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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 한끗]②새우깡 '꽃새우'의 비밀

  • 2020.12.29(화) 13:46

처음엔 '중하' 이후 '꽃새우'로…현재 미국산 90%
서해안 수질 따라 달라지는 새우깡의 새우 변천사

역사적인 사건에는 반드시 결정적인 순간이 있습니다. 그 순간 어떤 선택을 했느냐에 따라 역사책의 내용이 바뀌기도 합니다. '그때 다른 결정을 했다면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지 모른다'는 말이 익숙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결정적인 순간은 꼭 역사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하게 접하는 많은 제품에도 결정적인 '한 끗'이 있습니다. 특히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제품들의 경우 결정적 한 끗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절묘한 한 끗 차이로 어떤 제품은 스테디셀러가, 또 어떤 제품은 이름도 없이 사라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비즈니스워치에서는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들의 결정적 한 끗을 찾아보려 합니다. 결정적 한 끗 하나면 여러분들이 지금 접하고 계신 제품의 전부를, 성공 비밀을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이제부터 저희와 함께 결정적 한 끗을 찾아보시겠습니까. [편집자]

#시작은중하 #일본에뺏긴우리새우 #감칠맛최고

사람의 입맛은 참 오묘합니다. 익숙한 것과 새로운 것을 동시에 추구하죠. 해외여행에서 생전 처음 먹어보는 새로운 음식을 맛있게 먹었더라도 한국에 돌아오면 꼭 김치찌개를 찾기 마련입니다. 과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제품이 끝도 없이 쏟아집니다. 몇 년 전에는 허니버터칩 열풍이 불었습니다. 최근에는 꼬북칩 초코츄러스가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돌아옵니다. '올디스 벗 굿 디스(oldies but goodies)'라는 말이 가장 잘 통하는 분야가 바로 사람들의 입맛이기도 합니다. 한국 과자 시장에서 수십 년간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고 있는 새우깡을 보면 쉽게 이해가 갑니다. 혹시 주변에 새우깡 맛을 모르는 사람이 있나요. 그렇다면 그 사람은 간첩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새우깡은 농심이 지난 1971년 처음 출시한 국내 최초의 스낵입니다. 처음 새우깡이 나올 때는 회사가 농심이 아니라 롯데였습니다. 이 이야기는 앞서 설명해드렸죠. 출시 당시부터 새우깡의 가장 중요한 광고 포인트는 국내산 생새우가 들어간다는 점이었습니다. 현재 새우깡 90g 한 봉지에서 생새우의 비중은 8.5% 수준입니다. 처음 출시됐을 때는 6.2% 정도였다가 조금씩 비율을 늘려왔습니다.

중하 (자료 : 국림수산과학원 수산생명자원정보센터).

새우라고 다 같은 새우가 아닙니다.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의 수산생명자원정보센터에 따르면 국내에서만 총 76종의 새우가 잡힙니다. 전 세계적으로는 8900여 종이 있다고 합니다. 새우는 해수(海水)와 담수(潭水), 둘이 섞인 기수(汽水)에서 모두 서식합니다. 열대와 온대, 한대, 조간대에서 심해에 이르기까지 물이 있는 곳이라면 전부 새우가 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새우깡에는 어떤 새우가 들어갈까요? 

새우깡의 표지를 보면 커다란 새우 한 마리가 그려져 있습니다. 이 새우는 '중하'라는 새우입니다. 학명은 'Metapenaeus joyneri'입니다. 이 새우는 초기부터 새우깡의 주원료로 쓰이던 새우입니다. 수산시장과 식당 등에서는 '시바 새우'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 중하는 영어로도 'Shiba shrimp'라고 씁니다. 새우 중에서도 맛이 뛰어나 새우깡이 개발되기 전에는 잡히는 족족 대부분 일본으로 수출되던 새우라고 합니다. 

일본인만 즐기던 새우를 우리도 먹게 된 계기가 바로 새우깡입니다. 1970년 5월25일 자 한 일간지에 따르면 중하는 일본에 대부분 수출하다가 1971년 새우깡이 출시되면서 어획량의 60%를 새우깡의 원료로 사용하게 됐습니다. 나머지는 대부분 일본으로 수출되다 보니 새우깡이 아니라면 중하의 맛을 즐기기가 어려웠다고 합니다. 

중하는 산란기인 6~8월이 되면 약 8㎝까지도 자랍니다. 산란 후에는 모두 자연사를 하는 1년생 새우입니다. 살아있을 때 몸 색깔은 연한 황록색입니다. 몸 전체에 하얀 점무늬가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새우깡 표지에 있는 붉은 새우의 모습은 중하를 익혔을 때 모습과 가장 비슷하다고 합니다. 

중하를 새우깡에 사용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출시된 지 오래되다 보니 정확한 이유를 찾기는 어려웠습니다. 다만 새우 중에서도 맛이 뛰어난 새우를 썼으리라는 추측은 가능합니다. 중하는 '글루탐산(glutamic acid)'의 함유량이 많습니다. 지난 2001년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중하는 국내에서 잡히는 대표적인 새우 7종 중 글루탐산 함유량이 생살 100g당 2842㎎으로 가장 높았습니다. 글루탐산은 나트륨과 만나면 글루탐산 나트륨이 됩니다. 바로 MSG입니다. 중하가 우리나라 인근 해안에서 잡히는 새우 중 감칠맛이 가장 뛰어난 새우라는 얘기입니다.

#꽃새우의등장 #중하비켜 #조연에서주연으로

중하의 서식지는 그다지 넓지 않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일본과 중국 등의 동남아시아의 난류해역에만 분포하며 그중에서도 우리나라 서·남해에서 주로 잡힙니다. 우리 바다에서 잡히지 않는다면 구하기 어려운 새우입니다. 농심은 중하의 어획량이 줄면 새우깡의 생산을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세상에 새우는 많지만, 중하를 대체하기는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계가 왔습니다. 1990년대 들어 중하의 어획량이 크게 줄었습니다. 결국 1994년 농심은 새우깡에 중하를 더 이상 넣지 못하게 됩니다.

중하의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꽃새우입니다. 꽃새우의 학명은 'Trachysalambria curvirostris'입니다. 뉴페이스는 아닙니다. 꽃새우는 새우깡의 조연이었습니다. 새우깡은 처음 출시할 때부터 중하를 주로 썼지만, 일부 꽃새우도 함께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꽃새우는 중하의 어획량이 줄면서 자연스럽게 주연 자리를 차지하게 됩니다.

꽃새우(자료 : 국림수산과학원 수산생명자원정보센터).

그렇다고 꽃새우의 맛이 중하보다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농진청에 따르면 꽃새우 순살 100g당 2501㎎의 글루타민이 들어있습니다. 큰 차이가 없습니다. 글루타민 함유량이 중하와 '닭새우(Panulirus japonicus)'에 이어 세 번째입니다. 맛으로 보아도 결국 꽃새우가 중하를 대신할 최적의 새우였던 셈입니다. 

다른 대안은 없었을까요? 글루타민 2위 닭새우를 썼다면 어땠을까요. 어렵습니다. 닭새우는 어획량이 중하보다 더 적습니다. 모양도 우리가 잘 아는 새우라기보다는 가재에 가깝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닭새우를 횟집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닭새우'와 헷갈리면 안 됩니다. 횟집의 닭새우는 사실 '물렁가시붉은새우'가 본명입니다. 학명은 'Pandalopsis japonica Balss'입니다. 물렁가시붉은새우도 맛이 좋지만, 과자 원료로 쓰기에는 너무 비쌉니다. 

꽃새우는 어획량도 안정적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일본과 중국, 인도, 스리랑카, 오스트레일리아 등의 전 세계 넓은 지역에서 잡힙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군산과 인천, 태안, 보령, 영광, 고흥, 여수, 통영 등지에서 납니다. 크기도 중하와 비슷하며 등장하는 시기도 비슷합니다. 중하보다 어획량이 약 20배 이상 많습니다. 중하를 잡던 어민 입장에서는 대상 어종 변경에 부담이 없습니다. 이들과 계약을 해온 농심 입장에서도 안정적인 재료 수급이 가능합니다. 

#이물질논란 #농심의변심 #트라우마 #서해안수질이관건

우여곡절 끝에 '꽃새우' 과자로 자리 잡은 새우깡은 지난해 새우 때문에 이슈의 중심에 선 바 있습니다. 농심이 국내에서 납품받던 꽃새우 전량을 이제 미국 등을 통해 수입해서 쓰겠다고 발표하면서 어민과 지자체, 국회 등을 중심으로 반발의 목소리가 커진 겁니다. 

지난 수십 년간 국산 새우를 쓴다는 점은 새우깡의 중요 마케팅 포인트였습니다. 실제로 농심은 새우깡의 원료로 매년 500∼1000여 톤의 군산 꽃새우를 사용해 왔습니다. 이는 군산 꽃새우 전체 생산량의 60∼70% 수준입니다. 농심의 변심은 군산지역 새우 어민의 생사가 달린 문제였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혼란스러운 조치입니다. 왜 갑자기 이런 정책을 발표하게 된 것일까요.

어민들은 농심이 단가를 낮추기 위해 수입산 새우를 쓰려 한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하지만 농심의 설명은 다릅니다. 변심의 이유는 바로 '이물질'때문입니다. 농심은 서해안에서 어획된 꽃새우에서 폐플라스틱 등의 폐기물이 너무 많이 나오면서 최종 생산품인 새우깡의 품질까지 위협받았다고 설명합니다.

새우를 받아오면 농심이 원료 선별 과정을 통해 이물질을 골라내긴 했지만 만에 하나 최종 생산품에 이물질이 섞여 들어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었습니다. 실제로 동아시아 바다공동체 '오션'이 지난 2012~2014년 한국 인근 해안에서 미세 플라스틱 오염도를 조사한 결과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오염물질의 99%는 스티로폼이었다고 하네요. 이 때문에 농심은 이미 지난 2015년부터 미국산과 국내산을 50%씩 섞어서 써왔습니다.

농심 새우깡에 들어가는 군산 꽃새우(자료 : 농심 블로그).

농심 입장에서 이물질은 예민한 문제입니다. 새우깡이 국민 간식이다보니 더욱 신경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농심은 원자재 확보와 운송, 제조, 유통에 이르기까지 모든 공정을 개선하는 '고객안심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습니다. 소비자 단체와 대학교수 등이 참여한 '식품안전자문단'도 발족해 운영 중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서해안 오염은 농심 입장에게 지나칠 수 없는 문제였습니다. 하지만 판로가 막혀 어려움에 빠질 어민들의 처지도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지난 40여 년 동안 서해안 어민과 농심은 끈끈한 파트너였습니다. 결국 농심은 다시 군산에서 꽃새우를 납품받기로 했습니다. 어민들도 납품 과정에서 이물질을 철저하게 걸러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지자체와 국회도 서해안의 오염 문제에 대해 해결책을 마련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실제 군산지역 국회의원들과 도의원들은 앞다퉈 해양 쓰레기 관련 법안을 발의하는 중입니다. 현재 새우깡에는 미국산 새우 90%, 국내산 10%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미국산의 비중이 높은 편이지만 앞으로 서해안의 오염이 정화될수록 국내산의 비중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부디 군산 어민들도, 농심도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대책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에 이어질 [결정적 한 끗]에서는 새우깡 맛의 비밀을 찾아보려 합니다. 자꾸만 손이 가게 만드는 새우깡 맛의 비밀을 오롯이 담아봤습니다. 농심이 여러분들에게만 밝히는 새우깡 맛의 비밀. 살짝 한 번 맛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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