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리 입점 4년 만에 누적 판매량 200만 개를 달성했어요."
지난 6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아트홀에서 개최된 '컬리 푸드 페스타'. 이곳 '컬리 온리존'에서 만난 컬리의 파트너사 '올마레'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올마레는 컬리에서 춘천 닭갈비 판매 1등을 기록하고 있는 브랜드"라며 "컬리를 통해 온라인 매출이 크게 늘어 현재 누적 리뷰 수도 12만 개에 이른다"고 웃어 보였다.
컬리가 창사 이래 첫 대규모 오프라인 행사를 열었다. 바로 '컬리 2023 푸드 페스타'다. 마켓컬리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파트너사와 식음료 브랜드를 선보이는 자리다. 간편식부터 신선식품까지 총 85개의 파트너사, 130개 브랜드가 참여했다. 대면 행사를 통한 파트너사와의 유대 강화, 고객과의 밀착 소통이 컬리의 노림수다. 최근 희석되고 있는 프리미엄 신선식품, 간편식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도 풀이된다.
2시간 만에 2000명
행사장은 개장 시간인 10시 이전부터 북적였다. 입구에 100여 명의 사람들이 늘어서며 진풍경을 연출했다. 입장이 시작되자마자 컬리 장바구니 등을 나눠주는 웰컴 기프트존은 입장이 인산인해였다. 부스마다 신제품 시식 체험과 증정품 제공 이벤트로 행사장은 금세 활기를 띠었다. 컬리에 따르면 행사 시작 2시간 만에 2000여 명이 몰렸다.
행사장은 크게 '컬리 온리존', '컬리 베스트존' 등 두 영역으로 구분된다. 핵심은 '컬리 온리존'이다. 컬리에서만 구매 가능한 32개 브랜드를 만날 수 있다. 블루보틀, 미진, 목란, 쵸이닷 등 맛집 브랜드가 총출동했다. '컬리 온리'는 컬리가 파트너사와 손잡고 단독으로 판매하는 독점 상품이다. 블루보틀은 이날 컬리 전용 상품으로 '크래프트 인스턴트 커피'를 선보였다. 3만원이라는 가격에도 부스엔 긴 대기 줄이 늘어섰다.
중소 파트너사 부스들도 덩달아 활기가 돌았다. 저마다 컬리와의 파트너십을 강조했다. 올마레 관계자는 "그동안 고객과 직접적인 대면 소통을 하지 못했는데 이번 행사 등을 통해 직접 제품을 홍보할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라며 "컬리의 프리미엄 이미지가 올마레와 잘 맞아 매출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컬리를 통해 온라인 활로를 뚫은 파트너사도 있다. 포장육 파트너사 다담미트는 컬리 입점 후 매출이 10배가량 올랐다. 부스서 만난 다담미트 관계자는 "7~8년 전 육가공 공장에 컬리 MD가 방문했던 것이 온라인으로 관련 제품을 팔기 시작한 계기였다"며 "'일상미소' 같은 포장육 상품의 온라인 판매가 계속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에서도 왔다
'컬리 베스트 존' 에는 CJ제일제당, 매일유업, 풀무원, 하림 등 그간 컬리 고객들의 인기를 끈 53개 브랜드 파트너사의 부스가 마련됐다. 이날 CJ제일제당은 컬리에서만 판매되는 신제품 '햇반 골든퀸쌀밥'을 처음 선보였다. 매일유업과 하림도 각각 신제품 어메이징 오트와 더미식 비빔면 시식코너를 운영하며 제품 알리기에 나섰다.
'컬리 브랜드 존'도 인기였다. 최근 컬리의 성장 핵심 동력 주 하나인 물류센터를 모티브로 부스를 꾸민 것이 특징이다. 이곳에서 컬리는 우리나라 식문화 트렌드를 바꿔 온 주요 상품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커피, 파스타, 사과, 치즈, 식빵 등 다양한 식품에서 자기만의 취향을 찾아볼 수 있는 전시도 눈길을 끌었다. 특히 컬리 브랜드 존의 포토 부스에서는 사진을 남기려는 관객들로 발 디딜 틈 없었다.
행사장에는 업계 관계자부터 일반 고객까지 다양했다. 시장 조사차 부산에서 왔다는 30대 식품업계 직장인 이모 씨는 "보통 소비자들은 '온라인 주문 식품이 품질 등에서 못 미덥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은데, 이날 행사장을 둘러보면 그런 생각이 달라질 것 같다"고 했다. 60대 주부 송모 씨는 "1만원 가량의 참가비를 내고 들어왔는데 시식 코너는 물론 사은품이 많아서 좋았다"고 만족스러워 했다.
컬리는 부대 행사로 6일부터 8일까지 컨퍼런스도 연다. 첫째 날은 김슬아 컬리 대표가 '지속가능한 유통 생태계 구현'이라는 컬리의 비전에 대해 설명한다. 둘째 날은 서울대 푸드비즈니스랩 문정훈 교수가 미래 푸드 비즈니스 트렌드 등을 전망한다. 셋째 날에는 컬리 중소 파트너사의 대표들이 참석해 그동안의 후일담을 나눌 예정이다.오프라인 행사 연 '속내'
컬리가 오프라인 행사를 연 것은 최근 주춤해진 존재감을 높이기 위함이다. 새벽배송으로 업계를 뒤흔들던 컬리의 위상은 예전 같지 않다. 상장 철회 등 많은 부침도 따랐다. 그사이 쿠팡은 자동화 물류센터 공개, 흑자 전환 등 이슈 선점에 나서고 있다. 신세계 쓱닷컴도 최근 통합 멤버십 '신세계 유니버스'로 마케팅을 강화 중이다.
최근 옅어진 컬리 '프리미엄' 브랜딩을 강화하려는 목적도 있다. 컬리의 강점은 무엇보다 깐깐한 MD들이 선정한 식품 라인업이다. '강남 주부들이 주로 쓴다'는 프리미엄몰 이미지가 있었다. 다만 최근 오픈마켓과 뷰티컬리 등 서비스 다양화로 이 같은 버티컬(전문몰) 이미지가 옅어지고 있다. '푸드 페스타'는 이를 막을 수 있는 대안과 같다. 파트너사와 고객을 한곳에 모은 자리에서 컬리의 MD 파워를 과시할 수 있다.
기존 파트너사와 유대를 강화하려는 의도도 존재한다. 최근 쿠팡은 CJ제일제당과 즉석밥 햇반의 납품가를 두고 갈등을 빚었다. 이후 CJ제일제당은 신세계 쓱닷컴 등 쿠팡의 경쟁 플랫폼과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이날 컬리와 CJ제일제당은 공동 개발 상품을 선보였다. 이는 양사의 유대를 경쟁사들에 과시하는 '제스처'가 될 수 있다.
컬리는 앞으로 '푸드 페스타'를 연례 행사로 여는 것을 검토 중이다. 컬리 관계자는 "이번 행사는 일반 박람회와 달리 입점 파트너사들과의 상생, 시너지 등을 보여주기 위한 행사"라며 "고객 파트너사들의 소통 기회를 늘려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행사의 성과를 토대로 추후 연례 행사 전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