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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손잡고'…경계 허무는 유통업계

  • 2020.11.19(목) 16:55

11번가·아마존 깜짝 협력…"올 게 왔다"
네이버·GS 등도 협업 통해 시장공략

코로나 19 이후 격변기를 맞고 있는 유통업계가 합종연횡식 연합을 구축하며 위기대응에 나서고 있다. 고객들의 소비패턴이 코로나 19 이후 빠르게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이에 대응하지 못하면 밀려난다는 위기의식이 업계 전반에 드리워졌다. 변화를 맞이한 업체들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협력할 파트너를 찾으며 2021년을 절박하게 준비하고 있다.

◇ 아마존+11번가, 국내 유통업계 '메기' 되나

최근 11번가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과 이커머스 사업 혁신을 위해 협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아마존에서 유통되는 해외상품을 11번가를 통해 국내에서 편하게 직구할 수 있게 될 예정이다. 11번가의 모회사인 SK텔레콤은 "앞으로 11번가를 글로벌 유통허브 플랫폼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아마존과의 협력은 단순한 MOU(업무협약) 수준을 넘어설 예정이다. 아마존은 앞으로 11번가가 기업공개(IPO)에 나설 경우 실적에 따라 신주인수권을 부여받을 수 있는 지분 참여 약정까지 체결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앞으로 아마존이 11번가의 지분을 최대 30%가량 인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정이 차질없이 진행된다면 내년 초 11번가를 통해 아마존 상품을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마존의 한국진출은 수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된 이슈다. 한국의 시장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한국의 이커머스 시장은 세계 5~6위권 수준으로 무시할 수 없는 규모다. 아마존은 이커머스 시장 규모 1~10위권 중 한국만 제외하고 모두 진출한 글로벌 1위 업체다. 

이에 그동안 아마존은 한국 시장 진출을 물밑에서 꾸준히 추진해왔다. 하지만 아마존 단독으로 한국시장에 진출하기에는 기존 시장이 너무 견고했다는 게 문제였다. 이미 한국은 이커머스 업체의 경쟁이 치열하고, 다른 나라에서는 갖추지 못한 촘촘한 물류망 덕분에 '빠른' 배송 서비스가 기본으로 제공된다. 해외업체가 이런 수준의 서비스가 가능한 인프라를 갖추기는 힘들다.

이에 국내 여러 업체가 아마존과 협업을 꾀해왔다. 이를 성사시킨 11번가는 지난해 10월부터 아마존과의 협업을 위한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관련 협의를 진행해 이번에 성과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과 11번가의 협업 소식에 국내 유통업계는 올 게 왔다는 분위기다. 최근 유통업계는 코로나 19 이후 온라인 쇼핑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강행하는 분위기다. 11번가의 경우 국내 4위권의 온라인쇼핑 전문 업체다. 아마존과 손을 잡으면서 향후 시장판도에 주요한 플레이어가 될 확률이 높아졌다.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것은 '가격'이다. 수년 전부터 아마존 등을 통한 해외직구가 이슈가 된 것은 배송과 반품, AS등의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가격경쟁력이 월등하기 때문이다. 아마존이 11번가와 협업을 통해 배송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국내 유통 업계의 '메기'가 될 확률이 높다. 특히 아마존 등에서 직구한 제품을 다시 국내에서 되파는 '리셀링'을 주력으로 하는 일부 오픈마켓 셀러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런 업체들이 대거 입점한 오픈마켓 플랫폼 업체들의 경우 타격이 클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아마존과 11번가의 협력은 가격 경쟁을 통해 성장한 오픈마켓 시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온라인 장보기 등을 주력으로 하는 이마트 등은 영향이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 네이버·CJ대한통운·GS 등 협업 강화

최근 시도되는 유통업계의 합종연횡은 11번가-아마존뿐만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당장 시장 판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이슈는 네이버와 CJ대한통운의 협업 강화가 꼽힌다. 

최근 네이버는 CJ그룹과 포괄적 사업제휴를 맺고 6000억원 규모의 주식을 교환했다. 사업 제휴 방식에는 콘텐츠, 디지털 영상 플랫폼 사업 협력, 이커머스 혁신을 위한 풀필먼트 사업 공동추진 등이다.

두 업체의 만남은 서로 취얀한 부분을 완벽하게 채워줄 수 있는 묘수로 평가받는다. 네이버는 지난해 거래액이 20조원을 넘어선 온라인 쇼핑 업계의 최강자지만 자체물류망이 없다는 약점이 있다. IT인프라를 통해 온라인 통행료만 받아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제품마다 셀러가 다른 오픈마켓을 기반으로 하다보니 배송과 반품, AS품질이 천차만별이었다. CJ대한통운은 유통업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지만 배송전문업체라는 한계를 뚫기 어려웠다.

하지만 두 업체가 만나면서 서로 약했던 부분은 완벽하게 채워줄 수 있게 된다. 오픈마켓 업체로서는 도전하기 힘들었던 풀필먼트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지고, 덤으로 콘텐츠 사업 부분에서도 협업을 강화할 방침이어서 마케팅 측면에서 경쟁사를 압도할 전력이 생겼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GS리테일과 TV홈쇼핑과 모바일쇼핑몰을 운영하는 GS홈쇼핑의 협업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업체의 고민이 담겼다. 두 기업은 아예 합병을 택했다. GS리테일은 전국 1만5000개 이상의 점포망을 보유하고 있으며, GS홈쇼핑은 시청가구수 3000만개, 모바일 쇼핑앱 이용자수도 1800만명에 이른다. 합병이 성사되면 국내 유통업계를 통틀어 가장 강력한 유통 네트워크를 보유한 사업자가 탄생하는 셈이다. 각자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선두권인 두 업체가 합병할 경우 자산 9조원, 연간 취급액 15조원, 하루 거래 600만건에 이르는 초대형 온·오프라인 유통 기업이 된다. 

양사는 합병을 통해 오는 2025년 기준 취급액 25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올해 연간 취급액 예상치인 15조원에서 연평균 10% 이상 성장을 예상하는 청사진이다. 특히 모바일을 중심으로 한 채널 통합에 집중하여 현재 2조8000억원 규모인 모바일 커머스 채널의 취급액을 7조원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 자체 투자보단 '협업'…저비용·고효율 효과

유통업계가 개별 투자를 통한 인프라 강화보다 타사와 합종연횡에 나서는 것은 투자 비용부담은 줄이고 빠른 시간 내에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다. 특히 코로나 19사태의 장기화로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충분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협업을 통해 서로의 약점을 채우고 수익을 올려 실적을 나누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얘기다. 

특히 온라인 쇼핑시장에 소홀했던 전통적인 유통업체로서는 빠른 변화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코로나 19로 소비 패턴이 급격하게 온라인으로 옮겨가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38조원 수준이던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지난 2018년 100조원을 넘기고 올해는 130조원 돌파가 예상된다. 2년 후인 2022년에는 200조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게 유통업계의 분석이다. 

이같은 업계의 움직임에 가장 불안한 곳은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다. 쿠팡은 온라인쇼핑을 중심으로 자체물류를 갖춘 '올인원'(all in one) 기업이다. 수천억원 수준의 적자를 감수하고 꾸준히 투자를 진행한 결과다. 덕분에 코로나 19 시대를 맞아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유통업체가 됐다.

하지만 여전히 누적된 적자규모가 상당하고 추가로 대규모 투자에 나설 여력이 부족해보인다는 평가도 있다. 쇼핑에서부터 물류, 배송까지 직접 하다보니 견제에 나서는 경쟁사도 많다. 최근처럼 경쟁사들이 협업을 통해 단숨에 쿠팡이 가진 인프라를 따라잡게 된다면 쿠팡으로서는 마땅한 공격수단 없이 방어에 급급해질 수 밖에 없다는 게 유통업계의 설명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유통업계는 시너지가 뚜렷한 협업을 통해 투자규모는 최소화하면서 단기간에 시장을 개편할 수 있는 카드를 내놓고 있다"며 "수십년간 시장을 일궈온 대기업의 힘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유통업계는 최근 협업을 발표한 업체들을 중심으로 판도변화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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