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다 레고로 만든거 예요?". 지난 5일 어린이날 강원도 춘천시의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 알록달록 레고 블록으로 만들어진 마을에 아이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곧이어 성문에서 레고 마스코트들이 노란 손을 흔들며 등장하자 아이들은 "레고가 살아있다"며 연신 감탄사를 내질렀다. 아이를 동반한 관람객들은 이날의 추억을 사진으로 남기느라 분주했다.
국내 첫 글로벌 테마파크인 춘천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가 지난 5일 정식 개장했다. 춘천시 하중도 내 28만㎡ 규모로 지어졌다. 영국 윈저, 독일 군츠부르크, 일본 나고야 등에 이어 세계 10번째다. 레고랜드는 문화재 훼손, 사업성 논란 등으로 개장까지 11년이 걸렸다. 그 과정에서 여러가지 우여곡절을 겪었다. 어렵게 개장한 레고랜드가 에버랜드, 롯데월드와 '3강' 형성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거리두기 풀린 첫 어린이날
이날 레고랜드는 입장까지 1시간 이상이 걸릴 만큼 많은 인파가 몰렸다. 가족 단위 관람객들의 대기줄이 주차장까지 1㎞ 이상 늘어섰다. 레고랜드 측은 "사전 예약 인원을 일일이 확인하는 작업으로 입장이 다소 늦어졌다"고 했다. 앞서 춘천시와 레고랜드는 이날 관람객을 1만명으로 제한해 입장권을 판매했다. 인근의 교통 체증 유발 우려에 따른 조치였다.
레고랜드는 개장 전부터 어른과 아이를 공략한 테마파크로 기대를 모았다. 롤러코스터, 바이킹, 회전목마와 같은 놀이기구 앞에는 금세 인파가 북적였다. 거리두기 해제 첫 어린이날을 맞아 방문한 가족 고객들이 대다수였다. 9살 딸과 의정부에서 왔다는 장훈(47)씨는 "강원도 쪽으로 골프 여행을 계획하려다가 레고랜드 개장 소식에 일정을 바꿨다"며 "자녀를 위해 방문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레고랜드는 놀이시설이 있는 '파크'와 숙박시설인 '호텔'로 나뉜다. 파크는 △브릭스트리트 △브릭토피아 △레고 시티 △레고 닌자고 월드 △해적의 바다 등의 7개 테마 구역으로 구성된다. 시작부터 끝까지 아이의 시선으로 계획된 것이 돋보였다. 대표적으로 레고 시티는 레고로 작은 도시를 구현했다. 경찰서, 소방서, 극장, 기차역, 운전면허학원이 놀이시설로 들어서 있다.
여러 체험 요소가 발길을 붙잡았다. 제복을 입은 레고 경찰관, 레고 투구를 쓴 레고 기사와 인사를 나눌 수 있다. '해적의 바다'에서는 사람들이 해적선을 향해 물총을 쏘며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곳곳의 '피규어 마켓'에선 갖가지 블록으로 '나만의 레고'를 만들어 볼 수 있다. 회전목마도 레고 블록으로 만들었다. 광장에 위치한 43m 높이의 전망대에 오르면 근처 의암호까지 내려다볼 수 있다.
레고에 '관심' 없다면
레고만의 매력이 물씬 풍기는 테마파크지만 레고에 관심이 없다면 큰 매력으로 다가오지 않을 수 있다. 레고랜드는 기존의 '레고 세계관'을 바탕에 두고 있다. 레고랜드는 '닌자고 월드' 등 놀이 시설 곳곳에 다양한 레고 스토리를 녹여냈다. 하지만 레고에 관심이 많은 키덜트(키즈+어덜트)나 아이가 아니라면 재미를 느끼기 어렵다. 상점에서 파는 레고 굿즈 역시 아이에 초점이 맞춰져 성인들의 관심까지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레고랜드는 주 타깃이 2~12세 어린이다. 그런만큼 어른이나 청소년들에게는 놀이시설이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부딪히며 노는 범퍼카 대신 교통법규를 준수하는 '드라이빙 스쿨'이 있는 식이다. 빠르게 회전하는 롤러코스터도 없고, 공포의방, 혹성탈출 등 어드벤처 놀이 시설도 부족하다.
초등학교 5학년과 4학년인 두 자녀와 레고랜드를 찾았다는 박희연(50·여)씨는 "아이들이 평소 (레고를 가지고 놀지 않아) 일반 놀이공원보다 흥미가 덜 한 것 같다"며 "놀이기구도 긴 시간을 기다려 탔지만 비교적 시간이 짧아 아쉬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먹거리가 부족하다는 불만도 있다. 다른 테마 파크와 달리 레고랜드는 음식 반입이 불가능하다. 반면 현장에서 즐길 수 있는 먹거리는 햄버거와 피자 등 패스트푸드로 한정돼있다. 입장권 가격이 다소 비싸다는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 레고랜드의 입장권 가격은 어른 6만원, 어린이 5만원이다. 오는 7월 1일 개관 예정인 레고랜드 호텔 가격도 1박에 평균 60만~70만원대다.
레고랜드의 사업성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레고랜드를 둘러싼 논란들이 여전히 악재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앞서 레고랜드는 청동기 시절 유물 발굴과 시행사 자금 부족 등으로 7년여 동안 사업추진이 지연됐다. 기공식만 3차례 거듭할만큼 진통이 컸다. 이외에도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를 운영하는 멀린사와 강원도간의 불공정 계약 논란 등 지역 여론의 시선도 곱지 않다.
테마파크 '빅3' 가능할까
업계에서는 레고랜드가 에버랜드, 롯데월드를 위협하기는 무리가 있다고 보고 있다. 타깃 연령층이 어린이로 한정돼있어 다양한 연령층이 즐길 수 있도록 돼있는 기존 테마파크들에 비해 한계가 뚜렷해서다. 어른과 아이가 같이 즐기는 테마파크를 표방했지만 결국 핵심 고객층은 '어린이'다. 규모 면에서도 큰 차이가 난다. 레고랜드의 면적은 28만790㎡다. 에버랜드(148만8000㎡), 롯데월드(58만1645㎡) 보다 훨씬 작다.
입장객 수에서도 차이가 나타난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에버랜드 입장객은 코로나19 이전이었던 2019년 660만명을 기록했다. 롯데월드의 입장객도 579만명에 달했다. 하지만 레고랜드는 교통 체증 등 우려로 일일 입장객을 1만명 수준으로 계속 제한할 계획이다. 오직 사전예약제를 통해서만 방문할 수 있다. 연 방문객을 200만명 이상 넘기기 어려운 셈이다.
그럼에도 어린이 테마파크라는 경쟁력은 충분하다는 평이다. 장기적으로 에버랜드와 롯데월드의 어린이 수요를 흡수해 올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엔데믹으로 어린이집이나 학교, 유치원 등 교육시설의 단체 방문이 늘어날 가능성이 많아서다. 춘천이라는 지역 입지를 살려 휴일 가족 단위 방문객의 유입도 기대되는 점이다. 추후 레고랜드 제휴사가 늘어 각종 카드할인 이벤트도 예상해 볼 수 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에버랜드는 20·30 연령, 롯데월드는 고등학생과 젊은 연인 등 각자 목표로 삼고 있는 고객층이 다르다. 레고렌드는 40·50 부모와 아동층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레고라는 콘텐츠 역시 확장성이 높아 교육형·체험형으로 콘셉트를 잡아 나간다면 기존 테마파크의 수요를 일정부분 흡수 해 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