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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제네릭]③앞뒤 바뀐 '의약품 보험급여 축소'

  • 2021.01.08(금) 16:37

뇌기능 개선제 '콜린 알포세레이트' 보험급여 20%로 축소
임상재평가 통해 유효성 입증 못할 경우 시장 퇴출 가능성

제약‧바이오 업계에게 2020년은 암울한 한 해였다. 정부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추진하는 제1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 수립으로 복제의약품(제네릭) 정책이 크게 변화돼서다. 정부가 내놓은 제1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에는 국내 제약산업을 키워온 제네릭 약가에 타격을 주는 내용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지난해 새 국면을 맞은 제네릭 정책의 주요 쟁점을 짚어봤다. [편집자]

제1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의 일환으로 지난해 의약품 보험급여 재평가가 이뤄졌다. 약효가 불확실한 성분을 주기적으로 재평가해 보험급여를 재정비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여기서 절감된 보험재정은 중증‧희귀질환 치료제 등 필수의약품 등의 보장성을 확대하는 데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 2019년부터 재평가 추진 전문가위원회를 설치하고 재평가 대상 선정 및 평가기준을 검토했다. 급여 재평가 선정기준은 타 국가에서 급여가 거의 이뤄지지 않으면서 국내에서는 보험 청구금액이 높은 약제들이 주요 대상이다. 그 결과 지난해 9월부터 뇌기능 개선제 '콜린 알포세레이트' 성분 약제에 대한 환자 본인부담률이 30%에서 80%로 확대됐다. 정부에서 지원하던 보험급여가 50%나 줄어든 것이다.

다만 보험급여 축소는 치매를 제외한 ▲ 감정 및 행동변화 ▲ 노인성 가성우울증 ▲ 치매로 진행될 수 있는 경도인지장애와 뇌졸중·뇌경색에 의한 2차 증상 등 나머지 뇌 질환 관련 처방 시 적용된다.

콜린 알포세레이트의 약가는 1정당 약 500원 수준이다. 기존에는 보험재정에서 350원이 지원되고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150원이었다. 이제는 500원 중 400원을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1정당 가격만 놓고 보면 큰 액수가 아니지만 1일 2~3회 복용을 고려했을 때 한 달이면 환자 부담금은 3만 원 전후다.

'콜린 알포세레이트'는 뇌 기능 개선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지장애 등 뇌 질환을 완치할 수 있는 치료제는 전 세계 어디에도 아직 개발된 것이 없다. 즉 국내에서 '콜린 알포세레이트'를 지속적으로 복용하는 뇌기능 저하 등 환자들은 장기적으로 월 3만 원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특히 '콜린 알포세레이트'를 처방받는 환자들이 대부분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노인층이라는 점이다.

정부는 '콜린 알포세레이트' 선정 배경에 대해 임상적 유용성에 대한 근거 부족을 들었다. 콜린 알포세레이트의 유효성에 대한 논란은 지난 2017년부터 국정감사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미국과 일본 등 해외에서 '콜린 알포세레이트' 성분이 건강기능식품으로 판매되고 있거나 의약품으로 분류되지 않고 있어서다.

▲콜린 알포세레이트 시장의 양대산맥인 종근당의 글리아티린(왼쪽)과 대웅바이오의 글리아타민(오른쪽). [사진=종근당, 대웅바이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은 대거 반발하고 나섰다. 국내 콜린 알포세레이트 시장 규모는 약 3500억 원에 달한다. 이 중 보험급여 축소가 제외된 치매 처방은 17%에 불과하다. 나머지 83%에 달하는 처방에 대한 보험급여가 축소되면서 매출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매출 1~2위를 다투는 대웅바이오와 종근당을 중심으로 총 78곳에 달하는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급여축소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서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보험급여 축소는 일단 정지된 상태다.[관련 기사: [인사이드 스토리]'뇌기능 개선제' 급여 싸움 누가 이길까]

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콜린 알포세레이트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과 별개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진행 중인 임상재평가 사업에 콜린 알포세레이트가 타깃이 됐다. 이는 의약품의 적응증을 재검토하기 위해 진행 중인 사업이다. 제약‧바이오기업 주도로 임상재평가를 진행해 허가받은 적응증에 대한 약제 유효성을 입증해야 한다.

대웅바이오와 종근당은 최근 '콜린 알포세레이트'의 임상기간을 최대 5년으로 설정한 계획서를 식약처에 제출했다. 콜린 알포세레이트의 적응증은 ▲ 치매 ▲ 감정 및 행동변화 ▲ 노인성 가성우울증 ▲ 치매로 진행될 수 있는 경도인지장애와 뇌졸중·뇌경색에 의한 2차 증상 등이다. 해당 적응증에 대한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그 적응증은 삭제된다.

앞서 식약처가 임상재평가 대상으로 선정한 뇌기능 개선제 '아세틸-L-카르니틴' 성분이 같은 수순을 밟은 바 있다. 이 성분은 '일차적 퇴행성 질환'과 '뇌혈관 질환에 의한 이차적 퇴행성 질환'을 적응증으로 허가받았다. 그러나 '일차적 퇴행성 질환'에 대한 효능을 입증하지 못하면서 지난 2019년 7월 해당 적응증이 삭제됐고 처방이 40% 가까이 급감했다. '뇌혈관 질환에 의한 이차적 퇴행성 질환'에 대한 적응증은 이달 임상재평가에 대한 검토가 이뤄진다.

제약바이오업계는 임상재평가를 들어 보험급여 축소를 최대한 지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임상적으로 약제 유효성 입증이 진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험급여를 축소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임상재평가를 진행한 후 유효성이 기대만큼 미치지 못할 경우 보험급여를 축소하거나 삭제하는 것이 순리"라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식약처의 허가를 거쳐 적응증을 인정받은 만큼 임상재평가가 먼저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약 제약바이오기업이 임상재평가를 통해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보험급여 축소가 아닌 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크다. 당분간 콜린 알포세레이트는 종전과 같이 보험급여를 보장받을 수 있게 됐지만 '모 아니면 도'의 결과만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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