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존재 이유는 '인간'에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나는 예술가들의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여정 중에서도 '악'이라는 어둑한 행로에 주목하려 합니다.
죽음, 자연, 여성, 광기, 전쟁. 이 주제들은 인간을 신에 버금가는 존재라고 여기는 서양에서 근본적인 공포이자 악으로 여기는 것들이다. 저자는 이 다섯 가지 '악'을 주제로 삼았다. 과연 이런 악이 서양 미술에서 어떻게 표현됐는지 다양한 작품을 들며 설명한다. '최후의 심판', '모나리자'와 같은 유명 작품부터 이소벨 릴리안 글로그의 '마녀와 기사의 키스'처럼 잘 알려지지 않은 그림까지.
저자는 인간은 결코 아름답고 선하기만 한 존재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니 예술이 선악을 넘나드는 건 당연한 일이다. 또 예술은 사회 규범을 넘어서는 것을 망설이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예술은 선보다는 악과 더 닮았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그는 "뛰어난 예술가들이 만들어 낸 이미지는 우리에게 인간은 어느 쪽이냐고 끈질기게 묻는다"며 "악을 품은 이미지는 바로 그 질문 중 하나로, 이를 통해 우리는 우리가 속한 종(種)에 대해 조금이나마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요즘은 미술 작품을 이해할 때 보는 사람 마음대로 해석해도 된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다. 하지만 저자는 예술가가 속한 사회의 역사와 문화적 맥락에 대한 이해 없이 미술 작품을 정확하게 해석할 수 없다는 견해다. 이 책은 서양의 집단 무의식이 예술가들의 작품에 어떻게 녹아 있는지 설명하면서, 위대한 예술가들이 드러낸 서양 정신의 민낯을 우리에게 펼쳐 놓는다.
저자는 선과 악의 경계에 서 있는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과연 어떠한 존재인가"라고.
저자는 여러 대학에서 미술사와 사진사를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 '서양미술사 강의', '사진학의 이해'가 있다. 모든 예술은 근본적으로 그 사회의 세계관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한다. 서양의 본질적 세계관이 예술가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관심이 많다. 지금은 미술에서 자연이 갖는 의미를 짚는 책을 준비하고 있다.
[지은이 채효영/펴낸곳 가나출판사/316쪽/1만 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