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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산수 거품 빠지나…'제로탄산'의 역습

  • 2022.08.31(수) 07:35

롯데칠성 '트레비' 매출 2분기 연속 줄어
맛도 잡은 '제로탄산' 인기에 탄산수 시들

'건강한 탄산음료'를 표방하며 성장을 거듭하던 탄산수 시장이 주춤하고 있다. 탄산수처럼 칼로리와 당류에서 자유로우면서도 다양한 맛까지 갖춘 '제로 탄산음료'의 급부상 때문이다. 탄산수를 선택하던 소비자들이 맛까지 챙긴 제로 탄산음료로 대거 이탈했다. 특히 국내 탄산수 시장 1위 브랜드인 롯데칠성음료의 '트레비'는 올해 들어 매출이 2분기 연속 감소했다. 이대로라면 처음으로 연간 판매 실적이 역신장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호실적 롯데칠성의 아픈 손가락

올해 상반기 롯데칠성음료는 매출 1조3884억원, 영업이익 1235억원의 호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5.0%,  영업이익은 60% 가까이 늘었다. 음료 부문도 탄산과 커피, 에너지음료, 생수가 골고루 성장했다. 탄산음료는 제로 탄산음료의 인기에 힘입어 매출이 20% 이상 증가했다. '핫식스' 등 에너지음료 매출도 36.5% 뛰었다. 

매출이 감소한 건 주스와 탄산수 등 2개 카테고리 뿐이다. '트로피카나'·'델몬트' 등을 보유한 주스 카테고리의 경우 2010년대 들어 매출이 지속적으로 줄었다. 과일주스가 고급 음료를 상징하던 시대가 지나고 당류가 많아 건강에도 좋지 않다는 이미지가 입혀지면서다. 2016년 2400억원이 넘었던 롯데칠성의 주스 매출은 2020년 1779억원으로 급감했다. 지난해엔 1745억원으로 전년 대비 1.9% 더 줄었다. 

/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시장 트렌드 변화로 여려움을 겪고 있는 주스와 달리, 탄산수의 부진은 예상외의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2007년 출시 후 7년 만인 2014년 '페리에'와 '초정탄산수'를 누르고 점유율 1위를 차지한 트레비는 이후 높은 가성비와 물량공세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렸다. 2016년 매출 400억원을 돌파한 뒤 2년 만인 2018년 50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해엔에는 691억원으로 700억 고지를 눈 앞에 뒀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성장을 거듭해왔던 롯데칠성의 탄산수 매출은 갑자기 올해 들어 2개 분기 연속 감소했다. 1분기에 전년 대비 7.9% 줄어들더니 성수기인 2분기에도 3.7% 감소했다. 롯데칠성의 탄산수 매출이 역신장한 것은 트레비가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한 2014년 이후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탄산수 시장을 약 1000억원대로 추산한다. 이 중 60%를 롯데칠성의 트레비가 차지하고 있다. 

승승장구하는 줄 알았는데…'제로탄산'에 덜미

업계에서는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제로 탄산' 열풍이 트레비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몇 년 전까지 콜라 등 일부 제품에만 적용되던 제로 칼로리 탄산음료는 최근 맛과 향을 크게 개선하며 사이다, 과일탄산 등으로 라인업을 확대했다. 특히 '펩시 제로'와 '칠성사이다 제로'는 맛이 오리지널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으며 빠르게 시장에 안착했다. 

신규 라인업의 선전에 롯데칠성의 제로 탄산 시장 점유율은 2020년 5%에서 올해 1분기 50%로 급성장했다. 최근에는 50년 역사의 과일탄산음료 '미린다'를 단종시키고 신규 브랜드 '탐스 제로'를 선보였다. 롯데칠성의 상반기 '제로' 라인업 매출은 851억원이었다. 전체 탄산음료 매출의 20.6%다.

​ /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

칼로리와 당류를 뺀 제로 탄산음료는 탄산수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 그간의 제로 탄산음료는 일반 탄산음료에 비해 맛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았다. 설탕 대신 들어가는 대체당 특유의 맛이 주는 거부감 탓이다. 하지만 최근 출시되는 제로 탄산음료들은 기존 탄산음료와 맛이 비슷하거나 더 낫다는 평가다. 지난해 1월 출시해 3억캔이 넘게 판매된 '펩시 제로 슈거'가 대표적이다.  

탄산수의 장점은 칼로리와 설탕이 없어 다이어트와 건강에 도움이 되는데다 탄산 특유의 청량감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제로 탄산음료는 이런 탄산수의 장점에 더해 다양한 맛을 선택할 수 있다 것이 특징이다. '맛있는 제로 탄산'이 나오자 탄산수를 마시던 소비자들이 제로 탄산음료로 이동한 이유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제로 탄산 판매 증가로 탄산수 소비가 제로 탄산 소비로 전환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탄산수 시장 미래는

업계에서는 탄산수 시장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초정탄산수'와 '페리에', '씨그램' 등 기존 제품들이 건재함에도 동아오츠카(라인바싸), 빙그레(산토리니) 등이 최근 3년새 탄산수 시장에 새로 진입했다. 풀무원도 지난달 탄산수 브랜드 '브리지톡'을 론칭했다. 2015년 이 시장에 뛰어든 웅진식품은 후발주자임에도 탄산수 소비가 주로 온라인 대량 구매로 이뤄진다는 점에 착안, 이를 공략해 성과를 내기도 했다. 이는 아직 탄산수 시장에 성장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제로 탄산을 선호하지 않는 소비자 역시 여전히 많다. 일부는 제로 탄산음료에 들어가는 대체 감미료가 인체에 무해한 지 입증되지 않았다며 꺼린다. 제로 탄산음료의 단맛이 오히려 달고 칼로리가 높은 음식을 찾게 만든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 때문에 달지 않은 탄산을 찾는 소비자들에게도 탄산수는 대체품이 없는 선택지다. 

웅진식품의 탄산수 브랜드 빅토리아. /사진제공=웅진식품

다만 2010년대에 보여줬던 고속 성장을 재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탄산수 시장 규모가 수 천억원에 이르는 외국의 경우 탄산수를 식사에 곁들이는 등 우리나라와는 소비 형태가 확연히 다르다. 여기에 우리나라는 생수 시장 규모가 압도적이다. 그런 만큼 국내에서는 탄산수가 해외에서와 같은 지위를 확보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상대적으로 생수에 비해 높은 가격도 탄산수 시장 확대에 걸림돌이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탄산수는 대부분 생수보다 비싼 편이다. 쿠팡 '탐사수 500㎖'가 100㎖당 41원꼴인 데 반해 같은 브랜드의 탄산수는 100㎖당 90~100원 안팎이다. 브랜드별로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탄산수가 생수보다 비싸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은 탄산수가 생수보다 저렴한 경우가 많지만 국내에서는 생수보다 비싼 편"이라며 "탄산수 시장이 프리미엄화하고 있는 것도 탄산수 시장 확대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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