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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반성…"주저했고 부진했다"

  • 2021.11.03(수) 09:44

이재현 회장, 중장기 비전 직접 설명
4대 성장엔진 설정…3년간 10조원 투자
인재 확보에 전력…문화·인사 과감한 혁신

CJ그룹의 중장기 비전을 발표하고 있는 이재현 CJ그룹 회장 / 사진제공=CJ그룹

과감한 의사결정에 주저했고 미래 대비에 부진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통렬한 자기 반성에 나섰다. 그동안을 돌아보며 스스로 내린 평가다. 향후에는 이런 부분들을 획기적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에 나설 것을 다짐했다. 이를 위해 직접 중장기 비전과 더불어 3년간 1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CJ그룹은 3일 문화(Culture), 플랫폼(Platform), 건강(Wellness),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4대 성장엔진으로 정하고 이 분야에 향후 3년간 10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중장기 비전을 발표했다. 더불어  최고인재 육성과 일문화 혁신을 추진키로 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이날 특별 제작된 동영상을 통해 C.P.W.S. 중심의 중장기 비전을 밝히면서 그룹 혁신성장 방향을 임직원들에게 직접 설명했다. 이 회장이 사업비전에 대해 전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그룹의 비전을 직접 설명한 것은 2010년 ‘제2 도약 선언’ 이후 처음이다.

이 회장은 CJ그룹의 현재 상황을 ‘성장 정체’로 규정했다. 그는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과감한 의사결정에 주저하며 인재를 키우고 새롭게 도전하는 조직문화를 정착시키지 못해 미래 대비에 부진했다”며 "그룹 미래 비전 수립과 실행이 부족했고 인재확보와 일하는 문화 개선도 미흡했다"고 진단했다.

CJ그룹이 발표한 '4대 미래성장 엔진' / 사진제공=CJ그룹

CJ그룹은 1995년 독립경영 이후 4대 사업군(식품&식품서비스, 바이오&생명공학,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신유통&물류)을 완성하며 국내 유일의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최근 3~4년새 국내외 플랫폼기업들의 영역확장과 기존 산업 내 경쟁 격화로 과거에 비해 성장속도가 더뎌지고 있다.

이 회장은 앞으로 4대 성장엔진을 중심으로 조직 내 유·무형의 역량을 집중하고 최고인재들이 오고 싶어 하는 일터를 만들어 제3의 도약을 이루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앞으로 CJ는 트렌드 리딩력, 기술력, 마케팅 등 초격차역량으로 미래 혁신성장에 집중할 것"이라면서 "이를 주도할 최고인재들을 위해 조직문화를 혁명적으로 혁신하여 세계인의 새로운 삶을 디자인하는 미래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 회장은 “(CJ 각 계열사들은) Culture와 Platform을 중심으로 기존 사업의 글로벌 및 디지털 확장을 가속화하고 기본 정신과 철학으로 Wellness와 Sustainability, 즉 모두가 잘 사는 것과 공정·갑질불가·상생은 물론 세계적 흐름인 ESG에 기반한 신사업으로 미래 혁신성장을 강력히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CJ그룹의 중장기 비전 / 사진제공=CJ그룹

Culture 분야에서는 CJ가 만드는 음식, 음악, 영상 콘텐츠, 뷰티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서비스와제품을 세계인이 즐기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CJ ENM 엔터테인먼트부문은 스튜디오드래곤에 이어 장르별 특화 멀티 스튜디오 설립을 추진,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Platform에서는 CJ 계열사가 보유한 디지털 플랫폼, 물류 인프라 등을 토대로 데이터 기반 고객중심 경영을 가속화해 디지털 영토를 확장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 CJ만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슈퍼 플랫폼을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Wellness는 CJ제일제당의 기존 건강기능식품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차세대 치료제 중심 레드바이오를 확장, 개인맞춤형 토탈 건강 솔루션 제공을 목표로 한다.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분야 진출도 추진 중이다.

Sustainability에서는 친환경·신소재·미래식량 등 혁신기술 기반의 지속가능한 신사업을 육성하고 미래 탄소자원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한다. IT, BT분야에서도 새로운 기회가 있다면 사업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CJ그룹은 이 같은 비전을 실행하기 위해 2023년까지 총 10조원이 넘는 투자에 나선다. 특히 브랜드, 미래형 혁신기술, AI·빅데이터, 인재 등 무형자산 확보와 AI 중심 디지털 전환에 3년간 총 4조3000억원을 투자한다. 눈에 보이는 설비가 아닌 손에 잡히지 않는 자산(intangible asset)에 대한 투자인 셈이다.

경영방식도 혁신한다.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협업 모델을 발굴하고 오픈 이노베이션과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늘려 신사업 발굴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CJ 관계자는 “그룹의 투자와 역량을 4대 미래성장엔진에 집중, 3년내 그룹 매출 성장의 70%를 4대 성장엔진에서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CJ 더 센터 / 사진제공=CJ그룹

이 회장이 비전 실행에서 가장 역점을 둔 부분은 '최고인재 확보'와 '조직문화 혁신'이다. 이 회장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은 인재”라며 “‘하고잡이’들이 다양한 기회와 공정한 경쟁을 통해 그 동안 다른 기업에서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보상을 받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일터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CJ그룹은 나이, 연차, 직급을 가리지 않는 인재발탁과 임직원 스스로 일하는 시공간과 경력까지 스스로 설계할 수 있는 ‘자기주도형(Self-Design) 몰입’ 환경을 제공키로 했다. 단순한 유연근무를 넘어 ‘일 또는 주 단위의 최소 근무시간’ 원칙만 지키면 요일별 근무시간을 직원 각자가 설계하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확대한다.

또 인재발탁의 기준을 연공서열이 아닌 능력과 의지로 바꾸는 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임직원이 소속 계열사와 직무에 제한 없이 그룹 내 다양한 사업에 도전할 수 있는 ‘잡 포스팅(Job Posting)’, ‘프로젝트/TF 공모제’가 시행된다. 또 의지와 잠재력을 보유한 인재들에게 직급에 관계없이 기회를 제공하는 ‘리더 공모제’도 신설된다. 직급과 승진제도 개편, 임원 직위체계 간소화도 병행 추진된다.

CJ는 구성원들이 기존의 조직에서 벗어나 새 사업에 도전할 기회도 제공한다. 독립조직인 CIC(Company In Company)와 사내벤처를 활성화하고 사업화 성공시 스톡옵션 부여 등 다양한 보상제도도 함께 마련한다.

한편 CJ그룹은 이날 미래와 인재 중심 성장방향을 담은 경영 슬로건으로 ‘새로운 미래를 함께 만듭니다, LIVE NEW(Create future lifestyle with you)’를 제시했다. 이 회장은 “우리의 일상을 항상 건강하고 즐겁게, 전세계인의 삶을 흥미롭고 아름답게, 지구를 지속 가능하게 하는 것이 우리의 새 지향점”이라고 밝혔다.

CJ관계자는 “4대 성장엔진은 ‘건강, 즐거움, 편리’라는 기업가치의 연장선에서 트렌드를 반영한 사업방향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선언이 아니라 실행이 초점이라는 사실을 구성원은 물론 고객과 투자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기업인수, 신규투자 조치가 곧바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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