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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성의 '단짠' 조합, 우리는 왜 이 맛에 열광할까

  • 2021.12.12(일) 10:05

[食스토리]단짠에 끌리는 과학적 이유
히트상품 즐비…일부선 음모론 제기도
실제론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2대 맛'

/그래픽=비즈니스워치

[食스토리]는 평소 우리가 먹고 마시는 다양한 음식들과 제품, 약(藥) 등의 뒷이야기들을 들려드리는 코너입니다. 음식과 제품이 탄생하게 된 배경부터 모르고 지나쳤던 먹는 것과 관련된 모든 스토리들을 풀어냅니다. 읽다 보면 어느새 음식과 식품 스토리텔러가 돼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음식의 맛은 개인별로 다르게 느껴집니다. 가끔 특이한 맛 때문에 '괴식'으로 올라오는 음식도 있죠. 그런데 누구나 어느 정도 맛있다고 느끼는 음식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달고도 짠, '단짠맛'입니다. 저도 단짠맛을 꽤 좋아합니다. 일단 짜장면이나 피자를 먹으면 콜라가 절실합니다. 영화를 보러 가면 으레 캐러멜 팝콘을 들고 상영관에 들어갑니다. 편의점에서 새로운 단짠맛 제품이 보이면 한 번쯤 사보곤 합니다.

단짠맛 히트 상품은 특히 제과업계에 많습니다. 2014년 출시된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이 대표적이죠. 허니버터칩은 출시 초기 품귀현상을 빚을 만큼 높은 인기를 끌었습니다. 지금도 전체 스낵 시장 '톱 10' 자리를 지키고 있고요. 최근에는 오리온의 '꼬북칩 쵸코츄러스맛'이나 농심의 '옥수수깡'이 단짠맛을 적용해 인기를 끌었습니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등 많은 외식 사업가들은 단짠맛을 앞세워 성공을 거두기도 했죠.

반대로 단짠은 인기만큼 비판도 많이 받아왔습니다.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을 항상 피하지 못했죠. 때로는 사회적 논란을 불러오기도 했습니다. 2016년 정부가 당류 저감 정책을 내놓자 여론이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곳곳에서 논쟁이 펼쳐졌죠. 비슷한 시기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는 "문명이 발달하지 못한 국가일수록 음식이 단맛으로 범벅이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황 씨는 이후 이를 비판하는 이들과 '키보드 배틀'을 신나게 주고받았죠.

이런 단짠맛의 역사를 살펴보면 궁금해지는 점이 있습니다. 단맛과 짠맛의 기능은 완전히 다릅니다. 짠맛은 감칠맛을 가져와 식욕을 높입니다. 단맛은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시켜 기분이 좋아지게 하고요. 우리는 왜 이런 이질적 조합을 좋아하는 걸까요. 과학적 이유가 있거나, 유전자 차원에 각인된걸까요. 아니면 종종 볼 수 있는 음모론처럼, 제조사들이 단짠맛 제품을 계속 내놔 소비자의 입맛을 길들인걸까요. 해태제과와 오리온에 한 번 물어봤습니다.

단짠맛은 우리의 소울메이트입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단짠맛을 좋아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라고 합니다. 단맛을 내는 포도당과 짠맛을 내는 나트륨은 생존에 필요한 성분입니다. 나트륨은 전해질 균형에 관여합니다. 세포 삼투압을 유지해 혈액과 수분을 순환시킵니다. 포도당은 가장 큰 에너지원입니다. 특히 뇌에서 활용할 수 있는 에너지원은 포도당이 유일하죠. 결국 당분과 염분은 생존에 필요한 성분입니다. 우리가 맞는 '수액'의 주성분이 당분과 나트륨인 점에서도 이를 알 수 있습니다.

과학적 이유도 한 번 알아볼까요. 짠 음식을 먹을 때는 보통 탄수화물도 같이 먹습니다. 탄수화물은 몸속에서 포도당으로 분해돼 혈액에 흡수됩니다. 이 때 신체는 혈당을 낮추기 위해 인슐린을 분배합니다. 인슐린은 포도당을 글리코겐으로 바꾸죠. 이렇게 되면 몸속에 당이 부족해지고, 당연히 달콤한 음식을 먹고 싶어집니다. 당이 충전되면 나트륨의 비율이 낮아지게 돼 짠 음식을 다시 찾게 됩니다. 단짠이 ‘순환 관계’나 마찬가지인 셈이죠.

단짠맛은 인류의 진화에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당분은 비만과 당뇨병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염분은 심혈관 질환을 불러오죠. 하지만 이 질병들이 당장 생존을 위협하지는 않습니다. 반면 당분이 없으면 걸리는 영양실조, 염분이 없으면 걸리는 저나트륨혈증은 생존을 위협합니다. 자연스럽게 당분과 염분을 기피하는 인류는 시간이 지나며 도태됐을 겁니다. 살아남은 개체의 후손인 현생 인류는 단짠맛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맛에만 주목하더라도 단짠은 찰떡궁합입니다. 짠맛이 단맛을 극대화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한 방송에서 펼쳐진 실험을 살펴볼까요. 이 실험은 10명에게 두 잔의 설탕물을 제공한 후 진행하는 블라인드 테스트였습니다. 6% 농도 설탕물 두 잔에 각각 0.25g, 0.025g의 소금을 녹인 물을 주고 무엇이 더 달콤한지를 물었죠. 결과는 어땠을까요. 무려 9명이 0.25g의 소금을 녹인 물이 더 달다고 대답했습니다. 미각 세포도 소금 농도가 높을 때 더 활성화됐고요.

단짠맛은 사람의 생존과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이렇듯 단짠맛은 인류의 유전자에 새겨진 맛입니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제품을 꾸준히 내놔야 합니다. 당연히 단짠맛 제품이 시중에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기업이 소비자를 길들였다는 음모론은 말 그대로 음모론이었네요. 다만 단짠맛을 너무 즐기면 몸에 해로운 것은 사실입니다. 앞서 말씀드린것처럼 비만과 당뇨병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단짠맛에 중독돼 다른 맛을 제대로 못 느끼게 될 수도 있고요.

그럼 단짠맛을 얼마나 즐기는 게 가장 좋을까요. 세계보건기구(WHO)는 가공식품을 통한 당 섭취 기준량을 하루 총 섭취 칼로리의 5% 미만으로 정의합니다. 당분이 1g당 4kcal이니, 하루에 2000kcal을 먹는 사람은 25g정도를 먹어야 하겠네요. 염분은 어떨까요. WHO의 하루 염분 섭취 권장량은 소금 5g 또는 나트륨 2g입니다. 일반 봉지과자 5개 정도를 먹으면 이를 충족시킬 수 있습니다. 적어도 하루에 과자 한 봉지 정도는 걱정없이 드셔도 됩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기준일 뿐입니다. 한식은 나트륨 비율이 높은 편입니다. 밥이 주식이니 당분의 비중도 무시할 수 없고요. 너무 단짠맛에 빠져든다면 순식간에 기준치를 넘어서는 당분과 염분을 섭취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가공식품에는 지방 등의 함량도 높습니다. 먹는 양에 비해 열량이 높아 비만을 불러올 수 있죠. 자신이 평소 얼마나 먹는지 파악해 보면서 단짠맛을 즐길 필요가 있겠습니다.

단짠맛은 우리와 뗄 수 없는 맛입니다. 생명 유지에 필요할뿐더러, 필요하지 않다 해도 끊기에는 너무 맛있으니까요. 그럼 즐기는 게 우리의 정신 건강에 좋을 겁니다. 중요한 건 균형입니다. 꼼꼼히 성분을 확인하고, 당분과 염분을 과다 섭취하지 않는 선에서 먹어야겠죠. '건강한 단짠맛'도 충분히 가능할 겁니다. 어느새 이번 주말도 반이 지나갔습니다. 남은 일요일도 단짠맛처럼 '맛있게'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食스토리]는 독자 여러분들과 함께 만들어가고픈 콘텐츠입니다. 평소 음식과 식품, 약에 대해 궁금하셨던 내용들을 알려주시면 그중 기사로 채택된 분께는 작은 선물을 드릴 예정입니다. 기사 아래 댓글이나 해당 기자 이메일로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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