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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소생]매워도 다시 한 번…'맛있게 매운' 라면을 찾아서

  • 2024.04.05(금) 12:09

대표 매운 라면 4종 리뷰
스코빌 지수 5000~8000
바디감 높아야 '맛있게 맵다'

그래픽=비즈워치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제품이 쏟아지는 소비의 시대. 뭐부터 만나볼지 고민되시죠. [슬기로운 소비생활]이 신제품의 홍수 속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제품들을 직접 만나보고 가감없는 평가로 소비생활 가이드를 자처합니다. 아직 제품을 만나보기 전이시라면 [슬소생] '추천'을 참고 삼아 '슬기로운 소비생활' 하세요. [편집자]

매워야 K-맛

'매운 맛'이 식품 시장의 트렌드가 된 지는 꽤 오래 됐다. 사나이부터 어린아이까지 온 국민을 울린 신라면에서 시작해 2000년대엔 홍초불닭, 매운낚지볶음 등이 외식 시장에서 대 히트를 쳤다. 2010년대엔 불닭볶음면과 동대문 엽기떡볶이가 매운 맛의 기준을 재정의하기도 했다. 이제 신라면은 매운 맛의 상징이 아닌, '최소 단위'가 됐다.

K-라면이 세계에서 이름을 떨칠 수 있었던 데도 이런 매운 맛이 큰 영향을 미쳤다. 고소하고 짠 맛이 중심인 일본 라멘에 비해 얼큰한 한국 라면은 중독성이 남달랐다. 특히 불닭볶음면은 매운 맛 챌린지를 통해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한국 음식=맵다'는 공식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매운라면 4종 비교/그래픽=비즈워치

이렇다보니 국내 시장에서도 점점 더 매운 제품이 나오기 시작했다. 웬만한 매운 맛으론 맵다는 마케팅을 펼치기도 어려울 만큼 강렬한 매운 맛 제품이 넘쳐나고 있다. 최근 출시되는 매운 라면들의 스코빌 지수는 5000~8000SHU 안팎으로, 그 불닭볶음면(4400SHU)보다도 한참 높다. 어떤 브랜드들은 1만SHU가 넘는 제품을 내놓기도 한다. 

매운 라면을 내놓는 브랜드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게 있다. 무작정 매운 게 아닌, '맛있게 맵다'고 한다. 캡사이신 범벅이 아닌, 다양한 매운 맛을 조합했다는 설명이다. 정말 이 '매운' 라면들은 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맛있게 매운 맛일까. [슬기로운 소비 생활]에서 국내 라면 시장을 대표하는 4개 매운 라면을 먹어 보고 판단해 보기로 했다.

매운 라면 국가대표

틈새라면은 1980년대 영업을 시작한 전통의 매운 라면이다. 단무지를 파인애플, 생수를 오리방석이라고 부르는 등 재미있는 콘셉트와 폭발적인 매운 맛이 인기인 라면이었다. 2000년대 들어 팔도가 봉지라면으로 개발해 판매 중이다. 출시된 지 20년이 돼 가는 제품이지만 8000SHU가 넘는 강력한 매운 맛을 자랑한다. 

오뚜기 마열라면은 인기 봉지 라면인 열라면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열라면은 90년대 말 팔도가 쇼킹면을, 삼양식품이 핫라면을 내놓자 오뚜기가 출시한, 당시에도 '매운 라면'으로 통한 제품이었다. 2020년에는 SNS를 통해 순두부를 넣어 먹는 '순두부찌개라면'의 주재료로 각광받았다. 마열라면은 이 열라면에 '마늘후추블록'이 추가된 제품이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마열라면, 틈새라면, 장인라면 맵싸한맛, 신라면 더 레드의 스프/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신라면 더 레드는 농심이 '매운 라면의 대표' 신라면의 자존심을 되찾겠다며 만든 매운 맛 신라면이다. 스코빌 지수가 7500SHU에 달한다. 팝업스토어를 통해 매운 맛 '신라면 제페토'를 먼저 선보이고 이 제품이 인기를 얻자 본격적으로 신라면 더 레드를 내놨다. 농심이 내놓는 라면 중 가장 맵다.

지난 2021년 '더미식 장인라면'으로 라면 시장에 뛰어든 하림산업도 올해 8000SHU의 매운 맛 라면인 '더미식 장인라면 맵싸한 맛'을 내놨다. 부트졸로키아, 하바네로, 청양고추, 베트남고추 등 매운 고추의 대명사라 불리는 세계 4대 고추를 블렌딩한 게 특징이다. 

그래서, 맛있게 매운 라면은?

마열라면은 4개 제품 중 가장 덜 매운 라면이다. 스코빌 지수가 고작(?) 5000SHU에 불과하다. 기존 열라면의 맛을 그대로 가져오면서 마늘후추블럭만 더했기 때문이다. 마늘의 매운 맛은 스코빌 지수로 측정되지 않는다. 다만 먹기 전 긴장했던 것과 달리 무난하게 먹을 수 있는 매운 맛이다.

특히 마늘후추블럭의 힘이 막강해 먹자마자 '마늘 라면'이라는 인상이 강하게 온다. 다만 마늘블럭 하나를 더해 놓고 기존 열라면보다 500원 이상 비싼 가격을 책정한 데는 의문이 든다. 주방에 다진 마늘이 있다면 굳이 이 제품을 구매할 필요는 없다.

 

틈새라면은 고전적인 매운 라면의 풍미가 남아 있다. 혀를 찌르는 듯한 매운 맛이 강렬하다. 국물의 바디감이 낮은 편이라 매운 맛이 더 강하게 다가온다. 건더기 후레이크에 들어 있는 건미역의 풍미가 강해서 해물라면 같은 느낌도 있다. 틈새라면은 기본형이 떡과 고춧가루, 계란을 넣은 '빨계떡'인데, 바디감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어 사실상 '필수 재료'로 보인다. 

 

신라면 더 레드는 출시 직후부터 신라면 마니아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은 제품이다. 신라면 마니아들은 꾸준히 '신라면이 점점 싱거워지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해 왔다. 맵기가 아닌, 국물의 깊이가 얕아졌다는 지적이다.

신라면 더 레드는 소고기와 표고버섯 육수를 진하게 우려내 바디감이 높아졌다. 물 양도 일반 신라면보다 50㎖ 적고 후첨분말스프까지 있어 국물의 점성이 높다. 면발도 신라면 특유의 굵은 면이 맵고 점성 높은 국물과 잘 어울린다. 덕분에 7500SHU의 매운 맛임에도 먹을 때 부담이 적다. 여러모로 매운 라면의 기준이 될 수 있는 제품. 

 

더미식 장인라면 맵싸한 맛은 기존 장인라면의 특징을 거의 다 버리고 새로 태어난 제품이다. 얼큰한 맛에서 매운 맛만 늘린 게 아니라는 의미다. 기존 장인라면의 실패 사례를 답습하지 않고 제대로 된 맛의 방향성을 찾았다.

면은 건면에서 굵은 유탕면으로 변경됐고 국물도 얼큰한 맛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분말스프가 아닌 꾸덕한 고추장에 가까운 스프를 사용하는 특성상 국물이 매우 걸쭉한 게 특징. 베트남 고추가 통으로 들어 있는 건더기 스프도 '인스타그래머블'하다. 다른 매운 라면보다 짠 맛이 강하다는 느낌. 여기까지는 완벽하다.

언제나 문제는 가격. 봉지라면이 2200원이라는 건, K-라면 세계에 대한 연구 부족이다. 맛으로만 보면 '추천'을 주고 싶지만, 가격을 고려하면 별 한 개를 빼는 게 공정할 것 같다.

 

*본 리뷰는 기자가 신라면 더레드·틈새라면·마열라면 제품은 직접 구매, 더미식 장인라면 맵싸한 맛은 하림산업으로부터 제공받아 시식한 후 작성했습니다. 기자의 취향에 따른 주관적인 의견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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