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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쿠팡은 정말 '쿠팡팜'을 만들까

  • 2024.01.02(화) 17:08

'고객 사용시간' 알리에 역전
알리, '띵띵농장' 등 게임만 3개
쿠팡도 '인앱게임' 도입 관심 

쿠팡 / 그래픽=비즈워치

'마이컬리팜', '11클로버', '띵띵농장' 등 게임을 아시나요. 최근 이커머스들이 서비스 중인 '인앱게임'입니다. 쉽게 말해 앱 안에 꾸며진 가상 농장에서 온라인 작물을 키우는 게임입니다. 농장 말고도 룰렛·뽑기 같은 게임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게임 내에서 미션을 깨거나 목표를 달성하면 상품 할인을 받거나 실제로 농산물이 경품으로 주어집니다.

지금 이 '게임'이 국내 이커머스 1위 쿠팡을 긴장시키고 있습니다. 경쟁사들이 이를 통해 사용자수·체류 시간을 확대하고 있어섭니다. 알리익스프레스가 대표적인데요. 저가라는 강점에 인앱게임을 '록인' 삼아 국내 영향력을 키우고 있습니다. 게임은 소비자를 앱에 계속 접속하게 만드는 수단입니다. 재미와 보상을 동시에 줍니다. 일각에선 쿠팡도 인앱게임을 도입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이런 이야기도 근거는 있습니다. 최근 월간활성화 이용자수(MAU)를 보면 그런 관측들이 나올 법도 합니다.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 11월 알리익스프레스의 MAU는 707만명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었습니다. 국내 유통업체 중 쿠팡, 11번가에 이은 3위입니다. 전달(613만 명) 대비로도 90만명이 증가해 커머스 가운데 성장세가 가장 높았습니다.

특히 사용 시간에서 알리가 쿠팡을 넘어섰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모바일 데이터 분석기관 이지에이웍스 마케팅클라우드는 지난 10월 쿠팡과 알리를 모두 사용하는 사람(교차 사용자) 363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인당 평균 사용 시간에서 알리(2.95시간)가 쿠팡(2.59시간)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내 커머스 업계는 충격이었습니다. 알리가 쿠팡을 위협할 만큼 빠른 성장일 이뤄냈기 때문입니다.

쿠팡 알리익스프레스 월간활성화이용자수 / 그래픽=비즈워치

당시 업계에서는 알리의 급성장 배경으로 고물가에 알리의 저가 상품들이 인기를 끈 덕분으로 봤습니다. 특히 11월에는 중국의 최대 쇼핑 축제 광군제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알리의 지속적인 사용자수 증가는 잘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최근 알리익스프레스의 성장을 공격적인 '인앱게임 마케팅'에서 찾습니다. 

현재 알리익스프레스는 '고고매치', '머지보스', '띵띵농장' 등의 인앱게임을 서비스 중입니다. 소비자는 이 게임들을 플레이하면서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제품을 구매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코인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특히 띵띵농장은 한국 소비자들을 타깃으로 국내에서만 서비스 중인 게임입니다. 게임에서 목화 등의 농작물을 심어서 기르면 순면 수건 세트 등을 보상으로 제공합니다. 최근 SNS에서 이슈가 되기도 했죠. 

인앱게임의 힘은 막강합니다. 알리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가 진출한 200개 이상의 국가와 지역 중 한국이 인앱게임을 즐기는 활성유저 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알리익스프레스 측은 지난 6월 보도자료를 통해 "알리익스프레스 앱에서 제공되는 인앱게임의 일일활성이용자수(DAU)는 한국 시장이 타 국가 및 지역 대비 약 2배 이상 높았으며 평균 체류 시간은 일평균 20분에 달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MAU와 체류 시간은 이커머스 플랫폼에 매우 중요합니다. 어떻게든 고객을 앱에 오래 붙들어둬야 추가 구매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 이는 해당 이커머스의 영향력을 판단하는 지표가 되기도 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이커머스도 오프라인처럼 플랫폼에서 새로운 경험을 주는 것이 중요해 졌다"며 "상품들의 스토리 페이지나 매거진, 블로그 등 콘텐츠를 강화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비단 알리만의 일이 아닙니다. 컬리도 지난 8월 '마이컬리팜'이라는 인앱게임을 시작했습니다. 공동구매 커머스 플랫폼 올웨이즈도 지난 2021년부터 '올팜'이라는 서비스를 도입해 운영 중입니다. 최근에는 11번가 역시 '11클로버'라는 인앱게임을 선보였습니다. 11번가 관계자는 "오픈 15일만에 누적 접속 횟수가 1200만회를 넘고 두 달간 50만명 이상의 고객이 참여하는 등 고객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마이컬리팜 / 사진=비즈워치

업계에는 다른 업체들처럼 쿠팡도 인앱게임을 시도할지 여부에 관심이 많습니다. 알리가 무섭게 떠오르고 있고 국내 경쟁사들도 인앱게임 효과를 보기 시작하고 있어서입니다. 특히 최근 쿠팡의 성장세는 답보상태입니다. 로켓배송의 성장이 한계치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실제로 쿠팡의 MAU는 지난 5월부터 11월까지 하향 곡선입니다. 

이는 곧 새로운 앱 유인 요소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특히 알리익스프레가 게임을 넘어 라이브커머스 영상, 커뮤니티 등 서비스 확장을 예고하면서 쿠팡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쿠팡은 직매입 상품이 대부분입니다. 발견형 쇼핑보다는 '목적형 쇼핑'이 주를 이룹니다. 직관적으로 필요한 물건만 담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경쟁 이커머스 플랫폼보다 앱 체류 시간을 늘리는 방안이 절실합니다. 

무엇보다 쿠팡은 사용자 경험에 관심이 많은 곳입니다. 이커머스 업계 최초로 OTT(실시간 동영상 서비스)인 쿠팡플레이를 도입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배달앱 쿠팡이츠도 운영 중입니다. 각 서비스간 연계를 통해 멤버십 서비스를 성공시켰습니다. 소비자 경험을 위해서라면 사업간 경계를 뛰어 넘어 일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물론 '굳이 쿠팡이 게임을?'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알리익스프레스, 컬리 등 경쟁사들의 MAU는 여전히 쿠팡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입니다. 아직 여유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게임은 사행성 조작 등의 논란을 야기시킬 소지가 다분한 서비스이기도 합니다. 레알팜을 운영하던 네오게임즈가 지난 2022년 실물 교환 쿠폰 서비스를 중단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앞날은 모릅니다. 쿠팡에게 고객 체류 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과제는 명확합니다. 이커머스 역시 오프라인처럼 고객 경험을 확장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습니다. 커머스 경쟁이 이제는 부가 서비스로 경쟁으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가까운 시일 내에 쿠팡이 '쿠팡팜'을 만드는 날이 정말 올지도 모릅니다. 게임이 아니라도 '만보기'나 '운세'와 같은 라이프스타일 서비스가 될 수도 있겠죠. 쿠팡의 선택이 참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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