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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노인용'은 옛말…'케어푸드'의 변신

  • 2021.06.29(화) 07:05

장·노년층만으론 시장 확장 불가
기존 브랜드 활용해 '대중화' 나서

케어푸드 제품의 영역이 건강기능식품 시장으로 넓어지고 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노인과 환자을 위한 제품으로만 여겨지던 '케어푸드(고령친화식품)'가 '건강기능식품'으로 변신하고 있다. 기존 건강기능식품 브랜드들이 케어푸드 신제품을 잇따라 선보이면서다. 업계에서는 이를 통해 기존의 케어푸드가 가지고 있던 '노년층 전용 제품'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기존 브랜드를 활용해 제품 인지도를 높인 후 본격적으로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구상이다.

헬스케어 식품 거듭나는 케어푸드

케어푸드 전문 기업들이 '차세대 먹거리'의 하나로 일반 건강기능식품을 꼽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기존 케어푸드 전문기업들의 일반 건강기능식품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업체들은 타깃층이 제한적이었던 케어푸드의 속성에서 벗어나 대중화를 통해 시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이런 전략들이 실제로 성과를 내면서 업체들의 시장 공략이 활발해지고 있다.

대상라이프사이언스는 지난해 전년 대비 50% 증가한 127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주력 제품인 환자 영양식 '뉴케어'가 매출 최대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성장세는 지난 2019년 론칭한 단백질 브랜드 '마이밀'이 더 높았다. 마이밀 제품의 지난해 판매량은 전년 대비 6배 이상 늘었다.

케어푸드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일찍부터 케어푸드 시장에 눈독을 들여 온 현대그린푸드는 최근 B2C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고 있다. 현대그린푸드는 지난해 3월 건강식 브랜드 '그리팅'을 론칭했다. 전용 온라인몰 도 열었다. 그리팅은 저당·저칼로리·장수마을 등 콘셉트별 맞춤형 건강 식단을 정기적으로 공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를 통해 50세 이상 중·장년층 소비자는 물론, 건강에 관심이 많은 젊은 소비자에게도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hy(구 한국야쿠르트)도 기존 브랜드에 케어푸드의 기능을 담은 신제품 '잇츠온 케어온 당케어'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당뇨 환자를 위해 출시된 환자용 식품이다. 설탕 대체 저칼로리 감미료 ‘알룰로스’를 사용했다. 또 식이 권장 사항을 고려해 다양한 식이섬유소, 비타민, 미네랄을 한 팩에 담아 일반 소비자의 접근성을 높였다. 그 결과 출시 이후 누적 300만개에 가까운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 외에도 풀무원푸드머스, CJ프레시웨이, 신세계푸드 등이 자체 케어푸드 브랜드를 통해 B2C 시장용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롯데푸드는 케어푸드를 신사업으로 선정하고 '닥터액티브' 브랜드를 중심으로 온·오프라인 케어푸드 시장을 동시 공략하기로 했다. 이들은 단계별 맞춤 상품에서 디저트, 건강 보조제 등 다양한 라인업을 선보여 소비자 접점을 넓힐 계획이다.

거부감 줄이고 인지도 높여라

케어푸드 시장은 크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2011년 5104억원 수준이었던 국내 케어푸드 시장의 규모는 2017년 1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3년 만에 2배 성장해 2조원을 돌파했다. 미래도 밝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813만명이었던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2025년 10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 인구는 2023년 1300만명, 2050년 1900만명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곧 케어푸드 시장이 향후 가장 중요한 식품 시장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정부도 시장 성장에 발맞춰 지원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발표된 '식품산업 활력 제고 대책'에서 케어푸드를 5대 유망 분야 중 하나로 선정했다. 과거 노년층 환자용 식품 위주로 개발돼 오던 케어푸드를 고령자 모두를 위한 '보편식'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관련 분야를 식품 산업 전체의 유망 분야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노인·환자 대상 맞춤형 식품 개발·공급을 목적으로 식품군을 개편하기로 했다.

고령 인구 증가 추이를 고려하면 케어푸드 시장의 성장세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반면 지금까지 출시된 케어푸드 제품의 인기는 시장 성장에 비해 높지 않다. 실제로 케어푸드 브랜드 대부분은 아직 초기 단계다. 시장 인지도도 비교적 낮다. 사업은 병원 등과의 B2B 영역에 치중돼있다. 매출 규모도 작다. 이는 케어푸드가 '노년층을 위한 식품'이라는 편견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미지가 고착화돼 소비자 저변을 넓히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액티브 시니어'가 시장을 주도하면서 케어푸드의 주력 소비자인 중·노년층에서도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액티브 시니어는 은퇴 후 탄탄한 경제력을 기반으로 건강 관리 등에 힘쓰며 활발하게 소비하는 중·노년 소비자를 말한다. 이들은 자신들을 '노년'으로 규정짓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높다. 자연스럽게 케어푸드에 대한 관심도 낮다. 케어푸드 제품이 병원 등 B2B 시장을 중심으로 유통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기존 건강기능식품 브랜드를 앞세워 이런 한계를 넘어서겠다는 계획이다. 친숙한 브랜드로 소비자의 저항감을 낮추고 병원 등과의 지속적 협력을 통해 R&D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제품 경쟁력과 소비자 선호도를 높인다는 계산이. 장기적으로는 소비자가 자사 케어푸드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하게겠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영향력은 작더라도 노령화 추이를 고려하면 케어푸드가 시장 주류가 되겠지만 아직 눈에 띄는 제품은 거의 없다"며 "경쟁이 본격화되기 전에 시장을 선점해 파이를 키워둘 필요가 있다. 건강기능식품 브랜드를 통해 노인을 위한 식품이라는 범주에서 벗어난 제품을 선보이는 것이 업체들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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