이 대표적이다. 씨젠은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초기 개발해 국내 보건당국 긴급 사용승인을 받았고, 현재 다수 국가에 수출하고 있다. 최근엔 미국에서도 러브콜을 받으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씨젠의 시가총액은 작년 말 8000억원에서 지난달 31일 현재 2조 9094억원으로 급증하면서 한때 코스닥 시총 3위 자리를 꿰찼다.
씨젠의 진단키트 개당 판매가격은 1만원이며, 지난달 일평균 생산량은 약 6만 키트였다. 월 매출만 약 180억원에 달하면서 확실하게 수혜를 누렸다. 코로나19가 확산일로에 있는 만큼 당분간 이런 기조가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진단키트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국내외 다수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진단키트 개발에 나서면서 정확도는 높고 검사 시간은 단축할 수 있는 진단키트가 속속 선보이고 있다. 씨젠을 비롯해 초기 개발기업들의 입지가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내세운 제약바이오주들은 더 조심해야 한다. 국내에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계획을 밝힌 제약바이오기업은 셀트리온을 비롯해 부광약품과 일양약품, 이뮨메드, 셀리버리, 노바셀테크놀로지, 코미팜, 젬벡스, 엔지켐생명과학, 테라젠이텍스 등 10곳이 넘는다. 하지만 대부분 임상허가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백신 역시 SK바이오사이언스와 GC녹십자, 스마젠, 지플러스생명과학 등이 개발에 나섰지만 갓 후보물질을 확보한 수준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이들 기업의 주가가 치솟으면서 개미들이 너도나도 투자에 뛰어들고 있다.
신약 연구개발 과정을 살펴보면 임상1상부터 3상까지 평균 6~8년이 걸린다. 코로나19의 경우 긴급 사안이어서 우리 정부도 임상시험 신속심사 등 지원에 나서고 있어 개발기간은 훨씬 줄어들 수 있다.
문제는 성공 가능성이다. 현재 코로나19 치료 관련 임상시험 신청 건수는 11건이다. 이중 전문가 자문을 거쳐 ▲길리어드사이언스의 에볼라 치료제 '렘데시비르' 3건 ▲애브비의 에이즈 치료제 '칼레트라'와 에리슨제약의 말라리아 치료제 '옥시크로린' 병용 1건 ▲한림제약의 말라리아 치료제 '할록신' 1건 등 총 5건만 승인을 받았다.
국내에서 4건의 임상 승인을 받은 렘데시비르와 칼레트라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꼽은 가장 유력한 코로나19 치료제 후보약물이었다. 그러나 최근 미국, 영국, 중국 등에서 진행한 임상에서 칼레트라는 유의미한 치료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과거 사례를 봐도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다수 제약기업들이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나섰지만 단 1곳도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다. 코로나19와 같은 계열인 사스 역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으면서 글로벌 제약사들이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시도했지만 이 또한 성공 사례가 단 1건도 없다.
과거에 실패했으니 이번에도 그럴 것이란 말이 아니다. 신약 개발은 그만큼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얘기다. 코로나19에 기댄 섣부른 투자는 과거 신라젠과 강스템바이오 등 임상 실패 사례처럼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투자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