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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추억의 금융위기, 달러의 딜레마

  • 2015.06.30(화) 12:00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①
비은행 대외채권 크게 늘어, 올들어 순채권 상태로 전환
미국 금리인상 충격 시 외환시장 교란 요인 우려

국제금융시장에서 기축통화가 아닌 나라들은 항상 달러가 문제다. 달러가 모자라도, 너무 많아도 문제다.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우리로선 더욱 민감한 영역이다.

30일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올해 들어 우리나라는 순대외채권 상태로 전환했다. 2012년 이후 큰 폭의 경상수지 흑자로 민간기업을 비롯한 비은행 부문이 풍부한 외화 유동성을 바탕으로 차입을 줄여 외채는 줄어든 반면 대외채권이 크게 늘어서다.


비은행의 대외채권은 주로 해외채권투자와 투자기업 간 대출, 기관투자가의 외화예금이 크게 늘었다. 국제투자대조표에서 대외투자로 분류하는 비은행 부문의 해외지분투자와 해외주식투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이런 외화자산의 증가는 외환시장에서 외환공급 압력을 줄여 외화 효율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경상수지 흑자에도 원화의 절상 압력을 완화해 주요 신흥시장국 통화 대비 원화의 대비 달러 환율 변동성을 안정시키는데 상당히 기여했다고 한국은행은 평가했다.

그러나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미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등 대외 충격이 발생하면 가격변동위험에 직접 노출된다. 회수 가능성은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평가하지만, 손실위험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이 외화자금시장의 큰 교란 요인이라는 점이다. 기관투자가의 환 헤지를 동반한 해외증권투자는 ▲외화자금시장의 변동성 확대 ▲외채 유발 가능성 ▲외화자금시장의 정상적인 금리 기간구조 형성 저해로 이어진다. 외화 유동성 사정이 악화하면 외화자금시장의 불안정성도 확대될 수밖에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기관투자가의 해외증권투자 환 헤지 연장을 위한 외화자금 수요 가세로 스왑레이트가 하락하면서 달러화 조달비용이 급증했었다. 기관투자가는 외국환은행과 외환스왑(Buy & Sell), 선물환 매도 등으로 환 헤지를 하고 외국환은행은 이 거래에 따른 포지션 조정용 현물환이 필요해 외채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환 헤지 수요가 특정 만기에 몰리면 스왑레이트가 요동치고 금리 기간구조도 정상 테이블을 이탈한다. 지난 2014년 7월 중 중국계 외은지점의 위안화예금(1년)이 늘어나는 과정에서 1년 만기 외화자금 수요 증가로 1년물과 3개월 스왑레이트 방향이 반대로 움직였었다.


경상수지 흑자가 계속 이어지면서 안정적인 달러 공급이 이어지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이미 우리나라 수출은 문제가 되고 있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수출은 3개월째 감소했다. 재고율도 0.5%포인트 올라 6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출은 이미 우리나라 경제에서 중장기적인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게다가 미국은 금리 인상을 충분히 예고했다. 국제금융시장의 충격을 고려해 신중히 따져가며 인상 폭을 조정하겠지만, 미국 감기가 우리나라에선 독감인 것은 이미 여러 차례 경험했다. 과거 IMF 외환위기는 종금사 등 비은행 금융기관의 달러 폭식이 기폭제가 됐었다.

비은행 부문의 외화자산 증가가 찜찜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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