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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줍줍]리셀, 나도 신발 줍줍 한번 해봐?

  • 2020.05.29(금) 09:12

이번 주 당신이 바빠서 흘린 이슈, 줍줍이 주워 드려요

/삽화=김용민 기자 kym5380@

얼마 전 ‘샤넬런’이 화제가 됐었죠. 명품 브랜드 샤넬의 제품을 가격 인상 전에 구입하려는 쇼핑객들이 이른 아침부터 백화점 앞에 줄을 길게 섰던 사건인데요.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다가도, 당장 내일부터 제품 값이 100만원 넘게 오른다니 일단 사고 보는 게 맞는 것 같기도 해요.

혹시나 물건을 사 놓고 내가 쓰진 않더라도, 웃돈을 얹어 온라인으로 되팔면 그만큼 이익이니까요. 몇 시간만 투자하면 100만원이 넘는 이익을 챙길 수 있다는 기대감이 이들을 샤넬 매장에 줄 서게 만든 거죠. 이처럼 정식 매장이 아닌, 구매자 간 이뤄지는 거래를 ‘리셀(resell)’이라고 불러요.

 

리셀 시장이 활성화된 이유

리셀과 일반 중고거래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희소성’인데요. 다른 곳에선 구할 수 없는 제품에 웃돈을 주더라도 구매하려는 수요와, 그 가치를 먼저 알아보고 선점한 공급자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이뤄지는 2차 거래인 셈이죠.

리셀 업계는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성장세를 이어가는 시장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어요. 최근에는 아트토이, 디자인 가구, 유명 가수의 한정판 앨범 등 수집 욕구를 자극하는 다양한 아이템 역시 리셀의 대상이 되고 있고요.

현재 가장 활성화된 리셀 시장은 스니커즈(운동화) 분야. 마니아층이 두텁고 대중성 역시 높기 때문이죠. 명품, 유명 브랜드, 유명인과의 협업이나 커스터마이징(주문제작) 등도 활발해 희소성 있는 제품도 나오고요. 한 예로 스포츠용품 브랜드 나이키와 가수 지드래곤이 협업해 내놓은 한정판 스니커즈 ‘나이키 에어포스 1 파라노이즈’의 경우 본래 가격의 수십, 수백 배에 달하는 중고거래가를 기록하고 있죠.

 

리셀 누가 하나 봤더니

주목할 만한 점은 MZ 세대(1980년~2000년대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아우르는 말)가 리셀에 큰 관심을 보인다는 것. 이들은 각종 SNS와 온라인 플랫폼을 자유롭게 다루고, 자신만의 독특한 취미와 취향을 공유하는 것을 즐기죠. 취향이 점점 더 다양해지다 보니, 리셀 시장에서만 구할 수 있는 희소품의 가치가 자연스레 높아질 수밖에 없어요.

또한 몇 번 입거나 사용하면 끝인 물건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가치 있는 것들을 구매하고, 이를 재판매함으로써 또 다른 제품을 구입할 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이 MZ 세대를 리셀 마켓으로 끌어들이고 있어요. 현재 리셀 시장 구매자의 40% 이상이 MZ 세대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해요.

 

리셀 플랫폼으로 몰려드는 유통업계

미국 중고의류 업체 스레드업에 따르면 올해 세계 리셀 시장 규모는 약 390억달러(48조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데요. 특히 지난해 20억달러(2조4600억원) 규모였던 스니커즈 리셀 시장은 2025년까지 60억달러(7조4000억원) 수준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여요.

이에 해외 스니커즈 리셀 플랫폼이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요. 2015년 창업한 미국 스톡엑스(StockX)는 지난해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1조원을 인정받아 유니콘 기업이 됐어요. 중국 점유율 1위 두앱(毒App)은 지난해 상반기에만 약 3400억원의 거래액을 기록했고요.

국내 플랫폼 업체들 역시 리셀 시장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는데요.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는 얼마 전 한정판 스니커즈 거래 플랫폼 ‘크림’을 출시했어요. 국내 유니콘 기업 중 하나인 온라인 패션 쇼핑몰 무신사 또한 한정판 스니커즈 거래 중개 플랫폼 ‘솔드아웃’ 출시를 앞두고 있어요. 중고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는 리셀 문화 조성과 확산을 위해 지난달 2명의 임원을 신규 선임하기도 했죠.

 

리셀 시장이 넘어야 할 과제는

해외에선 리셀 시장 매매를 전문으로 하는 ‘리셀러’가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받고 있어요. 2017년 고작 16세의 나이로 백만장자가 돼 화제가 됐던 미국의 리셀러 ‘벤자민 카펠루쉬닉’처럼 유명 연예인과의 거래를 공개적으로 자랑하며 직업을 당당히 밝히는 리셀러가 늘고 있죠.

하지만 국내 상황은 조금 달라요. 자신이 리셀러임을 숨기는 ‘샤이 리셀러’들이 많죠. 한국에선 아직까진 정가보다 웃돈을 주고 상품을 거래한다는 것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남아 있는 편이에요. 세금 문제 등 사업의 투명성 부분에서 떳떳하지 못한 부분도 있고요.

리셀 시장 구매자들 가운데 피해를 보는 사례가 많다는 게 가장 큰 문제점. 아직 국내 리셀 시장은 공신력 있는 사업자나 플랫폼을 통해서가 아니라, 개인 간 거래로 암암리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요. 개인 간 거래에서는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상품에 대한 정보를 자세히 제공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어요. 정보 비대칭성이 커 합리적인 소비가 어려운 시장이죠.

제품이 불량하거나 가품일 경우 한국소비자원 등 제도권의 도움을 받기도 어려워요. 한국소비자원은 사업자와 개인 간 분쟁을 중재하는 곳이므로, 원칙상 개인 간 거래에 개입하는 경우는 제한적이기 때문이에요. 리셀 시장이 한 단계 더 성장하려면, 불어난 몸집에 걸맞은 법적‧제도적 시스템이 갖춰져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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