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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낫다는 금융 장그래가 삥 뜯기는 방법②

  • 2015.12.10(목) 11:24

고임금 논란 은행권 성과주의 임금체계 개편 본격화
을의 위치에 있는 신입 은행원에 집중되면서 논란도

고임금 논란에 휩싸인 은행권이 성과주의에 기초한 임금체계 개편을 본격화하고 있다.

외국계와 지방은행이 앞장서 연봉제를 전면 도입하고, 임금도 대폭 삭감하고 있다. 문제는 성과주의 임금체계 개편이 주로 을에 위치에 있는 신입 직원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제한적인 성과주의 도입을 두고 당장 실효성 논란이 나온다. 같은 일을 하면서 태생에 따라 임금은 제각각이다 보니 세대갈등을 비롯한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기득권 보호를 위해 신입 직원은 외면하는 금융노조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 연봉제 도입하고 초임 깎고

한국SC은행은 올 하반기에 채용한 대졸 신입 행원 50명 모두에게 연봉제를 적용키로 했다. 대졸 신입 행원에 대한 연봉제 적용은 국내 은행권에선 이번이 처음이다.

JB금융지주 계열인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은 신입 행원의 직군을 통합하는 방식으로 초임 연봉을 1200만 원이나 낮췄다. 5급 일반직과 7급 영업점 창구직원의 구분을 없애면서 자연스럽게 연봉을 깎았다.

은행들이 성과주의 임금 체계 개편에 나서고 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최경환 경제부총리를 필두로 정부가 고비용 구조 해소를 주문하고 있다. 대표적인 고임금 업종인 은행을 노동개혁의 본보기로 삼겠다는 차원이다.

여기에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은행들의 수익성도 가파르게 추락하고 있다. 은행 경영진 입장에선 정부의 독려를 빌미로 고비용 구조를 해소할 기회를 잡은 셈이다.

 


◇ 신입 행원만 성과주의 적용 논란

반면 논란도 나온다. 우선 실효성 문제다. 신입 직원들에 대한 제한적인 임금 체계 개편으론 당장 고비용 구조 해소라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성과주의 도입이 상대적으로 을의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는 신입 행원에 집중되면서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태생에 따라 임금이 제각각인 구조로는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어렵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미 부장급 이상에 대해선 연봉제를 적용하고 있는 SC은행은 간부급과 신입 행원만 연봉제를 적용하고, 팀장급 이하 일반 직원은 호봉에 따라 월급을 받는 기형적인 구조가 됐다. 전북은행도 기존 일반직과 영업점 창구직원, 신입 행원의 임금 체계가 모두 달라졌다.

KB국민은행 역시 올해 선발한 500명의 신입 행원에 한해 일정 기간동안 승진하지 못하면 기본급 상승을 제한하는 ‘기본급 상한제’를 도입해 차별적인 기준을 적용키로 했다.

◇ 신입 행원 외면 금융노조 비판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09년 역시 금융권의 고임금 논란이 불거지면서 2010년과 2011년 금융 공기업 신입 직원들의 임금을 일괄적으로 20%씩 깎았다.

이후 연봉이 깎인 신입 행원들을 중심으로 입사 시기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임금을 삭감한 것은 평등권 침해라는 반발이 거셌다. 게다가 공공기관 노조가 대규모 민사소송까지 추진하면서 결국 2년 만에 연봉을 원상회복시킨 바 있다.

금융노조가 기득권 유지를 위해 신입 행원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로 은행권이 신입 행원들에 대해서만 성과주의 임금 체계 도입에 나서고 있는 이유는 경영상 필요와 노조의 반발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은 것으로 풀이된다.

가령 SC은행의 경우 2011년부터 연봉제 전환을 비롯한 성과주의 도입을 추진했다. 하지만 노조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명예퇴직 제도를 개선하고, 인센티브제를 확대하는 선에서 타협한 바 있다. 당시 노조는 SC은행의 본사가 있는 영국 런던으로 원정투쟁을 떠나기도 했다.

◇ 은행권 성과주의 도입 신호탄

결국 다른 대형 시중은행들도 SC은행이나 전북은행과 비슷한 경로를 밟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수익성이 가파르게 추락하면서 더는 기존의 고비용 구조를 끌고 가기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다른 은행들도 성과주의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기업은행을 비롯한 국책은행은 성과급 비중을 10%대에서 30%대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KEB하나은행은 은행 성과와 보상체계를 연계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의 고비용 구조는 해소할 필요가 있지만, 을의 위치에 있는 신입 직원에게만 성과주의를 강요하는 건 오히려 부작용만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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