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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박현주의 M&A 본능 그리고 김정태

  • 2015.09.16(수) 10:00

[대우증권 빅매치에 얽힌 사람들]①
광주일고·동원증권 선후배, 미래에셋 초창기 지원
대형화 꿈꾼 김정태와 박현주, 국민&주택·대우증권 인수 닮은꼴

대우증권 인수전이 달아오르고 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일찌감치 관심을 보였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도 대우증권 인수에 사실상의 출사표를 던졌다. 광주 동향이라는 점 말고는 전혀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이들이지만, 둘 다 지금은 고인이 된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과의 인연이 깊다. 어느 한쪽(?)은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성향이나 혹은 경영에서 직간접적인 영향과 지원을 받았다는 점에서 둘 다 수제자라고 치고 이야기를 시작해본다. 대우증권 인수전을 둘러싼 두 수제자 간의 대결을 세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대형 증권사로는 유일하게 남은 매물이다. 그래서일까. 한동안 조용했던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모처럼 승부수를 띄웠다. 대우증권의 막강한 인수 후보이자 대우증권이 절실한 또 한 사람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의 피 튀는 경쟁은 불가피해졌다. 증권가와 은행가의 두 대표선수가 대우증권을 사이에 두고 맞붙은 만큼 빅매치를 예고하고 있다.

둘 사이엔 묘한(?) 공통점이 있다. 지금은 고인이 된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과의 인연이다. 윤 회장은 고 김정태 행장이 삼고초려로 은행에 모셔온 일화로 유명하다. 그 스스로는 김 행장의 수제자임을 자처한다. 박현주 회장 또한 그와 함께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에서 일했다. 이후 박 회장이 독립(?)해 미래에셋이 자리를 잡기까지 여러모로 고 김정태 행장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고 김정태 행장으로 얽히고, 그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두 수제자 간의 싸움. 이는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금은 잊혀 가는 인물이지만 여전히 언론에 이름을 올릴 만큼 한때 '스타 최고경영자(CEO)'였던 고 김정태 행장과 증권가의 스타 CEO 박현주 회장은 닮은 구석이 많다. 승부사 기질은 물론이고 철저한 시장주의자라는 점, 그리고 대우증권을 통해 드러나 인수합병(M&A) 행보까지 닮았다.

 



◇ 철저한 시장주의자 박현주와 고 김정태

'돈은 아름다운 꽃이다', '큰 장사꾼 김정태'. 박 회장의 자서전과 김정태 전 행장을 다룬 책 제목이다. 어딘지 모르게 비슷한 느낌을 풍긴다. 해답은 시장주의자라는 점에 있다. 철저히 돈을 좇았고, 그들의 경영에도 이는 고스란히 배어 있었다.

그래서 박 회장은 증권맨으로 살고 있고, 김 행장도 6년간 은행장을 지내며 뱅커로 전직했지만 늘 증권맨이라는 꼬리표가 떠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CEO 주가'라는 말도 이때 등장했다. 김 전 행장의 주택은행장 취임 땐 월급을 1원만 받고 나머지는 스톡옵션을 받겠다고 해 화제가 됐다. 이런 행보는 보수적인 은행권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며 스타 CEO로 자리매김했지만, 반감도 만만치 않았다.

아무튼, 이 둘은 동원증권에 함께 몸담았다. 고 김정태 행장이 지난 1994년부터 부사장을 지낼 당시 박 회장은 소위 잘 나가는 지점장이었다. 최연소 지점장에 최연소 임원이라는 타이틀도 거머쥐었다. 이후 김 행장이 1997년 동원증권 사장으로 임명됐고, 그해 박 회장은 동원증권을 떠나 미래에셋캐피탈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설립했다.

이 둘은 광주제일고 12년 차 선후배이기도 하다. 박 회장의 친형과는 동창으로 알려졌다. 이런 인연으로 박 회장이 미래에셋을 한창 꾸려가던 시기, 이번엔 국민은행장이 된 김정태 행장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002년, 2003년 적립식 펀드 붐이 일기 시작했고 이는 미래에셋 성장의 발판이 됐다. 그때가 마침 국민은행에서 적립식 펀드를 공격적으로 팔던 때이기도 하다. 적립식 펀드 판매에서 국내 최대 네트워크를 가진 국민은행의 도움이 컸던 셈이다.

당시 국민은행의 한 임원은 "박 회장이 고 김정태 전 행장의 아끼는 후배라는 얘기를 들었고, 두 분의 코드가 비슷하다는 얘기가 많았다"고 전했다.

◇ 남들이 'NO'라고 했던 김정태의 국민·주택 합병

승부사로 통하는 이 둘의 기질은 M&A에서도 닮았다. 박 회장이 지금 하려는 대우증권 인수는 여러 논란이 있을 수도 있지만 성공할 경우 금융권의 판도를 바꿀 '큰 사건'이 될 가능성이 크다.

김정태 전 행장의 국민·주택 합병이 그랬다. 당시 숱한 논란을 불러왔지만, 김정태 당시 주택은행장의 뚝심과 확신으로 밀어붙였던 M&A였다. 결과적으론 민간 주도로 자발적으로 이뤄진 첫 은행 합병 사례로 금융사에 한 획을 그었다.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은 합병 직전 해인 2000년 말 기준 총자산(신탁 포함) 각각 1위와 3위 규모의 은행이었다. 상업·한일은행이 합쳐진 한빛은행(2위)을 제외하면 1, 2위 은행의 합병인 셈이었다. 원화 대출금 규모에선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고, 가계대출에선 전 은행을 통틀어 이 두 은행이 압도적이었다. 국민과 주택이 각각 14조 원, 11조 원 규모였고, 그다음 한빛이 6조 원대로 3위와의 격차는 컸다. 나머지 은행 대부분은 5조 원대에 불과했다.

 


이런 점은 당시 합병 반대의 논리가 되기도 했다. 소매금융 중심의 두 은행이 합쳐봤자 중복만 늘고, 시너지가 없다는 것이다. 고 김정태 행장의 생각은 달랐다. 은행의 대형화 트렌드를 읽었다. 이는 향후 김정태 통합 국민은행장 시절 추진했던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진출과도 맞닿아 있었다.

결국, 2001년 국민, 주택이 합쳐진 지금의 국민은행이 출범했고, 김정태 당시 주택은행장이 초대 통합은행장을 차지했다. 이후 정부 주도였지만 하나·서울(현 하나은행)이 합병했고, 신한·조흥은행(현 신한은행)도 합쳐졌다.

국민은행은 2002년 8월 말에 총자산 200조 원을 돌파하며 확고한 리딩뱅크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국민은행은 리딩뱅크 자리는 뺏겼지만 방대한 개인금융 자산은 다른 경쟁은행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어찌 보면 14년 전 김정태 행장의 뚝심과 승부사의 기질이 빚어낸 결과로도 볼 수 있다.

◇ 아직은 불확실성 큰 박현주의 대우증권 인수전

박 회장이 승부수로 띄운 대우증권 인수는 아직은 불확실성이 있다. 1조 2000억 원에 달하는 유상증자 성공 여부와 이후 대우증권 인수 여부 모두 예단하기 힘든 만큼 그 결과도 현시점에서 예측하긴 어렵다. 실탄 마련 수단은 물론이고 덩치가 더 큰 곳을 인수하려다 보니 공격적인 M&A 행보로 해석된다. 실패했을 때 후폭풍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박 회장이 증자에 이어 대우증권을 성공적으로 인수하면 글로벌 투자은행(IB)에 견줄 수 있는 초대형 증권사 탄생의 꿈에 한 발짝 다가서게 된다. 박 회장은 그동안 자본 10조 원의 대형 증권사에 대한 비전을 공공연히 내비쳐왔다. 대우증권 인수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국민·주택 합병과 마찬가지로 시너지보단 대형화 이슈에 가깝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이번 증자에 성공하면 미래에셋증권의 자기자본은 올해 6월 말 연결 기준으로 3조 8220억 원으로 올라선다. 대우증권(4조 3050억 원)과 합쳐지면 8조 1270억 원으로 압도적인 1위 증권사로 거듭난다. 현재 1위 NH투자증권(4조 4979억 원)과는 3조 6291억 원으로 큰 폭으로 벌어진다.

대우증권 인수를 통한 자본력 확대는 그동안 박 회장이 꾸준히 추진했던 글로벌 사업 확대의 발판이기도 하다. 박 회장이 띄운 승부수에 시장이 어떻게 호응해주느냐는 1차 관문이다. 초대형 증권사 탄생이라는 박 회장의 비전과 도전에 주주와 시장이 신뢰하고 동조한다면 대우증권 인수를 위한 실탄 마련이 조금은 수월해질 전망이다. 만약 반대의 경우라면 박 회장으로선 넘어야 할 산들이 더욱 많아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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