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럭셔리' 밀던 쿠팡, 'PB 화장품' 내놓은 속내는

  • 2025.01.10(금) 16:18

PB 화장품 론칭…중소제조사 협업
인디 브랜드 입점 대신 직접 생산
빠른 배송·가격 경쟁력 차별화 전략

/그래픽=비즈워치

쿠팡이 최근 자체브랜드(PB) 화장품을 선보였다. 기존에 쿠팡이 뷰티 카테고리에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를 입점시키는 데 집중했다면 중저가 상품을 확대해 소비자층을 넓히겠다는 의도다. PB 상품을 활용해 빠른 배송과 가격 경쟁력을 모두 잡기 위한 전략인 셈이다.

'중저가' 뷰티 시장 노린다

쿠팡의 PB사업을 운영하는 자회사 CPLB가 최근 PB브랜드 '엘르 파리스'의 스킨케어 화장품 라인을 출시했다. 이번에 선보인 스킨케어 제품은 토너, 크림, 앰플, 클렌징폼 등 총 18종이다. 가격대는 4900~1만1900원선이다.

쿠팡은 현재 엘르 파리스 화장품들의 정가를 표기한 후 할인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예를 들어 '부스팅 토너' 제품 정가는 2만원이지만, 쿠팡판매가는 5490원, 쿠팡 유료멤버십 '와우' 회원가는 4990원으로 책정해 판매 중이다.

쿠팡 엘르 파리스 프로바이오티크 화장품 모델이 제품을 들고 있다. /사진=쿠팡 홈페이지 캡처

쿠팡은 PB 화장품 제조를 대형 화장품 제조사들이 아닌 피에프네이처, 다비드화장품 등 중소기업들에 맡겼다. 엄격한 공개 입찰을 통해 대형 제조사들을 제치고 쿠팡의 협업사로 최종 선정했다는 설명이다. 

CPLB는 뷰티 PB 상품 출시를 위해 탁월한 자체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보유한 국내 중소 제조사 발굴하기 위해 힘써왔다고 했다. 제품이 가격 경쟁력을 갖추되 고품질을 갖춘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원칙도 세웠다. △프랑스에서 공수한 고가의 원료 사용 △대형 브랜드 프리미엄 라인과도 견줄 만한 제형 개발 등이다. 

PB 개발한 이유

쿠팡은 그동안 뷰티 카테고리를 강화해왔다. 지난해 11월엔 럭셔리 뷰티 버티컬 'R.LUX(알럭스)'를 론칭했다. 럭셔리 뷰티 브랜드의 인기 제품부터 신제품까지 다양한 제품들을 쿠팡의 차별화된 서비스로 만들겠다는 취지였다. 알럭스에는 에스티로더, 설화수, 비오템, 더 후 등 대기업 럭셔리 뷰티 브랜드들이 입점해있다. 

하지만 럭셔리 뷰티는 CJ올리브영, 컬리 등도 집중했던 부분이다. 공통적으로 럭셔리 뷰티를 통해 프리미엄 선호 고객을 확보하고, 중저가 화장품으로는 가성비를 원하거나 대중적인 고객을 겨냥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쿠팡 역시 중저가 PB 화장품을 추가해 가격대별 수요층을 모두 공략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럭셔리 뷰티 브랜드는 본사에서 유통사에 대해 할인율이나 유통 마진을 엄격히 통제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쿠팡이 럭셔리 뷰티 시장에서 높은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리브영에 화장품 매대 /사진=김지우 기자 zuzu@

쿠팡이 중저가 화장품을 확대하면서 브랜드 입점이 아닌 PB 화장품을 선택한 것은 결국 '마진'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브랜드를 입점시킬 경우 쿠팡은 단순히 유통 마진만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수익성 확보에는 한계가 있다.

반면 PB사업은 제조부터 유통까지 쿠팡이 자체적으로 통제할 수 있어 마진을 더 높일 수 있다. 또 PB는 타 플랫폼과 차별화가 가능하다. 기존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들은 이미 네이버, 컬리, SSG닷컴과 같은 이커머스에도 입점해 있는 경우가 많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인디 뷰티브랜드의 대부분은 올리브영에서 소비되고 있고 쿠팡이 알럭스를 통해 럭셔리 비중을 높이고자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며 "이에 따라 쿠팡은 고객이 쿠팡 특유의 빠른 배송과 가성비를 기대하고 있다는 점을 캐치하고 PB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인디브랜드 입지 좁아질 수도

지난해 3분기 기준 쿠팡에서 한 번 이상 제품을 구매한 '활성고객' 수는 2250만명에 달한다. 우리나라 국민 5명 중 2명은 쿠팡을 사용한 셈이다.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구매 패턴, 선호도, 트렌드 등을 파악해 수요에 맞는 PB 제품을 선보일 수 있다. 

쿠팡 물류센터 /사진=쿠팡

쿠팡은 이번 PB 화장품 론칭을 발표하며 중소제조사와의 협업을 강조했다. 이는 품질 좋은 PB 상품을 저렴하게 제작할 수 있는 동시에 중소기업과의 상생에 앞장선다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쿠팡이 PB 화장품에 힘을 싣게 되면 상대적으로 플랫폼 내에서 인디 뷰티 브랜드사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이커머스와 소매 유통 시장에서 갖는 파급력을 생각할 때 뷰티 PB가 확고히 자리 잡는다면 중저가, 인디 뷰티 브랜드사의 입지가 좁아질 가능성도 있다"며 "공정위 제제가 있었던 만큼 당장 그렇게 할 가능성은 높지 않겠지만, 상품 추천이나 프로모션상 PB 우선 노출 시 다른 중저가 브랜드는 판매 기회가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빍혔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