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븐일레븐이 점포 간 택배 서비스를 새롭게 출시했다. 편의점 '빅2'인 CU와 GS25에 비하면 뒤늦은 진출이다. 줄어드는 점포 수로 입지가 좁아지는 만큼 고객 유입을 늘릴 수 있는 비장의 카드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다만 관련 서비스에 따른 비용 부담을 배제할 수 없어 수익성이 되려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3위의 도전
세븐일레븐은 지난달 17일부터 전국 1만여 개의 점포에서 '착한택배'를 운영하고 있다. 착한택배는 자사 점포끼리 택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젊은 세대 사이에서 온라인 쇼핑, 중고거래 등 비대면 거래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세븐일레븐은 그간 롯데글로벌로지스를 통한 일반 택배 서비스만 선보여 왔다.

하지만 경쟁사와 비교하면 늦은 도입이다. 관련 시장에 가장 먼저 뛰어든 건 GS25다. GS25는 2019년 업계 최초로 '반값택배'를 선보였다. 접수된 택배는 상품 배송 차량이 30여 개의 1차 거점 센터와 GS허브센터를 잇따라 거친 뒤 수취 점포로 이동된다. 이후 1년 뒤인 2020년에는 CU가 '알뜰택배'를 론칭했다. 매장에 상품을 전달하는 물류 차량이 차량 내 남는 공간을 활용해 택배를 실어 옮기는 방식이다.
후발 주자로 들어선 만큼 세븐일레븐은 판도를 뒤집을 차별성이 필요했다. 이 때문에 소비자 주목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균일가 정책을 앞세웠다. 현재 착한택배의 운임비는 지역에 상관없이 1980원이다. 일반 택배보다 50%가량 저렴하다.

파격적이다. 기존에 진출해 있던 CU와 GS25는 운임비를 차등 적용하고 있다. 내륙 간을 기준으로 했을 때 GS25의 반값택배 가격은 500g 이하 1800원, 1㎏ 이하 2200원, 5㎏ 이하 2600원이다. CU 알뜰택배의 경우 500g 이하(1800원)는 GS25와 동일하다. 하지만 1㎏ 이하는 GS25보다 100원 저렴한 2100원, 5㎏ 이하는 2700원으로 100원 더 비싸다.
기존엔 무게에 따라 이용할 편의점을 골랐다면 이제는 500g을 초과하는 물품을 보낼 땐 세븐일레븐이 더 이득이 된 셈이다. 출발도 좋다.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착한택배 론칭 이후 이달 3일까지 2주간 택배 서비스의 매출은 전년 대비 30% 늘었다. 다른 경쟁사와의 마케팅 차별화를 위해 가격에 초점을 맞춘 전략이 통했다는 평가다.한계 혹은 반란
이번 서비스를 통해 세븐일레븐이 기대하고 있는 건 '동반 구매'다. 한 마디로 택배 이용 고객이 자연스럽게 일반 상품을 추가 구매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의미다. 세븐일레븐 역시 관련 서비스에 대한 마진율이 낮더라도 마케팅성 비용 투자라는 점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세븐일레븐 입장에선 뚜렷한 승부수가 필요하다. 점포 수가 줄어들고 있어서다. 세븐일레븐의 지난해 기준 점포 수는 1만2152개다. 전년보다 978개 줄었다. 편의점이 과열 경쟁이라고는 하지만 같은 기간 CU와 GS25의 점포 수가 각각 696개, 722개 늘어난 것과는 대조된다.
이에 따라 세븐일레븐은 고객 유입을 목표로 택배 서비스 고도화에 힘을 싣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착한택배를 운영하는 점포에 무게를 측정하는 기계를 들이지 않은 상태다. 다만, 접수 가능한 무게와 부피에 대한 기준을 명시하고 있는 만큼 도입을 검토 중이다. 내륙과 제주도 간 택배도 추후 론칭에 나설 예정이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세븐일레븐의 최대 과제인 수익성 개선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점포 간 택배는 저관여 서비스로 꼽힐 뿐만 아니라 고객이 택배를 접수하면 물건을 주고받는 경영주에게 일정 부분의 수수료가 지급되는 구조여서다. 균일가로 운영되는 만큼 남는 게 없는 장사가 될 수 있다는 소리다.
여기에 타사 대비 적은 점포 수를 가진 만큼 택배 물량을 크게 끌어올 수 있는 게 아닌 이상 수익적인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미끼 효과는 노릴 수 있을지언정 균일가 정책이 시장 내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점포 간 택배는 늦게 받더라도 비용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싶은 소비자들이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저중량 물건이 중심이 되고 있어 이미 관련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CU와 GS25가 세븐일레븐의 이번 서비스 도입으로 고객을 뺏기는 일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CU와 GS25의 점포 간 택배도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세븐일레븐 역시 수익성 확보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